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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움275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 -『맡겨진 소녀』(클레어 키건)을 읽고 어릴 때, 열 살도 채 되지 않은 시절에 남의 집에 맡겨진다면 어떨까. 대체로 낯설고 불편하고 불안하고 외롭고 서먹하고, 엄마 아빠와 형제자매가 그리울 것이다. 맡겨진 집이 훨씬 풍족해도, 더 누추하고 옹색하고 부족한 자기 집에 하루빨리 돌아가고 싶을 것이다.  『맡겨진 소녀』(원제:foster)의 주인공 소녀는 어머니가 동생을 출산하는 등의 가정 형편 때문에 여름 한 철 외가쪽의 친척 집에 맡겨진다. 맡겨진 집의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느껴보지 못한 다른 무엇을 느끼게 해준다.  소녀는 맡겨진 첫날 ‘묘하게 무르익은 산들바람이 마당을 가로지름’을 느낀다. 그 집의 우물 물을 여섯 잔이나 마시면서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 아빠.. 2024. 9. 14.
멸종 벌겋게 말라죽어가는 소나무하루가 다르게 타들어 이 산 저 산에 번지는 붉은 소나무 일송정 푸른 솔도 말라가고남산 위에 철갑을 두른 듯한 저 소나무도 말라간다 한치의 흔들림도 흐트러짐도 없이도망가지 않고 물러섬도 없이 꼿꼿하고 의연하게 말라간다죽음도 삶이라는 듯 2024. 9. 13.
모든 것은 변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박웅현의 『여덟 단어』를 읽었다. 저자는 ‘이십여 명의 20, 30대 들과 함께 만나 젊음에 필요한, 아니 살아가면서 꼭 생각해봐야 하는 여덟 가지 키워드에 대해서’ 말한다. 추석 때 아들과 딸을 만나면 권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존(自尊), 본질(本質), 고전(古典), 견(見), 현재(現在), 권위(權威), 소통(疏通), 인생(人生).  이 여덟 단어는 다음 한 문장으로 꿸 수 있다. “모든 것은 변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이 문장을 패러디하여 여러 가지를 말해볼 수 있다. 모든 사람은 다르지만 아무도 다르지 않다. 모든 인간은 완전하지만 아무도 완전하지 않다. 모든 날씨는 다르지만 어떤 날씨도 다르지 않다. 인생의 모든 길은 전인미답(前人未踏)이지만 어떤 삶의 길도 전인미답은 아니다.  .. 2024. 8. 31.
호랑이 꼬리를 밟듯이-이행(履行)의 태도 『친애하는 슐츠 씨』를 읽었다. ‘오래된 편견을 넘어선 사람들’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편견(偏見)은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다. 단지 생각으로만 그친다면 문제될 리 없다. 치우치게 보고 상대하며 그에 따른 문화와 제도를 만드는 데 문제가 있다. 편견은 ‘차별’이다.  책 제목에 나오는 슐츠는 찰스 슐츠다. ‘피너츠’의 작가다. ‘피너츠’는 슐츠가 1950년 10월 2일부터 2000년 2월 13일까지 신문지상에 연재한 4컷 만화이다. 구독자 3억 5500만 명이 넘는 만화계의 전설이다. 75개국 2,600종의 매체에 연재되었다. ‘피너츠’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찰리 브라운, 샐리 브라운, 스누피, 라이너스 반 펠트, 루시 반 펠트, 슈레더, 마시, 우드스톡, 픽펜, 플랭클린 등이다. 플랭.. 2024. 8.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