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은
새해맞이 일찍 오는 순서대로 준단다
나는 아예 가지 않으니
해마다 나한테 남아돌아오는 새해 복은 없는가
새해 아침에 뜨는 해는
어제 떴던 해와 다르고
내일 뜰 해와도 다르단다
새해 아침에 새벽같이 나서서
바닷가로 가거나
산 높이 올라서
볼 수 있는 한
가장 처음 떠오르는 해를 맞이해보겠다는
그 마음이 새해 복이 아닐까
나는 여전히 별 복도 없으면서
복에 주린 사람들 먼저 새해 복 많이 가져가고
집 방구석에 햇빛이 들어올 때까지도
남아 있는 새해 복이 있다면
그 복을 받아도 안 받아도
그만이라는 자세로
새해 아침이라 더욱 새롭게 느긋하다
이 또한 새해 복이 아닐까
새해 아침, 새해 해맞이는 갈 생각도 않고 아침 일찍 일어나 책을 읽는다. 매일 하는 천자문 16자, 이성복의 시론 『무한화서』 한 문단을 필사한다. 자현 스님의 『세상에서 가장 쉬운 불교』를 조금 읽는다. 다시 이번 달 독서 모임 도서로 정해진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의 서론을 읽다가 다시 인상적인 문장을 필사해본다.
단톡에서는 새해 인사가 카톡거린다. 그 새해 인사들 중에는 정연복의 ‘새해맞이’라는 시도 있다. 그 시에 답장 비슷하게 올리다 좀 길어졌다. 나도 ‘새해 복’이라는 시같지 않은 시를 지었다. 아니, 그냥 카톡에 올린 답장을 스스로 ‘시 한 편’이라고 내가 스스로 인정해버렸다.
2025. 1. 1. 66별챌8기-1일
(공백 포함 673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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