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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파동168

오늘은 뭘 쓰지 별별챌린지 마감 시간이 한 시간도 채 안 남았다. 아침부터 오늘은 뭘 쓸까 생각한다. 수영장에 가면서 아파트 정원에 자라는 풀과 나무들을 본다. 전체적으로는 울긋불긋 단풍이 들고 있다. 단풍이 들지 않고 그냥 말라버리는 나뭇잎도 작년에 비해 많다. 명자꽃은 잎이 다 졌는데 봄인줄 알고 새잎이 몇 개 나 있다. 소바우공원에는 꽃을 피운 개망초도 여기저기 보인다. 쑥은 봄처럼 제법 수북하게 자라 있다. 수영장에서 오는 길에도 뭘 쓸까 생각한다. 소바우공원 너머 산골짜기 쪽으로 무지공원을 조성하고 있는데 공사기한이 10월 26일까지였는데, 아직도 공사 중이다. 공사 내용을 안내하고 공사 기간 동안 안전에 협조를 바란다는 플래카드는 며칠 전에 없어졌다. 아파트로 올라오는 계단 옆으로 대나무가 있다. 대나무꽃이 .. 2023. 11. 10.
돼지감자 돼지감자를 처음 먹었을 때를 잊지 못한다. 수년 전 제주도 청재설헌에 갔을 때 조식 반찬에 돼지감자가 들어 있었다. 식감이 아삭한 게 적당히 연하고, 맛이 깨끗하고 담백했다. 돼지감자는 맛없고 못생겼는데, 건강을 위해서 억지로 먹는 줄만 알았다. ‘이렇게 맛있는 걸 왜 안 먹은 거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돼지감자는 농사에 신경쓸 게 없다. 한 번 심어놓고 그 다음 해부터는 캐 먹기만 하면 된다. 잘 번지고 그 어떤 잡초보다 생명력이 좋다. 다른 작물을 재배하지 않는 땅에 심으면 좋다. 자꾸 번져 나가지 않는 제한적인 땅에 심으면 좋다. 생으로 독특한 맛과 향기가 없는 너무 순수한 맛이다. 샐러드에 넣어 먹어도 좋다. 많으면 김치를 담아 먹어도 맛있다. 썰어 말려서 볶으면 아주 구수한 차가 된다. 돼지감.. 2023. 11. 9.
양파 며칠 전 양파 심으려고 두둑을 만들고 비닐 멀칭을 해놓았다. 너무 가물어 땅이 습기가 별로 없다. 비 오기를 기다렸다. 지난 주 토요일부터 있던 비 예보가 올 듯 말 듯 뒤로 밀렸다. 지난 월요일에야 비가 제대로 왔다. 오늘 밭에 가보니 비가 흠뻑 왔다, 삼일우(三日雨)처럼. 미적거리다 보니 양파 모종 심을 시기를 놓치겠다 싶었다. 모종을 사면서 언제까지 모종을 나오냐고 물었다. 이번 주말 지나면 모종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3단을 샀다. 1단에 300포기쯤 될 거라고 했다. 오늘 900포기쯤 심은 셈인데, 반 정도 심은 것 같다. 양파를 캐지 않고 놔두면 그 다음해 봄에 너다섯 쪽으로 갈라져 싹이 올라온다. 동그란 양파가 대여섯 포기로 갈라져 다시 커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양파는 까도 까도 계속 같은.. 2023. 11. 8.
고구마 저녁 늦게 모자란 저녁 삼아 군고구마를 혼자서 먹는다 까마득하게 오래된 시간의 두께만큼 두툼한 생생함으로 떠오르는 어릴 적 고구마 겨우내 작은방 한 켠에 그득했던 하루에 몇 개씩 군것질로 구워먹어도 점심 때 종종 묵은 김치 콩나물 식은밥 갱시기 삶은 감자와 같이 먹던 고구마 둥근 식탁에 둘러 앉아 함께 먹던 아버지, 어머니 이제 안 계시고 형님, 누나, 동생들 일 년에 한 두 번 몇 년에 한 두 번 볼까 그때 그 자리에 없었던 조카들 자식들도 요즘은 일년에 두어 번 볼까 어릴 적 온 식구가 둘러 앉아 같이 먹던 고구마 저녁 늦게 모자란 저녁 삼아 혼자 먹는다, 꿀맛이다 꿀고구마 2023. 1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