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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챌린지332

잊음 2024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 시험에 나온 유한준의 「잊음을 논함」이 좀 흥미롭다. ‘유한준’을 검색해보니, 조선 후기(1732~1811)의 문장가ㆍ서화가이며 남유용의 제자로 송시열을 추모하여 『송자대전』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당대에 뛰어난 문장가로 손꼽혔으며 저서로 『저암집』이 있다고 한다. 원래 제목이 ‘망해(忘解)’라고 한다. 수험생들이 이 지문 때문에 ‘망했’다는 아재개그를 한다. 논리적이기는 한데 잊음이 병이 되는 것과 잊지 않음이 병이 되는 것에 대해 물음, 부정과 이중부정을 섞어서 전개하여 얼른 정리가 안 되는 문단이 두어 개 있다. 지문의 일부를 잠깐 보자. 내용이 다소 도덕적이고 윤리적이긴 하다. “천하의 걱정거리는 어디에서 나오겠느냐? 잊어도 좋을 것은 잊지 못하고 잊어서는 안 될 것.. 2023. 12. 10.
맛있는 이유 11월 중순쯤에 시골 고향에 갔었다. 이제 아무도 살고 있지 않는 시골집에 아버지 기제사를 모시려고 동생 내외와 함께 들어갔다. 점심 때쯤이라 잡초처럼 자란 돼지 감자를 좀 캤다. 이제 아무도 일삼아 따지 않는 감도 좀 땄다. 대나무 장대도 없고 그냥 따기엔 감나무가 너무 커버렸다. 감나무를 타고 올라가 큰 가지를 통째로 잘랐다. 탱자만한 크기밖에 안 되는 땡감인데 익어서 가지에 달린 채로 거의 홍시가 된 것들이 있었다. 아침도 굶고 점심도 먹지 않은 오후 3시쯤에 먹는 홍시의 맛은 황홀했다. 산골의 차가운 공기 속에 먹는 차갑고 상긋하면서 시원한 육즙이 입안 가득히 퍼지는 홍시의 맛은 거의 울컥할 지경이다. 어릴 때는 삭혀서도 먹었다. 가을 소풍을 갈 때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삭힌 몇 개씩을 싸가지고 왔.. 2023. 12. 9.
국어 수능 문제를 풀어보다 지문으로 나온 정끝별의 ‘가지가 담을 넘을 때’를 읽는다.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 한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와 잠시 살 붙였다 적막히 손을 터는 꽃과 잎이 혼연일체 믿어주지 않았다면 가지 혼자서는 한없이 떨기만 했을 것이다 한 닷새 내리고 내리던 고집 센 비가 아니었으면 밤새 정분만 쌓던 도리 없는 폭설이 아니었으면 담을 넘는다는 게 가지에게는 그리 신명 나는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지의 마음을 머뭇 세우고 담 밖을 가둬두는 저 금단의 담이 아니었으면 담의 몸을 가로지르고 담의 정수리를 타 넘어 담을 열 수 있다는 걸 수양의 늘어진 가지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목련 가지라든가 감나무 가지.. 2023. 12. 8.
감응의 단계 31. 택산함괘(澤山咸卦䷞) 택산함괘(澤山咸卦䷞)의 함(咸)은 ‘느낌’, ‘감응’, ‘다 함’, ‘교합(交合)’이다. 위에는 못[택(澤☱)]이 있고, 아래에는 산[산(山☶)]이 있다. 산과 못의 기운이 통했다는 ‘산택통기(山澤通氣)’다. 산은 하늘의 성기이고, 연못은 땅의 성기다. 택(澤☱)은 소녀이고, 산(山☶)은 소남이다. 장남ㆍ중남, 장녀ㆍ중녀 간의 교섭보다 소녀ㆍ소남의 교합과 감응이 더 민감할 것이다. 음유(陰柔)가 올라가고 양강(陽剛)이 내려와 두 기운이 느껴 응함으로 서로 더불어 한다. 여자가 올라가 기뻐하고 남자가 내려와 그친다. 이는 지천태괘(地天泰卦䷊), 수화기제(水火旣濟䷾)의 원리와 같다. 위로 올라가려는 하늘과 불은 아래에, 아래로 내려오려는 땅과 물은 위에 있어야 기운이 상통하고 조.. 2023. 1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