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식물들은 대체로 이동하지 않고 한 자리에서 물과 공기와 햇빛으로 생존한다. 물론 종류에 따라 줄기, 잎, 꽃의 모양과 향기 등을 통해 생존 전략을 달리 하기도 한다. 동물들은 이동하면서 먹이를 구하고 배설하고 번식을 하면서 생존한다.
인간의 생존도 본질적으로는 동물과 다르지 않다. 먹고 싸고 잠자고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생존한다. 그러나 인간은 문명화된 이후로 다른 동물과는 너무나 다르게 생존하고 있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들은 삶의 방식도, 욕구도 다양하다.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재화도 도구도 복잡다단하다. 필수적인 생존 요소 하나만 딱 꼽으라면 돈이다. 돈만으로 살 수는 없지만, 국가라는 공동체 안에 속해 있으면서 일반적으로 살아가려면 돈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 돈과 관련된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하는 것이 경제다.
『생존경제학』(김연기)은 생존을 위해 돈을 벌면서 체득한 경제 논리를 말하고 있다. 단순하고 뻔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경제적 수준이나 자존심이 밑바닥까지 추락한 상태에서 온몸으로 경험하면서 체득한 돈을 벌고 관리하는 방법들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저자가 고생을 하면 겪은 이야기라 문장들이 간결하고 쉽다. 그리고 생생한 힘이 느껴진다.
“이 계획대로 하루 8시간씩 1년을 연습해서 1곡을 완성한거야. 그래서 언제까지 얼마의 돈을 어떻게 벌겠다는 건지 여기에 써 봐!” 저자가 목사를 그만두고 여행작가나 사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아내가 한 말이라고 한다. 가장 인상적인 구절이다. 이 책의 내용을 포괄할 수 있는 문장이다. 정주영 회장의 ‘해 봤어?’와 통하는 말이다. <일본전산 이야기>의 김성호가 했다는 ‘즉시 한다, 반드시 한다, 될 때까지 한다’와도 상통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는 ‘프락시스(실천지식)’이다. ‘사람은 해보고, 실패하고, 다시 해볼 때 비로소 배운다’고 말하는 저자가 책 전체를 통해 초지일관 강조하는 말이다.
저자가 목사로 계속 살았으면 절대 느낄 수 없는 내용들이 들어있다. 우리나라에서 잘 나가는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거나, 대기업 회사원이 되거나, 부모로부터 재산을 많이 상속받았다면 겪지도 못하고 깨닫지 못했을 현실적인 경제 요령이 담겨 있다. 택배기사는 일한 만큼 돈을 버는 날것 그대로의 직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직업을 통해 깨달은 경제 논리는 부동산 투자나 금융 소득이나 주식 등을 통해 얻는 것과 달리 아주 순정하고 정직한 것이다.
저자가 돈을 번 방법은 온몸을 사용하는 택배기사라서 매우 건전하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만을 쓴 게 아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 경제의 논리를 정리하기 위해 61권을 읽고 인용하고 있다. 그래서 경제 논리가 어렵지도 않고 거부감도 없으며 시원시원하게 읽힌다. 돈과 관련한 목표ㆍ 신념ㆍ 지식ㆍ이성, 실행ㆍ마음의 상위 범주 아래 일ㆍ소득ㆍ자산과 재산ㆍ투자ㆍ대출ㆍ계약ㆍ절약ㆍ흥정ㆍ마케팅 등에 관한 경제학 내용이 체계적이고 쉽게 정리돼 있다. 고생 끝에 돈을 벌고 그 다음에 말하는 마음과 행복의 중요성도 공감이 된다. 경제 관념이 부족한 자녀들이나 사회 초년생, 또는 한번도 생존을 위해 돈을 벌고 관리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한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생존경제학』(김연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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