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컵 축구대회 한국과 사우디의 16강전. 전후반 1:1로 비겨 승부킥을 하게 됐다. 어느 골대에서 승부킥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 동전을 던졌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 중 어느 면이 나올지는 모른다. 동전 던지는 기술을 아무리 연습해도 속임수나 마법이 없다면 계속 어느 한쪽만 나오게 할 수는 없다.
사우디 관중은 4만여 명이고, 한국 관중에 수십 명에 지나지 않았으리라. 한국 선수들은 한국 쪽의 골대에서 하게 되기를 바랐으리라. 동전 던지기 결과 한국 선수 쪽 골대에서 승부킥을 하게 됐다. 행운이 한국 편이었나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온전히 똑같은 조건은 없기 때문에 어느 쪽의 코트를 쓰는가, 또는 어느 팀이 먼저 킥을 하느냐, 누가 서브를 넣는가 등은 동전 던지기로 결정한다.
동전 던지기는 우연하게 결정되는 것이다. 그래서 공정하다. 우연하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과적이고 작위적인 조종이 있다면 필연적이어서 불공정하게 된다. 윷놀이, 복권, 화투나 카드 등 노력에 비례하거나 그 댓가로 인한 결과가 아닌 것은 모두 행운(幸運)이다.
어쩌면 될 때까지 하는 것은 행운이 아니다. 네잎 클로바가 행운이라고 해서 그것을 찾을 때까지 몇날 며칠을 계속 찾고 다니면 행운이라고 할 수 없다. 타로점이든 주역점이든 좋은 카드나 괘가 나올 때까지 계속 하면 그것을 운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주역의 산수몽괘 괘사에 ‘처음 점치거든 알려주고, 두 번 세 번 물으면 더립히는 것이니, 더럽히면 알려주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사람이든 천지신명이든 물음에 분명하게 대답했는데 같은 물음을 또 묻고 또 물으면 모독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사주팔자도 동전 던지기처럼 우연하게 결정된 것이다. 부모, 남녀의 성별, 형제자매와, 친구 관계도 인과적인 노력에 따라 만남이 시작된 것이 아니다. 연인과의 만남도 우연적이다. 사랑하게 되면 필연적인 만남이라고 믿고 싶어질 뿐이다. 물론 이런 관계에 인간의 감각과 사고로 알 수 없는 힘이 어느만큼 작용하는지는 모른다.
인생에서 인과적인 노력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 부분과 합리적인 사고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에 여전히 사람들은 점을 치고, 기도를 한다.
점(占)이나 기도(祈禱)는 참 모순적이다. 점(占)의 결과가 절대적으로 맞다면 점을 더 이상 칠 필요가 없다. 또 기도하는 대로 모두 실현된다면 더 이상 기도할 필요가 없어진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삶에 개입하는 신(神)이 있다면 신(神)을 더 이상 믿을 필요가 없어진다.
점사(占辭)가 용할수록 그에 대한 신뢰도 높아진다. 하지만 그만큼 점사에 구속되고 그 위험도 또한 높아진다. 점사가 용하지 않을수록 신뢰도는 떨어지지만 그만큼 그에 구속되지도 않고 위험하지도 않다. 합리적인 사고로 알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점(占)을 쳐 보는 것은 심리적 자신감에 좋은 영향을 준다. 잘 될 것이라고 믿으면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잘 안 될 수도 있다는 점괘가 나온다면 조심하거나 더 열심히 하게 되기 때문에 나쁠 것이 없다.
(공백 제외 1,112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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