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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상(想像理想) 이야기/책 한 권 읽고 글 한 편 쓴다

소유양식

by 두마리 4 2025. 1. 30.

내가 내 재산을 어떻게 벌었느냐, 또 내가 그 재산을 어떻게 쓰느냐 하는 것은 나 자신의 문제일 뿐 어느 누구도 상관할 바가 아니다. 내가 법을 어기지 않는 한, 내 권리는 제한 받지 않으며 절대적이다.

 

이런 종류의 재산을 사유 (private)’ 재산(라틴어의 privare[빼앗다]에서)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그것을 소유하는 사람 혹은 사람들만이 그 주인이며, 그들은 그것을 사용하거나 즐기는 권리를 타인으로부터 빼앗을 완전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적 소유권은 인간의 전역사(선사시대들 포함하여)를 생각해 보면, 통례라기보다 예외에 속한다.

 

사회의 기능을 조절하는 규범은 그 구성원의 성격(사회적 성격)까지도 형성한다. 재산을 소유하는 사람들은 뛰어난 존재로 찬양을 받고 선망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본과 자본재라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재산을 갖고 있지 않다. 내세울 만한 재산이 없는데 어떻게 재산 소유자와 같은 기분을 맛볼 수 있을 것인가.

 

아마 가장 큰 즐거움은 물건을 소유하는 것보다도 살아 있는 존재를 소유하는 데 있을 것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가장 미천한 계급의 가장 비참한 남자들일지라도 재산의 소유자가 될 수 있다. 가부장제 사회의 남자에게 있어서는 자녀를 많이 갖는 것이 소유권을 획득하기 위해 일할 필요도 없이, 또 자본의 투자 없이도 인간을 소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아이를 만든다는 것은 여성에 대한 노골적인 착취이다. 남자는 여자를 소유하고 착취하며 여자는 아이를 소유하며 착취한다.

 

비교적 풍요한 나라와 사회에서는 가부장제와 남성 주도권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사회의 생활 수준이 향상되는 시기와 그 정도에 따라 여성, 어린이, 청년의 해방이 진행되고 있다. 가부장제의 소유권이 점차 붕괴되어 갈 때, 평균적인 시민과 가난한 시민은 재산을 취득하고, 지키고, 늘리는 그들의 열정을 어디서 충족시킬 것인가? 이것에 대한 대답은 소유권의 범위를 확대하여 친구, 연인, 건강, 여행, 미술품, , 자아 등을 그 속에 포함하는 데 있다.

 

자아는 우리의 재산 감각에서 가장 중요한 대상인다. 자아는 신체, 이름, 사회적 지위, 소유물(지식 포함), 자기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 타인이 자기에 대해 갖추어지기를 바라는 이미지 등을 내포하고 있다.

 

오늘날에 와서는 보존보다는 소비가 강조되고 있으며, 구입은 쓰고는 내버리는구입이 되었다. “새로운 것은 아름답다

 

오늘날의 소비자 구입현상의 가장 두드러진 예는 자가용 자동차이다.

차는 그 소유주의 마음에 드는 물체가 아니고 지위의 상징이며 힘의 연장, 자아의 구축물이다. 새 차를 자기 것으로 하는 행위는 처녀를 내 것으로 하는 행위와 같다. 빈번히 차를 산다는 것은 거래를 하는빈번한 기회를 의미하며, 이것은 남자와 여자의 마음속 깊이 뿌리박고 있는 만족감이다. 먼저의 자극은 바로 단조로와지고 고갈해 버리기 때문에 새로운자극을 경험하고 싶다는 욕구이다.

 

소유자적 감각은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눈에 띈다. 우리 의사, 우리 노동자. 사람들은 감정까지도 재산으로서 경험한다. 나의 병, 나의 치료법.

 

관념이나 신념도 재산이 될 수 있으며, 습관까지도 재산이 될 수 있다. 매일 반복하는 습관이 흐트러지면 당황한다. 그 습관이 재산이 되어 그것을 잃으면 안전이 위협당하기 때문이다.

 

재산의 소유가 불멸에의 갈망을 만족시키는 데 큰 구실을 한다. 만일 나의 자아가 내가 가지고 있는것에 의해서 구성되어 있고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불후(不朽)의 것이 된다면 나도 불멸이라고 할 수 있다.

 

소유양식은 타인을 배제한다. 불타는 이런 행동양식을 갈망이라 묘사했고, 유태교와 기독교는 탐욕이라 묘사했다. 프로이트는 소유에 대한 지배적인 지향성은 완전한 성숙이 달성되기 전의 시기에 나타나며, 만일 영속적으로 되면 그것은 병적이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소유하는 것에만 전념하는 인물은 신경증적이며 정신적으로 병든 인물이다.

 

좋은 것은 안 좋은 것이 있기 때문에 좋은 것이 된다

안 좋은 것은 좋은 것보다 아름답다

삶보다 죽음이 아름답다

불멸보다 멸망이 아름답다

썩지 않는 것보다 썩는 것이 아름답다

황금보다 배설물이 아름답다

소유보다 무소유가 아름답다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아름답다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이 아름답다

쉬운 것보다 어려운 것이 아름답다

편한 것보다 불편한 것이 아름답다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것보다 모든 사람이 원하지 않는 것이 더 아름답다

 

-소유냐 존재냐(에리히 프롬)을 읽으며

(공백포함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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