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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상(想像理想) 이야기/책 한 권 읽고 글 한 편 쓴다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by 두마리 4 2023. 4. 16.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나무 의사로 불리는 우종영이 쓴 책 이름이다. 2001년에 출판하여 2021년까지 10만부가 넘게 팔렸다니 스테디 셀러다.

 

작가 우종영은 이력이 특이하다. 사실 많이 팔리는 책을 쓴 작가들은 삶은 거의 다 예사롭지 않다. 작가는 천문학자가 꿈이었다. 대입 전형을 하면서 자신이 색약(色弱)임을 알았고, 천문학과는 물론 이공계열에 진학할 수 없었다. 이때 낙담하여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는 등 좋은 청춘 시절을 좀 낭비한 것 같다. 중동에 파병(派兵) 가서 번 돈으로 화원(花園)을 했는데, 3년 만에 다 말아먹고 죽으려고 산에 올랐다가 나무를 보면서 삶의 의욕을 되찾았다. 그 후로 생계를 아내에게 떠맡기고, 작가는 산으로 나무만 찾아 다녔다. 그러다 어느 날 대기업 건물의 소나무를 치료하게 된다. 그 후로는 나무와 숲 전문가로 인정받고 널리 소문이 난다. 숲해설가로 강연을 하며 책도 11권이나 냈다.

 

나무와 같이 나오는 연애 이야기가 재미 있다. 16살에 버스 안에서 보자마자 이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어 무조건 그 여학생을 따라갔다는 이야기. 그 여학생도 따라온 남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웃었고 그 후로 11년 연애 끝에 결혼. 처가의 결혼 반대로 집앞에 텐트를 치고 딸 내놓으라고 시위를 했다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라일락 이야기와 함께 나오는 첫사랑 이야기도 재미있다. 가슴을 콩닥거리며 몰래 숨어서 보기만 하다, 얼굴 한 번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말 한 마디 못해 본 그녀. 그러다 어느날 이사 가버린 그녀. 그 뒤로 영영 볼 수 없었지만 아련히 그립고 평생 잊혀지지 않는 그녀. 라일락꽃이 필 때 떠나버려 그때만 되면 생각나는 그녀. 누구나 한 번 쯤은 이렇게 짝사랑했던 사람이 있다. 멀리서 보기만 해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렸던 기억. 이제 나이가 들어 다시는 그때의 그 풋풋한 설레임을 느낄 수 없다.

 

나무의 속성과 연관된 유래나 사람 이야기가 재미있다. 자작나무 하얀 수피에 연정의 편지를 써서 보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 나무에 피는 연꽃이라는 목련(木蓮)’. 모과처럼 못생긴 지인(知人)이 맞선에 연거푸 실패만 하다가 아예 모든 걸 포기하고 본연의 모습과 편한 마음으로 말하여 그 진실성과 눈에 보이지 않는 매력에 감동한 여성과 결혼에 성공한 이야기. 짐을 많이 지지 않게 해주려고 사위의 질빵은 잘 끊어지는 나약한 나무 줄기로 묶어서 유래했다는 사위질빵’. 덩달아 찾아본 할미질빵’. 자귀나무는 밤이 되면 양쪽으로 마주 난 잎을 포개는데 외롭게 홀로 남는 잎이 없어 신혼부부 집에 선물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 자귀나무는 합환화(合歡花)’라고도 한다. 시어머니 심술에 굶어 죽은 며느리가 밥풀을 물고 있는 모양새로 다시 태어났다는 며느리밥풀꽃’. 사랑하는 님을 떠난 보낸 뒤 바닷가만 하염없이 바라보다 그 자리에서 죽어 붉은 꽃으로 피어났다는 백일홍’. 추운 겨울 큰스님을 기다리다 얼어 죽은 동자승이 다시 태어났다는 동자꽃’. ‘며느리밑씻개라는 풀이 떠오른다.

 

인상적인 구절들이 있다. “수명이 다해 이제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나무를 치료라는 명목으로 괴롭히는 것이 아닐까” “그리움의 간격,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바라볼 수 있지만 절대 간섭하거나 구속할 수 없는 거리”. “난을 병들게 만드는 것은 사람의 지나친 손길이다. 사람 손끝에는 미세한 염분기가 있는데 그 손으로 잎을 자꾸 만지니 난이 스트레스를 받아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것이다사람 사이에도 적절한 거리가 필요함을 다시 생각한다.

 

작가가 인용한 문장들 중에도 꽂히는 문장들이 많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네가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체로키족의 추장 구르는 천둥이 했다는 말, “지구는 살아 있는 하나의 생명체다. 지구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의 의지를 지닌, 보다 높은 차원의 인격체다. 따라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할 때가 있고 병들 때가 있다.” ‘마음먹은 대로 안 되는 게 더 많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할 때 비로소 인생을 아는 것’.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

 

반칠환의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이란 시도 꽂힌다.

 

보도 블록 틈에 핀 씀바귀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

......

굽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다 돌아서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나를 멈추게 한다

나는 언제나 나를 멈추게 한 힘으로 다시 걷는다

 

지관(止觀)’이 떠오른다. 멈추면 보인다. 눈으로 보는 것을 멈추면 마음으로 보인다. 오감(五感)의 인식으로 인한 모든 번뇌를 그치면 고요하고 맑은 지혜로 만법(萬法)을 볼 수 있다. 나무는 멈추게 한다. 나를 돌아보게 한다. 나무처럼 살고 싶지는 않지만, 나무처럼 사는 지혜야말로 현대의 인간이 조금이라도 배우고 실천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 흙과 바람과 물과 빛만으로 살아내면서 움직임이 거의 없는 초월적인 절제(節制). 절정의 고수거나 신()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글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여유롭다. 나무 그늘이나 숲속에 있는 것 같다. 작가도 글도 나무 같다. 글의 내용도 표현도 과하지 않다. 무리하지도 않고 억지스럽지도 않고 적절하고 자연스럽다. 한 편의 글이 한 그루 나무 같다. 한 권의 책이 숲속 같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이 부대낄 때마다 두고두고 여러 번 읽었다는 말에 공감이 된다.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우종영)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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