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란다. 누구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남들이 알아줌으로써 정체성이 만들어지고 자존감도 생긴다. 공자와 그 제자들도 자신들을 알아주고 써 달라고 군주를 찾아다니며 유세(遊說)했다.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해 기꺼이 목숨까지 던진 이야기로는 섭정과 섭영만한 사람이 없다.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사마천의 『사기열전』 ‘자객열전’ 편에 나온다. 섭정은 원수를 죽이고 어머니, 누나 섭영과 함께 제나라에 숨어 가축 잡는 일을 하며 살고 있었다.
한편, 엄중자란 사람이 한나라 재상 협루와 사이가 매우 나빠 죽임을 당할까 두려워 달아나 자기 대신 협루에게 보복할 사람을 찾고 있었다. 엄중자가 섭정에 대한 소문을 듣고 찾아와 사귀기를 청하고 자주 오갔다. 엄중자가 섭정 어머니의 장수를 축원하며 1000금을 드렸다. 섭정이 한사코 사양하자 엄중자는 더욱 친하게 사귀자는 뜻이었다고 말하며 거두어 들인다. 섭정은 어머니가 살아계신 동안에는 다른 사람에게 몸을 바칠 수 없다고 말한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섭정의 어머니가 죽었다. 섭정은 장례를 치른 뒤 엄중자를 찾아간다. 섭정은 협루를 죽이는 일을 자신에게 맡겨 달라고 말한다. 협루의 호위병들이 삼엄했지만 섭정은 홀로 가서 단번에 협루를 찔러죽인다. 섭정은 스스로 자신의 얼굴 가죽을 벗기고 눈을 도려내고 배를 갈라 창자를 끄집어내고 죽는다.
한나라에서는 1000금의 현상금을 내걸고 섭정을 정체를 알려고 했으나, 오래 되어도 아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누나 섭영이 동생임을 알고 찾아와 시체의 성과 이름을 밝힌다. 섭정이 자신의 몸을 훼손시킨 것은 자신이 이 일에 연루되지 않게 하려고 한 것이라며, 어찌 죽음이 두려워 동생의 이름을 없앨 수 있겠냐고 말한다. 섭영은 하늘을 우러러 세 번 외치며 몹시 슬퍼하더니 섭정 곁에서 숨을 거두었다.
자신을 진정으로 알아주는 사람이라면 나이나 신분 차이를 무시하고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을 수도 있지 않을까. 퓌라미스는 연인 티스베가 자신을 기다리다 죽은 줄 알고 자결했으며, 티스베는 자신이 죽은 줄 알고 자결한 퓌라미스를 보며 자결한다. 원치 않은 결혼을 한 줄리엣은 수면제를 마시고 죽은 것처럼 하고, 줄리엣이 진짜 죽은 줄 알고 로미오는 독약을 마신다. 깨어난 줄리엣은 로미오의 칼로 자결한다. 성춘향은 자신을 알아준 이몽룡을 끝까지 기다리며 죽음을 불사한다.
창세기 4장 1절 “아담이 자기 아내 하와를 ‘알았’더니, 그녀가 임신하여..."
(공백 포함 1,249자)
별별챌린지 8기 27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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