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태계에 인간이라는 종은 참 특이하다. 나도 인간의 한 개체이지만, 높은 산에서 인간의 서식지를 보고 있으면 놀랍기 그지 없다. 문명이라고 이름하는 건물, 도로, 온갖 물건과 도구들의 끝은 어디일까. 문명의 끝은 없는가. 지구를 넘어 우주 공간으로 확대 발전해가기만 할까. 다른 어떤 생명체도 하지 않는 것을 인간은 많이 한다.
전쟁도 참 이해하기 어려운 인간의 행위이다. 인류의 평화를 늘 말하면서 한편으론 대량 살상 무기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전쟁을 벌인다. 이제는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한 번에 끝장낼 수 있는 핵무기도 보유하고 있다. 안 해도 될 것은 전쟁을 한다. 끝내도 될 것 같은 전쟁을 계속하기도 한다. 무기를 소비하기 위한 것인가. 생산한 무기를 팔아먹기 위한 것인가.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인가.
단지 이기고 지는 것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게 문제라면 많은 죽거나 다치고 건물들이 파괴되는 전쟁을 굳이 일으키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수단들이 많지 않은가. 사기열전에 나오는 자공의 전쟁 논리가 흥미롭다.
제나라 대부 전상이 제나라에서 반란을 일으키려고 했으나, 제나라에서 세력이 큰 고씨, 국씨, 포씨, 안씨를 두려워하여 그들의 군대를 합쳐 노나라를 치기로 했다. 이 소식을 들은 공자가 제자들에게 노나라를 구하러 자를 구한다. 자공이 나선다.
자공은 전상에게 노나라는 작고 약하고 허술한 약소국이라 치기 어렵고, 오나라는 병사와 무기가 훌륭하고 대신들도 현명한 강대국이라 치기 쉽다고 말한다. 전상은 화를 내며 일반적인 상식과 반대로 말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러자 자공이 전상에게 말한다. 나라 안에 걱정거리가 있으면 강한 적을 공격하고, 나라 밖에 걱정거리가 있으면 약한 적을 공격한다. 지금 당신이 약한 노나라를 쳐서 이기면 왕은 더욱 교만해지고 대신들의 위세는 높아지고 신하들은 방자해져 서로 권력을 다투게 된다. 반면에 강한 오나라를 공격하여 이기지 못하면 백성은 나라 밖에서 죽고, 대신들의 지위는 약화되어 강한 신하가 없어지고 백성들의 비난도 받지 않게 되어 제나라를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다.
전쟁은 권력을 유지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 아닐까. 실제 전쟁을 하지 않아도 전쟁이 곧 일어날 것 상황을 만들어 유지시키는 것도 권력을 유지하는 데 좋은 수단이 될 것이다. 전쟁 중이거나 곧 전쟁이 일어날 상황인데, 국민들이 자신의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정부에 항의할 수 있을까. 가장 강한 나라인 미국을 적으로 삼고, 언제든지 전쟁을 해야 될 것 같은 준전시 상황을 늘 유지하는 북한이야말로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2년 동안 전쟁을 계속 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의 경우도 각자 나라 안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뿐만 아니라, 현대는 글로벌한 시대라 전쟁을 하고 있는 두 나라 외에도 이해 관계가 걸려 있는 나라들이 많을 것이다. 아무튼 전쟁을 해도 푸틴이나 젤렌스키를 비롯한 고위 관료들은 죽지 않는다. 두 나라 모두 뭔가 남는 게 있으니까 전쟁을 계속 하는 게 아닐까.
'상상이상(想像理想) 이야기 > 책 한 권 읽고 글 한 편 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움받을 용기 (1) | 2024.02.26 |
---|---|
통달(通達)과 소문(所聞) (0) | 2024.02.25 |
죽으면 살까 (1) | 2024.02.08 |
쉽고 재미있는 주역 (0) | 2024.02.03 |
조르바의 자유 (2) | 2024.01.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