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상이상(想像理想) 이야기/책 한 권 읽고 글 한 편 쓴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고?

by 두마리 4 2023. 3. 30.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고?>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정말 그런가? 어릴 때 시골에서는 집집마다 가축을 많이 키웠다. , 돼지, 염소, , 토끼. 우리 집에서 키웠던 것들이다. 다 아름답다고 인정할 수 있다. 소가 풀만 먹고 똥을 싸면 그 똥도 향기롭다. 특히 새끼들은 귀엽고 깜찍할 때가 많다. 아침 저녁으로 먹이를 주고, 풀을 뜯기고 하다보니 이 가축들의 생리를 아니까, 친하니까, 양식이 되고 돈이 되기도 하니까 아름다운 게 아닐까. 늘 예쁜 것은 아니었다. 우리 속에 가둬놓고 기르는 돼지나 토끼 같은 것들은 크게 속 썩이는 일이 없다. 함부로 남의 논밭에 뛰어드는 송아지나 고집스럽게 뻗대는 염소는 정말 낭패스럽고 짜증나게 할 때도 많다. 이럴 땐 아름답지 않다. 그래서 이렇게 바꿔야 하리라.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다운 구석이 있다.

 

빈대, 모기, , 지렁이, 바퀴벌레, 구더기와 같은 것들도 다 아름다운가. 이들도 그 습성이나 행동 양식에 관심을 가지고 알게 되면 아름다울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알고 보면 이 생명들도 모두 존재 가치가 있을 것이다. 생긴 모양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인간처럼 생겨야 가장 아름답다는 것은 인간 위주의 편견일 수 있다. 구더기가 더러운 것은 그 자체의 더러움이 아니고 그 구더기가 살고 있는 똥덩어리나 썩어가는 물체라는 환경일 것이다. 흙 한 스푼에 10억 마리의 박테리아가 있다고 한다. 3만 피트 상공에 있는 공기 1세제곱미터에 5,100종의 박테리아가 있다고 한다. 박테리아나 미세생물, 또는 생명을 구성하는 원소로 따지면 사람이나 똥덩어리나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망원경이나 현미경을 쓰지 않고 인간의 감각으로만 알 수 것만 생명이라 해야 할까. 최재천이 책에서 말하는 생명은 모두 사람들이 보고 만지고 할 수 있는 것들이다. 타조, 개미, 꿀벌, 흡혈 박쥐, 황소개구리, 채찍꼬리도마뱀, 갈매기, 보노보, 고양이, 소금쟁이, 침펜지, 가시고기, 백로, 뻐꾸기, 염낭거미, 메뚜기, 갈매기, 달팽이, , , 개구리, 두꺼비, 맹꽁이, 잉어, 치타, 잠자리, 빈대, 원앙……. 모두 동물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종은 얼마나 될까. 눈에 안 보이는 미세 생물이 문제다. 아직 인간이 발견하지 못한 생물도 있다. 160만 종, 870만 종, 1400만 종 등 연구 자료에 따라 산출한 결과가 다르다.

 

기생충은 다른 동물체에 붙어서 양분을 빨아 먹고 사는 벌레다. 세균은 가장 미세하고 하등한 생명이다. 바이러스는 단백질과 핵산으로 이뤄진 생물과 무생물 중간 형태의 미생물로, 스스로 물질대사를 할 수 없다.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형태의 미생물이란 말은 이미 바이러스를 생명으로 규정하는 게 아닌가. 기생충ㆍ세균ㆍ바이러스도 아름다운가. 물론 이 정도의 생물은 일상적인 기준에서 미추(美醜)를 따지는 대상은 아니다. 인간 몸은 30조 개의 세포와 39조 개의 박테리아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프라질리스라는 박테리아는 포유동물의 장에 대량으로 존재하며 염증을 막아준다고 한다. 테타이오타오미크라는 박테리아는 전분 음식을 처리하는 효소를 만든다고 한다. 존재 가치로 보면 이 또한 아름답다.

 

바다달팽이가 기생충에 감염되면 갈매기들의 먹잇감이 되도록 자뀌 바위 위로 기어오른다. 기생충한테 당한 개미들도 양이나 소가 뜯어먹기 좋도록 풀잎 끝으로 자꾸 기어오른다. 초식 동물의 장 속으로 들어가 번식하려는 기생충이 조종한 것이란다. 인간의 몸을 만들려면 59개의 원소가 필요하다. 이 중에 99.1%는 탄소ㆍ산소ㆍ수소ㆍ질소ㆍ칼륨ㆍ인이 차지한다.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원소와 돌이나 쇠를 구성하는 원소는 본질적으로 같다. 원자가 태양계만한 크기라면 중성미자는 골프공만하다. 생명의 최소 단위가 유전자인지 원자인지 중성미자인지 혼돈스럽다. 무엇의 의지에 따라 생명이 유지되는지도 헷갈린다. 탁닛한은 꽃은 꽃이 아닌 요소들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말한다. 인간도 인간이 아닌 요소 즉 바이러스, 원소들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별도의 자아(自我)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죽으면 인간 몸에 있던 바이러스, 세포를 구성하던 원소들은 분해되거나 떠난다. 그것들은 다른 물질을 구성하는 원소가 된다. 윤회(輪廻)와 색즉시공(色卽是空)이 과학적으로 이해된다.

 

생명이 없는 것도 다 아름답지 않을까. 생명을 구성하고 있는 단위를 쪼개고 쪼개서 아주 미세해지면 생명과 무생명의 구분이 없어지는 게 아닌가. 무생물이라고 말하는 물체에도 수천 수억 마리의 바이러스가 있고, 바위나 쇳덩이를 구성하는 원자 안에 중성미자가 운동하고 있을 것이다. 생명이 없는 것 없이 생명이 있는 것을 말할 수 있는가. 지구 상의 생명체도 생명이 아니라고 하는 흙이나 돌이나 물 없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가. 또는 아주 크게 봐서 지구 자체가 또는 태양계 자체가 인간이 이해 못하는 다른 차원의 생명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명이란 말 자체가 인간의 인식을 표현하고 있을 뿐이지 않은가.

 

모르던 것을 앎으로써 사랑하고 믿게 되는 경우가 많다. 19세기 영국 시인 테니슨은 증명할 수 없으면 믿는 것이다고 했다. 보이지 않아도 인간의 감각으로 인지할 수 없어도 믿어야 되는 것들이 많다. 주역의 괘를 뽑을 때 바이러스나 중성미자 급의 기운이 작용할 수 있음을 믿게 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