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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상(想像理想) 이야기200

발갛게 콩닥거리는 눈길 이웃집 꼬맹이가 대추 서리 왔는데 늙은이 문 나서 꼬맹이를 쫓는구나 꼬맹이는 되돌아서 노인에게 소리친다 “내년 대추 익을 때까지 살지도 못할걸요” 이달(李達)이 쓴 박조요(撲棗謠), 대추 따는 노래다. 자연스럽고 평이하다. 심오한 내용도 없고, 뛰어난 수사(修辭)도 없다. 그런데도 시를 읽으면 편안하고 재미있다. 시를 이해하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 주제를 생각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이런 시야말로 이치의 길에 빠지지 않은 시가 아닌가. 언어의 그물에 걸려들지 않은 시가 아닐까. 영양은 잠을 잘 때 외적의 해를 피하기 위해 뿔을 나뭇가지에 걸고 허공에 매달려 잔다고 한다. 시에서 말은 영양이 땅 위를 걸을 때 생기는 발자국이다. 시의 의미는 뿔을 걸고 허공에 매달린 영양처럼 언어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다... 2023. 7. 30.
상처주지 않는 관계의 비밀 책을 읽으면서 심리 상담을 받는 기분이었다. 특히 1장이 그랬다. 내 인격 안에 숨어있던 성향들을 발견하는 느낌이었다. 경계성 인격; ‘상대가 약간만 나에게 친절해도 곧 호감을 느낀다’, ‘가끔 내가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 나도 좀 그런데. 나는 경계성 인격인가. 의존성 인격; ‘타인의 부탁이 난감할지라도 거절을 잘 못한다’, ‘상대방이 측은하고 안타까우면 쉽게 마음이 약해진다’. 어, 나 좀 그런데. 나는 의존성 인격인가. 강박성 인격; ‘무책임한 행동은 용서가 되지 않는다’, ‘고집이 세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어, 나도 좀 그런데. 나는 강박성 인격인가. 회피성 인격; ‘내 생각, 특히 기분,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색하고 부끄럽다’, ‘나와 코드가 맞지 않거나, 내게 호의적이지.. 2023. 7. 16.
국수 나는 국수를 좋아한다. 한 번 먹으면 보통 세 그릇 정도는 먹는다. 물에 말아서 두 그릇 먹고, 고추장에 비벼서 한 그릇 먹는다. 쫄깃한 면을 좋아한다. 밀가루 반죽에 탄산나트륨을 더하면 쫄깃한 알칼리성 국수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면발이 쫄깃하고 탱글탱글한 국수를 먹으려면 삶을 때 타이밍도 중요하다. 국수 면발의 굵기에 따라 면이 익어가는 빛깔을 보고 있다가 건져내자마자 얼음 찬물에 식히면 더 쫄깃한 식감을 얻을 수 있다. 말아먹는 국수는 육수도 중요하지만, 양념장도 맛있어야 한다. 먹을 때의 상황도 맛에 영향을 미친다. 시골에서 모내기를 할 때 새참으로 먹었던 국수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면은 탱글하지도 쫄깃하지도 않았지만, 논밭 사이 언덕에서 국수 한 뭉텅이에 멸치 육수를 붓고, 부추 나물을 고명.. 2023. 7. 12.
불안은 나의 힘 불안은 나의 힘 나는 나의 심리를 얼마나 잘 읽어낼 수 있을까. 『심리 읽어드립니다』(김경일)은 우울, 분노, 상실감, 불편함, 불안, 외로움, 소시오패스, 귀여움, 무기력감 등에 대해 쉽게 설명해준다. 또 그러한 심리의 안 좋은 점과 해소 방법을 구체적으로 말해준다. 실천하면 달라질 것 같고, 당장 실천하고 싶은 방법들이 나온다. 주로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생기는 심리를 읽고 관리하는 방법이다. 분노. 분노하면 판단력이 흐려진다. 분노를 더 많이 느끼는 사람이 가짜 뉴스를 더 잘 믿고 더 쉽게 퍼트린다. 분노하면 상대방만 보고 자신을 보지 못한다. 분노한 사람은 한 가지 원인 혹은 한 사람만 보면서, 그것으로부터 출발해서 역으로 과거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역추적 일반화. 우리가 가짜 뉴스에 한번 ‘.. 2023.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