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에서 중천건괘(重天乾卦䷀)는 소성괘 건괘(乾卦☰) 두 개가 거듭된 괘이다. 오행으로 보면 건괘는 금(金)이다. 건(乾)은 창조적 우주이며 자강불식하는 강건함을 상징한다. 괘사는 원형이정(元亨利貞)이다. 나고 자라고 이루어지고 수렴되는 춘하추동의 4덕이 모두 다 있다.
하지만 인간사의 점괘로 본다면 여섯 개 모두 양효로 강건하기만 한 상태, 꽉 차기만 해서 빈틈과 여유가 없는 사람으로 볼 수도 있다. 또 강건한 강건한 사람이 만나면 더욱 강건해지기도 하지만 서로 다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서로 유연하거나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오행으로 봐도 의미가 유사하다. 금(金)은 영글고 단단한 기운이다. 쇠같이 단단한 것이 부딪치면 싸움이 일어난다.
중지곤괘(重地坤卦䷁)는 소성괘 곤괘(坤卦☰) 두 개가 거듭된 괘이다. 곤(坤)은 수용적 우주다. 하늘의 기운을 받아 수용하고 또 토(吐)하듯 지상의 생명체를 생산해낸다. 오행으로 하면 토(土)이다. 괘사를 보면 곤괘처럼 나고 자라고 이루어지는 원형이(元亨利)의 덕에 빈마지정(牝馬之貞)의 덕을 가진다. 빈마지정은 암말의 바름(저장, 수렴)이다. 즉 건괘와 같은 덕을 가지되, 암컷으로서의 덕이다. 암수가 따로 있는 생명체에서 수컷이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암컷이 없으면 생명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곤괘는 그 다음 괘사가 재미있다. ‘군자가 가는 바가 있으니 먼저 하면 혼미하고 뒤에 하면 얻어서 이익을 주관한다. 서남에서 벗을 얻고 동북에서 벗을 잃으니 편안하고 바르게 해야 길하다’ 곤(坤)의 상황에 실행하는 바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실행하는데 먼저 앞장서서 하면 해매게 되고 뒤에 해야 얻는 바가 있어 이익을 주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람이 부드럽고 수용적인 성향의 사람은 먼저 앞에 나서서 일을 하기 보다는 뒤에 해야 얻는 것이 많고 일을 잘한다.
서남에서 벗을 얻고 동북에서 벗을 잃는다는 말은 주역이 만들어지던 당시의 서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후천팔괘도에서 보면 서남 방향에는 곤괘가 있고 동북 방향에는 간괘가 있어 벗을 얻고 벗을 잃는다고 말할 수 있다. 현대적 의미로 보면 땅과 같이 수용적인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인간 관계를 넓히는 것이 이롭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오행으로 보면 토(土)와 토(土)는 상생하여 더 넓고 더 높은 땅을 만든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겉으로 볼 때는 그렇고, 실상은 오해와 음모가 있거나 아름답지 못한 관계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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