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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으로 글쓰기/글쓰기로 자강불식하는 주역(두마리)

주역(周易)과 삶의 무늬(1)

by 두마리 4 2024. 2. 6.

주역을 점술(占術)로만 배우면 인문(人文) 즉 삶의 무늬가 주는 감동과 깨달음을 느끼기 힘들다. 타로, 명리, 기문둔갑, 육효점 등이 점술로서는 효율성이 높을지 몰라도 인문학의 재미는 별로 없다. 물론, 주역(周易)과 명리학(命理學)에 바탕하고 있는 여러 가지 점술들도 인문학적 통찰이 있어야 해석과 처방을 잘할 수 있다.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가만히 있는데 운명대로 될 리가 없고, 노력하는데도 타고난 상황이 그대로인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주역의 괘사와 효사, 단전과 상전에 있는 좋은 말들을 뽑아 보았다. 잠룡물룡(潛龍勿用). 못 속에 잠긴 용이니 쓰지 말아야 한다. 10대 때까지 가져야 처세라 할 만하다. 배우고 익히고 준비하는 시기이다. 종일건건(終日乾乾). 하루 종일 굳건하게 한다는 뜻이다. 어느 정도 경륜이 쌓였으며 기운도 왕성한 20대에 가질만한 태도이다. 혹약재연(或躍在淵). 혹 뛰어올랐다가 다시 못에 돌아온다는 뜻이다. 스스로 설 많한 삼십 대에 가질만한 태도이다. 역량이 쌓였으면 어느 정도 먹혀들 수 있는지 시도를 한번씩 해봐야 감을 잡을 수 있다. 항룡유회(亢龍有悔). 지나치게 높은 용은 뉘우침이 있다는 뜻이다. 중천건괘의 핵심어구이다. 사전에도 한자성어로 나온다. 중천건괘의 효사를 보고 있으면 인생의 과정이 떠오른다. 잠룡(潛龍), 현룡(見龍), 종일건건(終日乾乾), 비룡(飛龍), 항룡(亢龍). 사람은 생로병사(生老病死)와 생장수장(生長收藏)의 섭리를 벗어날 수 없기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

 

원형이정(元亨利貞). ()은 시작이고 통솔이다. 원형이정(元亨利貞)에서 근본이고 으뜸이다. 봄의 기운이다. ()은 형체를 갖춤이다. 성장하고 자람이고 펼침이다. 여름의 기운이다. ()는 이룸이고 성숙이고 이로움이다. 가을의 기운이다. ()은 응축이고 완성이고 정고(貞固)함이다. 겨울의 기운이다. 자강불식(自强不息). 스스로 굳세게 하여 쉬지 않는다. 45억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은 태양이나 지구처럼 강건함 그 자체다. 인간은 다만 그를 본받아 강건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이견대인(利見大人). 대인을 봄이 이롭다. 문제가 있거나 어려운 일을 결단해야 할 때, 전문가나 통찰력이 있는 훌륭한 분에게 도움을 구하는 일은 늘 이롭다. 동성상응(同聲相應). 같은 소리는 서로 응한다. 동기상구(同氣相求). 같은 기운끼리 서로 구한다. 자신과 성격이나 취향이 맞는 사람과의 인관 관계를 넓혀야 한다. 특히 외롭고 힘들 때는 더 그렇다.

 

선미후득(先迷後得). 먼저 하면 해매고, 뒤에 하면 얻게 된다. 일이나 상황의 성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앞장 서서 하거나 서두르면 헛갈리고 흐리멍덩하게 된다. 특히 성격이 수동적일 때는 더 그렇다. 이상견빙지(履霜堅氷至). 단어. 서리를 밟을 때가 되면 얼음이 얼 때도 곧 닥친다는 뜻으로, 어떤 일의 징후가 보이면 머지않아 큰일이 일어날 것임을 이르는 말이다.

 

적선지가(積善之家). 단어. 착한 일을 쌓은 집. 명심보감에도 나온다. 뒤따라 오는 구절이 필유여경(必有餘慶)이다. 착한 일을 쌓은 집에는 반드시 남아서 후손까지 가는 좋은 일이 있다. 이섭대천(利涉大川). 큰 내를 건넘이 이롭다. 큰 내를 건너려면 그만큼의 역량이나 고통이 따른다. 건넜을 때는 이로움도 그만큼 크다. 불리섭대천(不利涉大天)이란 말도 많이 나온다. 대인을 보는 것은 언제나 좋지만, 큰 내를 건너는 것은 역량이나 상황에 따라 이로움이 없을 수도 있다.

 

밀운불우(密雲不雨). 빽빽하게 구름은 끼었으나 비는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적(最適)의 때가 오기 직전으로 조금 더 기다리면서 명분이나 역량을 조금씩 쌓을 때이다. 색색종길(愬愬終吉). 두려워하고 두려워하면 마침내 길하다. 무왕불복(无往不復). 간 것은 돌아오지 않는 것이 없다. 기망기망계우포상(其亡其亡繫于苞桑). 망할까 망할까 두려워하며 늘 위태로운 마음을 가지면 무더기로 난 뽕나무 뿌리에 매어 놓은 것처럼 견고하여 뽑히지 않을 수 있다. 자천우지(自天祐之) 하늘로부터 돕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과 비슷하다.

 

열네 번째 괘인 화천대유(火天大有䷍)까지 살펴봤다. 사전에 하나의 낱말로 등재된 것들이 많다. 주역(周易)이 다른 점술(占術)과 달리 인문적인 의리(義理)가 풍부하다. 길하든 흉하든 삶은 늘 변한다. 길하면 그것을 지속할 수 있는 삶의 자세를 말해 주고, 흉하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편으로서의 태도와 덕목을 말해준다. 그래서 주역을 지도자의 리더십이나 수련의 덕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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