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감자를 처음 먹었을 때를 잊지 못한다.
수년 전 제주도 청재설헌에 갔을 때 조식 반찬에 돼지감자가 들어 있었다.
식감이 아삭한 게 적당히 연하고, 맛이 깨끗하고 담백했다.
돼지감자는 맛없고 못생겼는데, 건강을 위해서 억지로 먹는 줄만 알았다.
‘이렇게 맛있는 걸 왜 안 먹은 거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돼지감자는 농사에 신경쓸 게 없다.
한 번 심어놓고 그 다음 해부터는 캐 먹기만 하면 된다.
잘 번지고 그 어떤 잡초보다 생명력이 좋다.
다른 작물을 재배하지 않는 땅에 심으면 좋다.
자꾸 번져 나가지 않는 제한적인 땅에 심으면 좋다.
생으로 독특한 맛과 향기가 없는 너무 순수한 맛이다.
샐러드에 넣어 먹어도 좋다.
많으면 김치를 담아 먹어도 맛있다.
썰어 말려서 볶으면 아주 구수한 차가 된다.
돼지감자 찻물에 커를 타면 맛있는 커피는 더 맛있어진다.
물론 커피 전문가나 애호가한테 맞는 말은 아니다.
맛없는 커피는 맛있는 커피가 된다.
커피를 연하게 타면
커피 맛인지
돼지감자 차 맛인지
숭늉 맛인지 헷갈린다.
돼지감자는 11월 초순부터 겨우내 캐먹으면 된다.
먹을 때마다 조금씩 캐서 먹는 게 가장 싱싱하다.
영업하기 위해 심은 돼지감자가 아니라면
땅속에 그대로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
오늘은 돼지감자를 조금 캤다.
생으로도 먹고
겉절이 나물에도 넣어 먹고
돼지감자 차도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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