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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챌린지332

양파 며칠 전 양파 심으려고 두둑을 만들고 비닐 멀칭을 해놓았다. 너무 가물어 땅이 습기가 별로 없다. 비 오기를 기다렸다. 지난 주 토요일부터 있던 비 예보가 올 듯 말 듯 뒤로 밀렸다. 지난 월요일에야 비가 제대로 왔다. 오늘 밭에 가보니 비가 흠뻑 왔다, 삼일우(三日雨)처럼. 미적거리다 보니 양파 모종 심을 시기를 놓치겠다 싶었다. 모종을 사면서 언제까지 모종을 나오냐고 물었다. 이번 주말 지나면 모종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3단을 샀다. 1단에 300포기쯤 될 거라고 했다. 오늘 900포기쯤 심은 셈인데, 반 정도 심은 것 같다. 양파를 캐지 않고 놔두면 그 다음해 봄에 너다섯 쪽으로 갈라져 싹이 올라온다. 동그란 양파가 대여섯 포기로 갈라져 다시 커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양파는 까도 까도 계속 같은.. 2023. 11. 8.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유시민)를 읽고 있다. “모양과 크기가 같은 한 쌍의 염색체를 ‘상동(相同)’ 염색체라고 한다. 상동염색체의 같은 위치에는 눈의 색이나 다리의 길이와 같은 형질을 결정할 때 경쟁하는 ‘대립유전자’가 있다. 대립유전자 가운데 자식에게 바로 발현되는 것을 우성(優性), 잠복하는 것을 열성(劣性)이라고 한다.” 높고 낮음, 밝음과 어둠, 길고 짧음, 있음과 없음, 좋음과 나쁨 등 세상만물도 모두 대립적이지 않은가. 어느 한 쪽이 발현되면 어느 한 쪽은 잠복하고, 어느 한 쪽이 우월하면 어느 한 쪽은 열등한 게 아닐까. 발현과 잠복이 고정돼 있지 않듯이, 세상의 모든 대립도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하는 게 아닐까. “환원은 복잡한 것을 단순한 것으로 나누어 단순한 것의 실체와 운동법칙을 .. 2023. 11. 7.
고구마 저녁 늦게 모자란 저녁 삼아 군고구마를 혼자서 먹는다 까마득하게 오래된 시간의 두께만큼 두툼한 생생함으로 떠오르는 어릴 적 고구마 겨우내 작은방 한 켠에 그득했던 하루에 몇 개씩 군것질로 구워먹어도 점심 때 종종 묵은 김치 콩나물 식은밥 갱시기 삶은 감자와 같이 먹던 고구마 둥근 식탁에 둘러 앉아 함께 먹던 아버지, 어머니 이제 안 계시고 형님, 누나, 동생들 일 년에 한 두 번 몇 년에 한 두 번 볼까 그때 그 자리에 없었던 조카들 자식들도 요즘은 일년에 두어 번 볼까 어릴 적 온 식구가 둘러 앉아 같이 먹던 고구마 저녁 늦게 모자란 저녁 삼아 혼자 먹는다, 꿀맛이다 꿀고구마 2023. 11. 6.
어느날 갑자기 느닷없이 물었다, 당신 꿈이 뭐냐고 허, 이 나이에 새삼 무슨 꿈을 꿈꾸지 않는 잠을 자는 게 꿈이다 꿈이 뭐였더라, 그 참 좋은 대학 가서 좋은 직장 다니는 것이었나 돈 많이 벌어 좋은 집에 좋은 차를 타보는 것이었나 엄청난 권력자가 꿈이었나 위대한 과학자가 꿈이었나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었나 그보다 건강하지만 그리 길지 않은 때에 어쩌다 태어난 것처럼 어느 순간 우연히…… 나이가 좀 드니까 갑자기 느닷없이 꿈도 커지고 야무지게 변한다 지금 삶은 꿈이라고 꿈을 꾸면 그건 꿈 속에 꿈일뿐이라고 살아서 꿈깰 수 없고 노력한다고 해서 깨지지 않는 꿈 깨면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세상이 존재할 거라는 꿈을 꾼다 2023. 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