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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상(想像理想) 이야기/책 한 권 읽고 글 한 편 쓴다

귀를 물어뜯다

by 두마리 4 2025. 1. 17.

이솝우화에 이런 이야기기 있다.

 

어떤 소년이 친구의 책을 훔쳐 집으로 돌아왔다. 소년의 어머니는 꾸지람을 치기는커녕 오히려 소년을 칭찬해주었다. 얼마 후 소년이 친구의 옷을 훔쳐 돌아왔는데 이번에도 어머니는 칭찬해주었다. 청년이 된 소년은 더 비싼 물건들을 도둑질하게 되었고, 결국은 붙잡혀 두 손을 뒤로 묶인 채 처형장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그의 어머니가 아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 군중을 헤치며 처형장까지 뒤따라왔다. 청년은 가슴을 치며 슬퍼하고 있는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귀에 가까이 대고 드릴 말씀이 있어요” 어머니가 다가오자 청년은 순식간에 어머니의 귀를 깨물어버렸다. 후레자식이라고 욕설을 퍼붓는 어머니에게 청년이 말했다. “제가 처음 물건을 훔쳤을 때 엄한 꾸지람을 해주셨다면, 오늘 이런 부끄러운 죽음을 당하지 않았을 거예요.”

 

화뢰서합괘(火雷噬嗑卦䷔) 6효 효사가 형틀을 씌워 귀를 멸하니 흉함이다. ‘서합은 깨물어 씹어 합함이다. 깨물어 씹어 합하는 데는 감옥(형벌)을 이용하는 것이 이롭다고 말한다. 깨물어 합한다는 것은 새로운 질서와 화합의 구축을 말한다. 이러한 때는 형벌로 엄하게 다스려야 할 요소가 있다. 초기에 그것을 제대로 못해 일이 커지면 귀를 멸하게 된다. 이는 어리석음으로 인한 것이고 어리석음 귀가 밝지 못함이다.

 

귀한 자식일수록 엄하게 키워야 한다. 귀한 자식일수록 엄하게 하기 어렵다는 의미가 깔려있다. 천한 자식이면 사랑을 넘치게 줄 수도 없다. 자상하게 보살펴 주지 않아 버려진 자식처럼 자라 오히려 거친 야생의 생존 능력을 키우게 될 것이다. 신화나 전설에 보면 영웅은 꼭 버려져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을 겪는다. 크게 키우려면 크게 버려야 하지 않을까.

 

지나치게 자기의 자식을 감싸는 부모들이 있다. 자비로운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꼴이다. 넘치는 부모의 사랑이 자식을 약하게 만들고 비뚤어지게 만든다. 원숭이도 강하게 커기를 바라는 새끼는 무관심하게 내버려둔다.

 

산수몽괘(山水蒙卦䷃)은 어린아이의 어리석음이다. 초효사는 어리석음을 깨우치되, 형벌을 주고 질곡을 벗겨주는 것이 이로우니, 지나치게 하면 부끄럽다이다. 어릴 때 깨우침은 형벌로 다스리는 것처럼 엄하게 해야 함을 말한다. 또 엄한 것으로써만 하면 부끄럽다고 말한다. 먼저 엄하게 깨우치고 나중에 그 엄함을 풀어줘야 한다. 엄하게만 하여 기를 죽이고 주눅이 들게 해서는 안 된다. 엄한 것으로 기초적인 예의와 인성을 형성시키되 엄한 것으로서만 초지일관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공백 포함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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