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챌린지312 아피오스 지난 주말에 아피오스를 캤다. 3월말인데 벌써 싹이 나고 있다. 10월에서 3월까지 수확하는데 올해는 좀 늦었다. 온난화의 영향인 듯하다. 꽃들이 피는 것도 2주 정도 빠른 것 같다. 매화, 동백, 산수유, 진달래, 목련, 조팝, 벚꽃, 수수꽃다리(라일락)……. 많은 꽃들을 거의 한꺼번에 보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꽃들도 유난히 화사하고 찬란하다. 지난해 가을 단풍도 유난히 울긋불긋 화려하고 빛깔이 선명했다. 온통 꽃들이 만발하여 온 몸을 꽃비로 흠뻑 젖실 만큼 꽃 기운 가득한데 미치도록 슬퍼지는 것은 왜일까. 지난 가을 단풍 보며 느꼈던 ‘찬란한 슬픔’을 올 봄에도 맛보고 있다. 아피오스는 4월에 심는다. 아피오스는 싹이 올라오는데 보름 정도는 걸린다. 작년 4월에는 가뭄이 심했다. 심어놓고 물을 몇 .. 2023. 4. 4. 무일(無逸) 어느 따뜻한 겨울날이었다. 내촌 양반이 집에 없는 날이어서 여유가 생긴 아들이 앨범에서 오래된 사진을 처음 보고 부엌에 있는 내촌댁한테 물었다. “어무이, 엄청나게 잘 생긴 이 군인 아저씨는 누구야?” “야가 무신 소리하고 있노? 너거 아부지 아이가.” 내촌 양반은 이런 날에는 동네 남정네들하고 복령을 캐러 갔다. 같은 마을에는 복령을 캐러 다니는 꾼들이 대여섯 명 있었다. 우선 땅 속에 있는 복령을 탐지할 수 있는 쇠꼬챙이가 필요하다. 양손으로 잡고 땅을 찌르기에 알맞은 티(T) 자형 나무를 다듬어 쇠꼬챙이를 박고 단단하게 고정을 시킨다. 쇠꼬챙이의 끝은 송곳처럼 예리하게 다듬는다. 길고 짧은 쇠꼬챙이를 보통 서너 개씩은 가져다닌다. 쇠꼬챙이가 부러질 때도 있고 지형(地形)에 따라 쓰임이 다르기도 하기.. 2023. 4. 3. 벚꽃 엔딩 어릴 때 내가 살던 고향에는 이맘때 쯤이면 복숭아꽃 살구꽃이 석양 속에 피어 있었다. 얕은 산에는 진달래꽃이 불타오르는 듯이 온산을 덮었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한창이었다. 마을길도 넓히고 초가지붕들은 슬레이트나 양철 지붕으로 바뀌었다. 멀쩡한 기와지붕마저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꿔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새마을 진행 정도에 따라 등급을 매겨 마을 입구에 시멘트로 만든 ‘기초마을’, ‘자조마을’, ‘자립마을’ 표지가 세워졌다. 아마 이때부터였으리라. 마을 어귀나 집과 집 사이, 개울가에 있던 복숭아나무 살구나무도 없어지기 시작했다. 돈 안 되는 감나무도 베어져 목재로 팔렸다. 그 후로 몇 년이 흘러 이제 어딜 가나 벚꽃 천지다. 복숭아꽃 살구꽃은 과수원에만 열을 맞춰 멋없게 피어 있다. 벚꽃은 일본 사람.. 2023. 4. 2.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식물들은 대체로 이동하지 않고 한 자리에서 물과 공기와 햇빛으로 생존한다. 물론 종류에 따라 줄기, 잎, 꽃의 모양과 향기 등을 통해 생존 전략을 달리 하기도 한다. 동물들은 이동하면서 먹이를 구하고 배설하고 번식을 하면서 생존한다. 인간의 생존도 본질적으로는 동물과 다르지 않다. 먹고 싸고 잠자고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생존한다. 그러나 인간은 문명화된 이후로 다른 동물과는 너무나 다르게 생존하고 있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들은 삶의 방식도, 욕구도 다양하다.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재화도 도구도 복잡다단하다. 필수적인 생존 요소 하나만 딱 꼽으라면 돈이다. 돈만으로 살 수는 없지만, 국가라는 공동체 안에 속해 있으면서 일반적으로 살아가려면 돈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 돈과 관련된 이.. 2023. 4. 1. 이전 1 ··· 74 75 76 77 7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