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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상(想像理想) 이야기/책 한 권 읽고 글 한 편 쓴다

측백나무집을 들고 규합총서에 가다

by 두마리 4 2025. 1. 25.

2025124일 금요일. 어제는 꼰대탈출독서모임을 규합총서라는 식당에서 했다. 성학, 광률, , 우선, 태숙, 정오, 용완, 수헌, 호식 아홉 명이 참석했다. 병환님은 독감으로 불참했다. ‘꼰대는 늙은이를 뜻하는 은어다. 학생들은 선생님을 꼰대라고 한다. 늙은이는 나이가 많아 중년이 지난 사람이다. 중년은 마흔 살 안팎이다. 이건 뭔가 잘못됐다. 국어사전편찬위원회에서 평균 수명이 쉰 살일 때 늙은이중년의 개념을 정리한 것 같다.

 

식당 이름이 규합총서(閨閤叢書)’라니 특이하다. 규합총서(閨閤叢書)1809년 여성실학자이자 서유구의 형수인 빙허각 이씨가 아녀자를 위해 엮은 여성생활백과이다. 이 책에 술을 빚고 음식을 만드는 방법도 들어 있다. 규합은 안방이다. ()만 해도 안방이다. 규수(閨秀), 규방(閨房), 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가 생각난다.

 

이번 모임의 책은 김정오의 측백나무집 등불을 켜고이다. 측백나무는 울타리로 많이 심는다. 벌레를 쫓는 효능이 있고, 잎과 열매는 약재로도 쓴다. 측백나무 잎과 열매를 먹고 신선과 도인이 됐다는 전설도 있다. 꽃말이 견고한 우정이다. ‘등불과 함께 작가가 지향하는 삶과 어울린다.

 

이날 나누었던 이야기를 정리해봤다.

 

 

전체적인 감상은 어떤가.

 

글이 좋았다. 문장이 깔끔하고 탄탄하다. 오랫동안 글을 써서 다져진 내공이 느껴진다. 작가의 삶이 글을 뒷받침하고 있다. 작가의 맑고 간결하고 소박하고 성실한 삶이 그대로 문체를 이룬다. 지행합일의 삶이다. 재미있고 읽기에 편안하다. 뜻을 같이 하는 반려자와 함께 자급자족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작가가 부럽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튼튼하게 성장하도록 만든 부모님의 사랑에 공감했다. 추천서에 평범한 삶의 아름다움이라고 했는데 보통 사람의 삶이 아니다. 스콧 니어링 부부의 삶에 비견된다. 도법 스님이 시민 붓다라고 했는데 공감이 간다. 작가를 만난 지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 노동은 힘들고 괴롭지만, 개운하고 행복감을 준다는 데 공감한다.

 

 

인상적인 내용을 한 편만 말하라면 무엇을 말하겠는가.

 

천년의 숲이라는 글이 좋았다. 도시 문명과는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자연을 지배하지 않고 그 일부가 되어 살아가려는 삶의 지향을 잘 보여준다. 눈길을 걸어 출근하다 스님의 차를 얻어타고 가는 이야기에서 사소한 일에도 의리를 작가의 태도가 돋보인다. 인용된 김창흠의 낙치설이 깨달음을 준다. “눈이 어두워진 것이 계기가 되어 마음과 성품을 기르는 데 전념하게 되었으며, 그렇게 되자 더 일찍이 눈이 어두워지지 않았음을 한탄하였다이가 빠지면 다른 것이 좋아지듯, 사람의 몸이나 인생도 하나가 나빠지면 그것 때문에 다른 것이 좋아지는 면이 있다. 나는 왜 태어나서 세상을 사는가에 대한 답은 없고, 어떻게 사는가는 내 의지에 달렸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이 된다. 표현이 시적이고 아름답다. 공감이 저절로 된다. 62낮이 조금씩 자라나고 날이 점점 따뜻해지면서섬세한 가지들이 하늘로 던진 촘촘한 그물에 묻어 온 우주로부터의 전파, 나무들 몸을 훑고 내 몸까지 슬쩍 건드리는 장난스런 바람.”

 

 

작가는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이 있었기에 훌륭하게 자랐다. 작가의 어머니 뒤에는 젊어서 상처했지만 재혼도 안 하시고 산넘어 갈 때까지 하염없이 지켜봐주시던 외할아버지가 있었다. 나의 어머니에 대해서 말해 본다면?

 

나의 어린 시절은 가난했다. 문간방에 세들어 살았다. 어머니는 장사를 하셨다. 집안에서 나 혼자만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 간 나는 집안의 자랑이었고 어머니의 뿌듯함이었다. 내가 대학에 간 것을 계기로 동생들도 대학을 가게 되었다. 거칠고 험난한 삶이었지만 지금까지 집안의 기둥이 되어 잘 살아 온 것은 어머니의 사랑 덕이다.

 

나의 어머니는 노점상을 하셨다. 양말도 팔고 멸치도 팔았다. 어머니가 없는 집은 늘 빈집이었다. 기형도의 시 엄마 걱정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어머니는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내가 군대 가 있을 때 어머니의 편지를 받았다. 맞춤법도 엉망이었지만 기억에 생생하다. 부모님의 사랑을 충분히 못 받아서인지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다정다감하지 못하다. 이런 모습에 아내나 자식들이 상처를 받을까봐 마음이 아플 때가 있다.

 

나의 어머니는 초등학교 교사였다. 어머니 손잡고 학교에 등교하고, 일과가 끝나면 어머니 교실에서 숙제를 하고 있다가 하교하던 초등학교 시절이 눈에 선하다. 나는 어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

 

나는 장모님이 생각난다. 나는 13녀 중의 아들이고, 아내는 31녀 중의 딸이다. 처가에 가면 나는 외동 사위다. 장모님이 이렇게 말씀하신다. “아이고 외동 사우 왔나. 자식이 오니까 좋아라 좋아. 내 이제 원도 한도 없네. 사우야 사우야 백년 손님아, 내 딸과 의좋게 잘 살아가게

 

나의 어머니는 91세에 돌아가셨다. 하지만 내 마음 속에는 어머니가 늘 계신다. 내가 죽어야 어머니도 돌아가시는 것이다. 나의 어머니는 생활력 강하시고 야물딱지다. 자식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아낌없이 다 내어 주신다. 하지만 어머니는 푹신하고 따뜻한 정서는 없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군대 입소할 때다. 친구들과 버스를 타고 마을을 떠나는데 어머니는 멀찌감치 따라나오셔서 버스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보고 계셨다.

 

나의 어머니는 딸 다섯에 아들 하나를 두셨다. 6남매 중에 내가 가장 어머니를 빼닮았다고 한다. 어머니는 못 배웠고, 억압적이고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하고 사셨다. 아버지가 헛다리를 짚는 것을 보다못해 어머니가 한 마디 하면, 아버지는 그대로 밥상을 엎어버리셨다. 어머니가 요즘 태어나셨으면 남들처럼 공부도 하고 멋지게 사셨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든다. 어머니를 가장 많이 닮은 내가 어머니 몫까지 멋지게 살아야겠다.

 

나의 어머니도 무학이다. 그래도 돈 계산은 누구보다 빨랐다. 필요한 글자들은 그림으로 외웠다. 가족의 생일이나 동네 다른 집의 경조사는 모두 암기하고 있었다. 밭일이든 음식이든 길쌈이든 모든 종목의 일솜씨도 둘째 가라면 서러웠다. 가정의 가장 밑바닥에서 궂은 일을 말없이 다 해내면서 가장 튼튼하게 자식들을 뒷받침하셨다. 나의 어머니가 공부를 했다면, 나보다도 훨씬 더 우수했을 것이고, 더 좋은 대학교에 진학했을 거라고 믿는다.

 

 

작가의 삶의 보면서, 내가 꿈꾸는 제2의 로망을 말해본다면?

 

퇴직하면 절제했던 삶을 풀어헤치고 좀 마음껏 자유롭게 살고 싶다.

 

오랜 기간 동안 친구 관계를 잘 유지해가는 작가를 보면서 좋은 친구 관계가 큰 자산임을 깨달았다. 이미 제 2의 로망을 실현 중이다. 새롭게 사귀는 친구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해야겠다.

 

아직은 현재의 직업에 충실한 것 외에는 다른 로망을 꿈꾸지 않는다.

 

지금 하고 있는 책방까페가 제2의 로망이고, 현재 삶에 만족한다.

 

텃밭 농부와 한국어 교사가 제2의 로망이다. 농사는 힘들지만 심은 작물이 싹이 나고 자라고 열매가 영그는 것을 보면서 신비로움을 느낀다. 한국어 교사는 남을 위해 베푸는 봉사 활동으로 하고 싶다.

 

한 때 농사를 짓고, 정원을 가꾸는 전원 생활을 꿈꾸었었다. 현재는 주역공부, 명리학 공부, 필사, 독서, 글쓰기, 텃밭 농사, 신문 기자, 학폭 조사관 등 돈 안 되는 공부와 비정규직 알바 사이를 헤매면서 쓸데없이 바쁘게 쏘다닌다. 그 속에서 또다시 제 2의 로망을 찾고 있다.

 

(공백 포함 3,602)

별별챌린지 825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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