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고등학교 개교 초기의 이야기이다. 기숙사 난방을 천장에 일체형 냉난방기로 설치했다. 한 방에 2층 침대 두 개 네 명씩 들어가는 방이었다. 추운 겨울날 천장에 달린 난방기를 밤새도록 틀어도 온기가 밑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2층 침대에 있는 학생은 뜨거운 열기에 마르고 아래층에 있는 학생들은 밤새도록 추위에 떨었다. 며칠이 지나자 학생들의 몸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부랴부랴 바닥에 전기판넬온열장치를 설치했다. 학생들이 모두 바닥에 내려와 잔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 바닥에 보일러 난방을 한 교실이 한 칸 있었다. 추운 겨울날 그 교실에서 바닥 난방을 틀어놓고 수업한 적이 있었다. 학생들도 교사도 너무나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좋았다.
지금도 사무실이나 교실과 같이 잠을 자지 않는 공간의 난방은 냉방이 함께 되는 일체형 시스템으로 하고 있다. 냉방기를 천장에 설치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적절하다. 하지만 난방기를 천장에 설치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부적절하지 그지 없다. 설치나 관리의 용이함 때문에 이렇게 한다. 자본의 힘이 과학과 건강을 무시하고 수단이 목적을 짓밟아버린 결과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일 잠을 자는 공간에 바닥의 보일러 난방 없이 일체형 냉난방기만 천장에 설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난방기를 천장에 설치하면 열 효율이 엄청나게 낮다. 하루 종일 난방기를 돌려도 다리와 발을 시리고 춥다. 뜨거운 공기가 위에만 머물기 때문이다.
요즘은 중국, 일본, 유럽 등 난방이 필요한 지역의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의 온돌식 보일러가 인기가 많다고 한다. 연료비가 많이 감축된다고 한다. 벽난로가 보기에는 멋있고 낭만적인 면은 있다. 그런데 바닥 보일러 없이 벽난로만으로 난방을 한다면 지극히 어리석인 짓이다. 좋게 말하면 야생적이고 내한성을 길러 준다고 말할 수는 있다.
과학적이고 난방비도 절감할 수 있는 온돌 문화가 우리나라에만 있었다는 게 참으로 신기하다. 알면서도 안 했다면 삶의 터전이 안정적이지 않았거나 연료가 풍부했거나 게을렀기 때문이리라.
주역(周易)의 괘들을 보면서 온돌 난방이 떠올랐다. 63번째 괘인 수화기제(水火旣濟䷾)다. 물로 상징되는 감괘(坎卦☵)가 위에 있고 불로 상징되는 리괘(離卦☲)가 아래에 있다. 오행(五行)으로 보면 물은 불을 극(剋)한다. 물이 불 위에 있으면 불을 꺼버린다. 물론 불이 아주 강하고 물이 약하면 그 물도 불이 말려버린다. 그렇다고 홍수가 났는데 불을 피워서 홍수를 건조시키는 미친 짓은 하지 않는다.
후천팔괘에서 물과 불은 세상의 중심 축이다. 인간의 문명에서 물을 용기 속에 넣고 그 용기를 불로 데우는 방식이 많다. 물과 불은 상극의 속성이 있지만 매개를 잘하면 어떤 것보다 좋은 상생(相生)이 이루어진다. 물의 본질은 아래로 내려가고, 불의 속성은 타오른다. 위로 올라가려는 것은 아래에 있어야 하고, 아래로 내려가려는 것은 위에 두어야 한다. 수화기제는 ‘이미 건넘’이고 ‘완성’을 상징하는 괘다. 여섯 개의 효사가 이루는 음양의 조화도 완벽하다. 냉난방의 원리는 기원전 3,000년 경에 만들어졌다는 주역 속에 있다. 주역(周易)도 동이족이 만들었다는 설에 공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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