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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상(想像理想) 이야기/책 한 권 읽고 글 한 편 쓴다

신은 제멋대로다

by 두마리 4 2025. 1. 3.

세상에서 가장 쉬운 불교(자현 스님 지음)를 읽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쉽다는 것은 책을 많이 팔기 위한 출판사의 과장일 수도 있지만 이 책은 쉽고 재미있다. 저자의 공부 편력이 대단하다. 자현 스님은 불교학과 석사, 동양철학과 석사, 철학과 박사, 미술사학과 박사, 미술학과 박사, 역사교육학과 박사, 국어교육학과 박사, 미술학과 박사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물론 주로 불교와 관련된 영역이긴 하다. 공부를 제대로 많이 하면 말과 글이 쉬워지는 모양이다.

 

글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내용을 만나면 기쁘다. 이 책을 읽다가 마음에 쏙 들어오는 한 문단을 만났다.

 

신은 자의적이다. 그러나 법칙은 보편타당성을 가진다. 이런 점에서 신에게는 잘 보이기 위한 찬양만이 존재한다면, 법칙의 접근에는 분석과 추구라는 이성적인 노력이 존재한다. 로마 시대 신학자인 테르툴리아누스는 나는 불합리하기 때문에 믿는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러나 석가모니는 합리적이지 않다면, 내 가르침이라도 버려라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칙, 보편타당성, 분석, 추구, 이성, 합리 이런 것들은 모두 인간의 영역이다. 인간은 보다 높은 이성적 능력을 통해 보다 높은 합리와 보편타당성을 꿈꾼다. 그러나 완벽한 합리에는 도달할 수 없다. 그것이 인간의 한계이고, 그래서 인간이다.

 

완전한 합리에 도달하면 그것은 신이 되는가. 합리가 인간의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100퍼센트 된다고 하더라도 신은 아니다. 인간이 믿는 신은 인간적이다. 신은 보통의 인간만큼도 합리적이지 않다.

 

신은 제멋대로다. 도와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편파적이다. 자신을 믿는 사람만 도와준다. 신은 무자비하다. 불쌍하다고 또는 착하다고 그 사람만 더 우선적으로 도와주지 않는다. 사람들은 신을 만나러 교회에 가고, 절에 가고, 무당을 찾아가고, 철학관을 찾아간다. 기도나 불공의 결과가 100퍼센트 합리적인가. 그렇다면 그것을 우리는 기적이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족집게 무당이 있고, 소름 끼치게 잘 맞추는 철학관이 있다고 하지만 그들이 예언하는 말들이 100퍼센트 적중하는 경우는 없다.

 

믿음은 왜 필요한가. 의심을 하기 때문에 필요하다. 100퍼센트 투명하여 의심의 여지가 1도 없는데 믿음이 필요하겠는가. 불합리하기 때문에 믿음이 필요하다. 불합리한 신은 자연과 많이 닮아 있다. 사람들의 선악을 분별하여 태풍이 불고 지진이 일어나고 벼락이 치는가. 자연현상이나 기후는 인간의 이성적 노력이나 도덕성과는 무관하게 발생한다.

 

인간사 중에서 신의 영역만큼 불합리한 것은 없다. 그래서 신에 대한 믿음이 제일 강하다. 신의 불합리성은 의심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일방적인 찬양과 큰 믿음이 필요하다.

 

별별챌린지 83일차 (공백 포함 1,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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