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챌린지297 불칼 불칼 안골양반은 젊었을 때부터 속이 안 좋았다. 찬물을 마시면 거의 탈이 났다. 안골댁은 늘 따뜻한 숭늉을 준비해야만 했다. 6~70년대만 하더라도 시골에는 거의 조선시대와 같은 가부장적 질서가 남아 있었다. 집안이 대단하거나 한미(寒微)하거나 집안 나름대로 가문에 대한 자부심을 내세웠다. 벼슬께나 한 조상을 찾아 고려시대까지 더듬어 올라갔다. 족보 편찬도 문중의 권위를 세우는 방법으로 몇 년에 한 번씩 새롭게 편찬했다. 추석과 설날에는 온 집안 남자들이 모여 집집마다 제사를 같이 모시느라 마당에 멍석을 깔기도 했다. 아침부터 시작한 제사가 저녁 무렵이 돼야 끝나곤 했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벌초를 할 때도 온 집안의 남자들이 다 모였다. 가을에는 들판으로 산으로 조상 묘를 찾아다니며 묘사를 지냈다. 안.. 2023. 4. 13. 우물 우물 -수풍정괘(水風井를卦䷯)를 쓰기 위한 밑밥 6~70년대만 해도 시골 마을에는 공동 우물이 있었다. 내가 살던 동네에도 거의 마을 한 가운데쯤 큰 우물이 있었다. 마을에서 가장 넓은 공터도 우물 근처에 있었다. 아이들은 주로 그 공터에서 놀이를 했다. 공터 옆으로 동네 위쪽 산골짜기에서부터 흘러내려오는 개울물이 있었고 거기엔 공동으로 쓰는 큰 빨래터가 있었다. 우물과 빨래터, 공터가 있는 공간은 마을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었다. 우물은 주로 동네 아낙네들이 많이 사용했다. 우물가에서 쌀이나 나물을 씻었다. 집안에서 쓸 물을 동이에 이고 가기도 했다. 동네 아낙네 중에는 물동이를 이고 가는 데 달인이 된 분도 꽤 많았다. 물동이를 이고 두 손을 안 잡는 것은 물론 거의 뛰다시피 다니는 분도.. 2023. 4. 12. ‘문명적’ 성도덕과 현대인의 신경병 ‘문명적’ 성도덕과 현대인의 신경병 1908년에 프로이트가 발표한 ‘문명적 성도덕과 현대인의 신경병’이라는 논문을 읽고 있다. 이 논문의 요지는 현대 신경병의 원인이 문명적 성도덕에 있다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문명적 성도덕’의 개념을 폰 에렌펠스의 주장으로부터 가져온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문명적 성도덕’은 인간으로 하여금 강력하고 창조적인 문화 활동에 종사하도록 자극을 가하는 성도덕이다. 그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자연적 성도덕’이란 말을 쓰고 있다. 문명적 성도덕의 특징은 남자들의 성생활에 맞춰 여자들에게 요구가 가해지고, 일부일처제의 혼인 관계를 떠난 성교는 모두 금지된다는 점이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논증을 뒷받침하기 위해 먼저 다른 학자의 견해를 제시한다. 그는 에르프의 논문을 근거로 현대 생활.. 2023. 4. 11. 감나무 감나무 어릴 때 시골에는 감나무가 많았다. 집 주위에 몇 그루씩은 있었다. 주된 작물에 방해가 안 되는 밭 가장자리 여기저기에 감나무를 심었다. 감잎은 4월 초중순 돼야 나온다. 감꽃은 5월 중순이 지나야 핀다. 감잎도 다른 것에 비해 톡톡한 편이지만 감꽃도 다른 꽃들에 비해서 작고 꽃잎은 두껍다. 시들어 바래기 전의 감꽃은 하얗고 청초하게 나름 정갈한 아름다움이 있다. 감꽃을 주워서 목걸이나 팔찌를 만들기고 했고 때론 먹기도 했다. 여름이 되면 감잎을 엮어서 모자를 만들어 쓰기도 했다. 겨릅대로 물레방아 등의 장난감을 만들 때도 감을 이용했다. 감을 놓고 이쪽 저쪽으로 겨릅대를 끼우면 감은 훌륭한 연결 매체가 됐다. 감나무가 많아서 그런지 감나무와 친했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면 감나무 밑에서 비를 .. 2023. 4. 10. 이전 1 ··· 68 69 70 71 72 73 74 7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