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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상(想像理想) 이야기/책 한 권 읽고 글 한 편 쓴다

할머니의 팡도르

by 두마리 4 2025. 1. 23.

마을의 외딴집에 고요히 늙어가는 할머니가 있다. 할머니는 죽을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감한다. 죽음의 신이 문을 두드린다. “나와 갑시다할머니는 반갑게 맞이한다. 다만, 며칠만 더 머물다 가자고 간청한다. 할머니는 마을 아이들을 위해 과일과 계피를 듬뿍 넣은 크리스마스 빵을 만든다. 죽음의 신도 빵을 먹고 너무 맛있어 그만 정신이 아득해진다. 세상의 달콤함에 취한 죽음의 신은 구운 호두, 참깨 사탕, 꿀에 졸인 밤을 먹기 위해 검은색 망토를 벗어버린다. 며칠 동안 할머니 집에 머물면서 금빛 팡도르까지 맛본 죽음의 신은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풀어져버린다. 이때 할머니가 죽음의 신에게 말한다. “이제 갑시다

 

꾸미기 위한 진주가 지나치면 진주가 사람을 장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진주를 치장하는 셈이 된다. 예쁜 여자가 못생긴 여자를 친구로 데리고 다니는 데는 이유가 있다. 꾸밈에는 균형이 중요하다. 적절할 수 없다면 넘치는 것과 모자라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나을까.

 

주역의 스물두 번째 괘가 산화비괘(). ()는 꾸밈, 장식이다. 괘사는 형통하지만 조금 이롭다고 말한다. 꾸밈은 본체에 종속되어야 한다. 꾸미기 위해 목걸이를 했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목걸이만 보인다면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꾸밈으로 큰 이익을 도모해서는 안 된다. ‘발꿈치를 꾸밈이니 수레를 버리고 걷는다는 초효사가 재미있다. 옛날 지위가 높은 사람의 경우 출타를 할 때 수레를 타는 것은 기본이었을 것이다. 요즘도 자동차는 치장의 기본이다. 좋은 차를 타고 내릴 때의 우쭐함을 사람들은 승차감, 하차감이라고 한다. 꾸밈의 기본은 가장 밑바닥인 발꿈치부터, 걸음걸이부터 제대로 되어야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가장 밑에서 지탱하는 발이, 그 발이 움직여서 이루어지는 걷는 동작이 먿지지 않은데 아무리 장식한들 제대로 멋이 나겠는가.

 

마지막 육효사가 백비무구(白賁无咎). 꾸미지 않으면 또는 소박한 꾸밈은 허물이 없다는 뜻이다. 아무런 치장 없이도 멋있으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꾸밈이 아닐까. 팡도르를 굽는 할머니의 삶과 태도가 백비(白賁)’가 아닐까. 죽음의 신을 대할 때도 당황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삶의 태도에 꾸밈과 군더더기가 없다. 소박하게 자신이 해오던 일을 마무리하고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세상을 떠난다.

 

(공백 포함 1,151)

별별챌린지 823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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