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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열전8

전쟁 지구 생태계에 인간이라는 종은 참 특이하다. 나도 인간의 한 개체이지만, 높은 산에서 인간의 서식지를 보고 있으면 놀랍기 그지 없다. 문명이라고 이름하는 건물, 도로, 온갖 물건과 도구들의 끝은 어디일까. 문명의 끝은 없는가. 지구를 넘어 우주 공간으로 확대 발전해가기만 할까. 다른 어떤 생명체도 하지 않는 것을 인간은 많이 한다. 전쟁도 참 이해하기 어려운 인간의 행위이다. 인류의 평화를 늘 말하면서 한편으론 대량 살상 무기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전쟁을 벌인다. 이제는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한 번에 끝장낼 수 있는 핵무기도 보유하고 있다. 안 해도 될 것은 전쟁을 한다. 끝내도 될 것 같은 전쟁을 계속하기도 한다. 무기를 소비하기 위한 것인가. 생산한 무기를 팔아먹기 위한 것인가.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2024. 2. 24.
바탕과 그림 사기열전의 중니열전(仲尼列傳)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중니는 공자의 자(字)이다. 자(字)는 성년식인 관례(冠禮) 이후에 본 이름 대신에 부르는 이름이다. 중니열전은 공자의 핵심 제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하(子夏)가 물었다. “‘고운 미소에 팬 보조개, 아름다운 눈에 또렷한 눈동자, 흰 바탕에 여러 색깔 그렸구나.’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무슨 뜻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 이후의 일이다.” 자하가 여쭈었다. “예(禮)는 나중에 온다는 것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비로소 너와 더불어 「시」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구나.” 『논어(論語)』의 팔일(八佾)에 나오는 내용을 사마천이 인용한 것이다. 팔일(八佾)은 팔일무(八佾舞)에서 온 말이다. 팔일무는 일무(佾舞)의 하나로 악생(樂.. 2024. 2. 19.
교사불여졸성(巧詐不如拙誠) 『강의』(신영복) ‘10장 법가와 천하 통일’ 내용 중 ‘한비자’에 대해 인용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악양식자(樂羊食子). 악양이라는 위나라 장수가 중산국을 공격했다. 때마침 악양의 아들이 중산국에 있었다. 중산국 왕이 그 아들을 인질로 삼아 공격을 멈출 것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중산국 왕은 드디어 그 아들을 죽여 국을 끓여 악양에게 보냈다. 악양은 태연히 그 국을 먹었다. 위나리 임금이 도사찬(堵師贊)에게 악양을 칭찬하여 말했다. “악양은 나 때문에 자식의 고기를 먹었다.” 도사찬이 대답했다. “자기 자식의 고기를 먹는 사람이 누구인들 먹지 않겠습니까?” 악양이 중산에서 돌아오자 위나라 임금 문후는 그의 공로에 대하여 상은 내렸지만 그의 마음은 의심했다고 한다. 노나라 삼환의 한 사람인 맹손이 .. 2023. 9. 24.
착한 이가 곤경에 빠지는 것이 하늘의 도인가 요임금이 허유(許由)에게 천하를 물려주려고 하자, 허유는 받지 않고 그런 말을 들은 것을 부끄러워하며 달아나 숨어버렸다. 백이와 숙제는 고죽국 군주의 두 아들이다. 아버지는 아우인 숙제에게 뒤를 잇게 할 작정이었다. 아버지가 죽자 숙제는 왕위를 백이에게 양보하려 하자 백이는 달아나버렸다. 숙제도 달아나버리는 바람에 그 중간의 아들이 왕위를 계승했다. 주 무왕이 은 주왕(紂王)을 치려하자 백이와 숙제는 아버지 장례도 치러지 않고 전쟁을 치르는 것은 효(孝)가 아니고, 신하로서 군주를 치는 것은 인(仁)이 아니라며 말렸다. 무왕의 신하가 백이와 숙제를 죽이려 하자, 태공이 의로운 사람이라고 살려주었다. 주 무왕이 은나라를 평정하자 백이와 숙제는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만 먹다가 굶어죽었다. 공자는 제자 중에 .. 2023. 8.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