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챌린지285 멈춤 어떤 마부가 당나귀를 몰고 산길을 지나고 있었다. 한참을 가다가 그의 당나귀가 길을 잃고 헤매다 절벽 끝자락에 서게 되었다. 이것을 본 마부가 소리쳤다. “어디로 가는 거야, 이 바보 같은 녀석! 거긴 낭떠러지란 말이야!” 마부는 당나귀의 꼬리를 붙잡고 그곳에서 끌어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당나귀는 발버둥을 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그러다가 힘을 다 쏟고만 마부가 붙들고 있던 당나귀의 꼬리를 놓아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좋아! 그럼 계속 가봐. 네가 이겼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멈춰야 할 때 멈춰야 하는 교훈을 주기 위한 우화다. 우화에서는 당나귀가 멈춰야 하는 상황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절벽이 앞에 있다. 그 이유도 명확하다. 멈추진 않으면 죽는다. 인간의 삶에서는 간단하지 않다.. 2025. 1. 4. 신은 제멋대로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불교』(자현 스님 지음)를 읽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쉽다는 것은 책을 많이 팔기 위한 출판사의 과장일 수도 있지만 이 책은 쉽고 재미있다. 저자의 공부 편력이 대단하다. 자현 스님은 불교학과 석사, 동양철학과 석사, 철학과 박사, 미술사학과 박사, 미술학과 박사, 역사교육학과 박사, 국어교육학과 박사, 미술학과 박사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물론 주로 불교와 관련된 영역이긴 하다. 공부를 제대로 많이 하면 말과 글이 쉬워지는 모양이다. 글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내용을 만나면 기쁘다. 이 책을 읽다가 마음에 쏙 들어오는 한 문단을 만났다. 신은 자의적이다. 그러나 법칙은 보편타당성을 가진다. 이런 점에서 신에게는 잘 보이기 위한 찬양만이 존재한다면, 법칙의 접근에는 분석과 추구라는 .. 2025. 1. 3. 피자 새해 첫날 대학 동기 친구가 친구들에게 새해 선물로 피자 열 판을 쏘았다.얼굴피자주름피자허리피자무릎피자어깨피자가슴피자다리피자온몸피자마음피자 열 판인데, 한 개가 생각나지 않는다. 아니, 적어 놓은 아홉 개도 그 친구가 말한 것과 다를 수도 있다. 한 판이 남았는데, 무엇을 피면 좋을까 곰곰이 생각한다. 구부리고 웅크리기만 해서 안 좋은 게 뭐가 있을까. 한 번 활짝 펴보고 싶은데 펴지 못해 본 것, 뭐가 있을까. 꿈을 펴자? 단어 운율이 맞지 않네. 희망피자? 행복피자? 팔자피자? 에라 모르겠다. 에라피자? 그냥 무심하고 소심하게 그냥피자? 마구피자? 할 수 없다 격과 운을 마주려면 이마피자! 세상을 주름잡아 보고 싶은 욕망도 있었다. 주름 한 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했는데, 이제 주름을 그냥 펴야 하는 .. 2025. 1. 2. 새해 복 새해 복은새해맞이 일찍 오는 순서대로 준단다나는 아예 가지 않으니 해마다 나한테 남아돌아오는 새해 복은 없는가 새해 아침에 뜨는 해는어제 떴던 해와 다르고 내일 뜰 해와도 다르단다 새해 아침에 새벽같이 나서서바닷가로 가거나산 높이 올라서볼 수 있는 한 가장 처음 떠오르는 해를 맞이해보겠다는그 마음이 새해 복이 아닐까 나는 여전히 별 복도 없으면서복에 주린 사람들 먼저 새해 복 많이 가져가고집 방구석에 햇빛이 들어올 때까지도남아 있는 새해 복이 있다면 그 복을 받아도 안 받아도 그만이라는 자세로새해 아침이라 더욱 새롭게 느긋하다 이 또한 새해 복이 아닐까 새해 아침, 새해 해맞이는 갈 생각도 않고 아침 일찍 일어나 책을 읽는다. 매일 하는 천자문 16자, 이성복의 시론 『무한화서』 한 문단을 필사한다. 자.. 2025. 1. 1. 이전 1 2 3 4 5 6 7 ··· 7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