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 늦게 모자란 저녁 삼아
군고구마를 혼자서 먹는다
까마득하게 오래된 시간의 두께만큼
두툼한 생생함으로 떠오르는 어릴 적 고구마
겨우내 작은방 한 켠에 그득했던
하루에 몇 개씩 군것질로 구워먹어도
점심 때 종종 묵은 김치 콩나물 식은밥 갱시기
삶은 감자와 같이 먹던 고구마
둥근 식탁에 둘러 앉아 함께 먹던
아버지, 어머니 이제 안 계시고
형님, 누나, 동생들
일 년에 한 두 번 몇 년에 한 두 번 볼까
그때 그 자리에 없었던 조카들
자식들도 요즘은 일년에 두어 번 볼까
어릴 적 온 식구가 둘러 앉아 같이 먹던 고구마
저녁 늦게 모자란 저녁 삼아
혼자 먹는다, 꿀맛이다 꿀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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