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번 먹자” 요즘도 인사말로 밥 한번 먹자는 말을 한다. 먹는 게 중요하다.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술을 마시는 사람은 술도 한잔 한다. 밥을 같이 먹으면서 사회생활이 이루어진다. 사회적인 활동을 위해 밥을 같이 먹는다.
밥을 지으려면 솥이 있어야 한다. 옛날에는 여러 사람들이 야외에 놀러 가면 솥을 지게에 지고 갔다. 물가에나 들판에 솥을 걸어놓고 밥도 하고 국도 끓이고 고기도 삶았다. 솥에다 밥을 하고 고기를 삶으려면 나무와 불이 있어야 한다. 솥을 걸고 땔감을 해오고, 솥에다 음식을 삶고, 밥과 고기를 같이 먹으면서 하나가 되어간다.
새로운 음식을 하려면 먼저 솥을 깨끗이 비워야 한다. 만들려는 음식에 따라 재료도 적절하게 넣어야 한다. 밥만 하더라도 물을 잘 맞춰야 한다. 불 때는 시간이나 세기도 중요하다. 여러 가지 재료들은 고유의 맛과 향을 조금씩 지닌 채 다른 것들과 어우러져야 한다.
다른 사람을 만나 밥을 같이 먹는 것은 작은 혁명이다. 결혼을 하면 식구(食口)가 된다. 아들 딸을 놓으면 식구가 늘어난다. 매일 밥을 같이 먹으면서 가족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가족은 각자의 개성을 지닌 채 화합한다. 밥을 오래 동안 같이 먹어서, 거의 무조건적으로 도와주고 뭉친다.
밥을 같이 먹는 사람들이 많으면 정치적 힘이 커진다. 각종 동호인 모임이나 단체, 교회, 사찰 밥을 같이 먹을수록 유대감이 커지고 집단의 힘도 커진다. 집단 안의 사람들끼리는 단단해지고 그 바깥의 사람들과는 적대적이 되기도 한다. 정치인들은 모여서 밥을 먹는 사람들이 많은 곳을 좋아한다. 축제든 무슨 대회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반드시 얼굴을 내민다. 한 나라의 국민은 같이 밥을 먹는 사람들이다. 한 나라의 솥과 솥귀를 어떤 사람에게 맡기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온 국민의 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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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화풍정(火風鼎䷱)
鼎 元(吉)亨(정 원길형)
彖曰 鼎 象也 以木巽火 亨飪也(단왈 정 상야 이목손화 팽임야)
聖人 亨 以享上帝 而大亨 以養聖賢(성인 팽 이향상제 이대팽 이양성현)
巽而耳目 聰明 柔進而上行(손이이목 총명 유진이상행)
得中以乎剛 是以元亨(득중이응호강 시이원형)
象曰 木上有火 鼎(상왈 목상유화 정)
君子 以正位 凝命(군자 이정위 응명)
-김석진
정(鼎)은 크게 (길하여) 형통하니라.
「단전」에 이르기를, 정괘는 형상으로 취한 것이다. 나무로써 불을 들여서 음식을 삶으니, 성인이 삶아서 상제께 제사 올리고, 크게 삶아서 성현을 기른다. 겸손하고 귀와 눈이 총명하여, 유(柔 육오)가 나아가 위로 가고 중(中)을 얻어 강(剛 구이)에 응함이라. 이 때문에 크게 형통하니라.
「대상전」에 이르기를, 나무 위에 불이 있음이 정(鼎)이니, 군자가 본받아서 위(位)를 바로 해서 명을 엉기게 한다.
-김경방
정(鼎)은 크게 형통하다.
「단전」에서 말하기를, 정은 형상한 것이다. 나무가 불에 들어가는 것은 요리하는 것이다. 성인이 요리하여 상제에게 제사 지내고 크게 요리하며 성현을 기른다. 공손하고 이목이 총명하며 ‘유’ 나아가서 위로 올라가고 ‘중’을 얻으니 ‘강’에 응하니 이 때문에 크게 형통하다.
「대상」에서 말하기를, 나무 위에 불이 있는 것이 정괘이다. 군자가 <정괘의 상을> 보고서 자리를 바르게 하여 명을 엄정하게 한다.
-정이천
가마솥은 크게 형통하다.
「단전」에서 말했다. 가마솥은 모범을 취할 수 있는 형상이다. 나무로써 불에 들어가는 것은 삶아서 음식을 만드는 것이니, 성인은 음식을 삶아서 상제에게 제사를 올리고, 크게 삶아서 성현을 기른다. 겸손하여 귀와 눈이 총명하며, 유함이 나아가 위로 올라가고, 중도를 얻었으며 강함에 호응해서, 크게 형통한 것이다.
「상전」에서 말했다. 나무 위에 불이 있는 것이 정괘의 모습이니, 군자는 이것을 본받아 그의 위를 바르게 하며 명령을 엄중하게 한다.
-쑨 잉퀘이
크게 상서롭고 형통하다
「단전」에서 말한다. 솥은 음식을 익혀 사람을 기르는 물건의 형상이니, 나무로 불을 피워 음식을 익힌다. 성현이 음식을 익혀 하늘에 제사하고, 또 음식을 풍성하게 만들어서 성현을 봉양하도다. 음식을 만들어 성현을 봉양하며 그들이 공손히 군왕을 보좌하게 하니 군왕의 눈과 귀가 밝아지도다. 군왕은 유순한 덕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위로 올라가 높이 중아에 자맇고 또 능히 양강한 현자와 화합하니 크게 형통한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상전」에서 말한다. 나무 위에 불이 있ᅌᅳᆷ은 음식을 만드는 솥을 상징한다. 군자는 생김은 반듯하고 속은 단단한 솥의 형상을 본받아 자리를 단정히 하고 사명을 엄수하여 선인의 뜻을 저버리지 않는다.
初六, 鼎顚趾 利出否 得妾以其子 无咎(초육 정전지 이출비 득첩이기자 무구)
象曰 鼎顚趾 未悖也 利出否 以從貴也(상왈 정전지 미패야 이출비 이종귀야)
-김석진
초육은 솥의 발이 엎어지나 비색한 것을 내놓게 되어 이로우니, 첩을 얻으면 그 자식으로써 허물이 없어지리라.
「상전」에 이르기를, ‘정전지’이나 거스르지 않는 것이고, ‘이출비’는 귀한 것을 따르는 것이다.
-김경방
초육은 솥의 발이 넘어졌으니 나쁜 것을 꺼내는 데 이롭다. 첩을 얻어 그 아들까지 얻으니 허물이 없을 것이다.
「소상」에서 말하기를, ‘솥의 발이 넘어졌다’는 것은 아직 어긋나지 않은 것이다. ‘나쁜 것을 꺼내는 데 이롭다’는 것은 귀한 것을 따르기 때문이다.
-정이천
초육효는 솥의 발이 뒤집어졌지만, 나쁜 것을 쏟아내니 이롭다. 첩을 얻으면 그 남자가 허물이 없게 한다.
「상전」에서 말했다. 솥의 발이 뒤집어졌으니 이치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나쁜 것을 쏟아내는 것이 이로운 것은 귀함을 따르기 때문이다.
-쑨 잉퀘이
초육: 솥이 뒤집혀 발이 하늘을 향하니, 솥 안에 있는 오래된 음식을 버리는 것이 이롭다. 첩을 얻어 아들을 낳아서 대를 이으니 허물이 없다.
「상전」에서 말한다. 솥이 뒤집혀 발이 하늘로 향함이 반드시 상리(常理)에 어긋나지 않는다. 솥 안에 있는 오래된 음식을 버리는 것이 이롭다는 것은 초육은 위로 존귀한 이를 따르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함을 말한다.
九二 鼎有實 我仇有疾 不我能卽 吉(구이 정유실 아구유질 불아능즉 길)
象曰 鼎有實 愼所之也 我仇有疾 終无尤也(상왈 정유실 신소지야 아구유질 종무우야)
-김석진
구이는 솥에 내용물이 있으나, 내 짝이 병이 있으니, 내게 다가오지 못하게 하면 길하리라.
「상전」에 이르기를, ‘정유실’이나 가는 바를 삼가니, ‘아구유질’은 마침내 허물이 없어지리라.
-김경방
구이는 솥에 음식물이 있으나 내 짝의 시기가 있으니 나에게 가까이 하지 못하게 하면 길하다.
「소상」에서 말하기를, 솥에 음식물이 있으나 가는 바를 삼가야 한다. 내 짝의 시기가 있으나 끝내는 잘못이 없을 것이다.
-정이천
구이효는 솥에 꽉 찬 내용물이 있으나, 나의 상대가 병이 있으니, 나에게 오지 못하게 하면 길하다.
「상전」에서 말했다. 솥에 꽉 찬 내용물이 있지만, 나아갈 바를 신중하게 삼가야 한다. 나의 상대가 병이 있지만, 끝내 허물이 없어진다.
-쑨 잉퀘이
구이: 솥에 음식이 가득하네, 내 짝은 병이 나서 나에게 올 수 없으니 상서롭다.
「상전」에서 말한다. 솥에 음식이 가득하다는 것은 구이가 신중하게 행동하여 잘못된 길로 가지 말아야 함을 말한다. 내 짝이 병이 났으나 끝내 어떤 허물도 조성하지 못할 것이다.
九三 鼎耳革 其行塞 雉膏不食 方雨 携悔 終吉(구삼 정이혁 기행색 치고불식 방우 휴회 종길)
象曰 鼎耳革 失其義也(상왈 정이혁 실기의야)
-김석진
구삼은 솥귀가 변혁돼서 그 가는 길이 막혀서 꿩의 기름을 못하니, 바야흐로 비가 내려서 이그러진 후회가 마침내 길하게 되리라.
「상전」에 이르기를, ‘정이혁’은 그 의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김경방
구삼은 솥의 귀가 바뀌어서 들고 나가는데 막혀서 꿩의 기름진 고기를 먹지 못하나 장차 비가 내려서 후회가 없어지니 끝내는 길할 것이다.
「소상」에서 말하기를, ‘솥의 귀가 변한다’는 것은 그 도를 잃었기 때문이다.
-정이천
구삼효는 솥의 귀가 마음을 바꿔 그 나아감이 막혀서 맛있는 꿩고기를 먹지 못하지만, 화합하여 비가 내려서, 부족하다는 후회가 결국 길하게 된다.
「상전」에서 말했다. 솥의 귀가 마음을 바꾸는 것은 그 의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쑨 잉퀘이
구삼: 솥귀가 변하여 행동에 방해를 받으니 들어 옮기기가 불편하다. 솥에는 비록 맛있는 음식이 있으나 아무도 먹지 못한다. 장차 음과 양이 만나 비를 이루어야 회한이 사라지고 마침내 상서로울 것이다.
「상전」에서 말한다. 솥귀가 변했다는 것은 구삼의 도리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말한다.
九四 鼎 折足 覆公餗 其形 渥 凶(구사 정 절족 복공속 기형 악 흉)
象曰 覆公餗 信如何也(상왈 복공속 신여하야)
-김석진
구사는 솥의 다리가 부러져서 공의 밥을 엎으니, 그 얼굴이 땀으로 젖음이라 흉하도다.
「상전」에 이르기를, ‘공의 밥을 엎음’이니, 믿음이 어떠하겠는가?
-김경방
구사는 솥의 발이 부러져서 공에게 바칠 죽을 엎었으니 온몸이 젖어 흉하다.
「소상」에서 말하기를, 공에게 바칠 죽을 엎었으니 믿음이 어떠하겠는가
-정이천
구사효는 솥이 다리가 부러져 공(公)에게 바칠 음식을 엎었으니, 그 얼굴에 땀이 흘러서, 흉하다.
「상전」에서 말했다. 공(公)에게 바칠 음식을 엎었으니 그 신뢰는 어떻겠는가?
-쑨 잉퀘이
구사: 솥이 무게를 이기지 못해 발이 부러져 넘어져서 왕공(王公)들의 음식이 모두 쏟아지고 솥의 몸통까지 젖으니 흉하다.
「상전」에서 말한다. 왕공들의 음식이 모두 쏟아지고 솥의 몸통까지 젖었으니 구사 어떻게 신임 받을 수 있겠는가?
六五 鼎黃耳 金鉉 利貞(육오 정황이 금현 이정)
象曰 鼎黃耳 中以爲實也(상왈 정황이 중이위실야)
-김석진
육오는 솥이 누런 귀에 쇠로 된 고리니 바르게 함이 이로우니라.
「상전」에 이르기를, ‘정황이’는 중덕으로써 실질을 삼음이다.
-김경방
구오는 솥의 누런 귀에 쇠로 만든 고리이니 바르게 하는 것이 이로울 것이다.
「소상」에서 말하기를, 솥의 누런 귀는 중으로써 실한 덕을 삼은 것이다.
-정이천
육오효는 솥이 누런 귀에 금으로 만든 고리이니, 올바름을 굳게 지키는 것이 이롭다.
「상전」에서 말했다. 솥이 누런 귀인 것은 중도로 꽉 찬 것이다.
-쑨 잉퀘이
솥에 황색 귀가 있고 단단한 쇠고리를 끼웠으니, 정도를 지키는 것이 이롭다.
「상전」에서 말한다. 솥에 황색 귀가 있음은 육오가 거중하고 강실(剛實)한 덕을 갖추었음을 말한다.
上九 鼎玉鉉 大吉 无不利(상구 정옥현 대길 무불리)
象曰 玉鉉在上 剛柔 節也(상왈 옥현재상 강유 절야)
-김석진
상구는 솥이 옥고리이니, 크게 길해서 이롭지 않음이 없느니라.
「상전」에 이르기를, ‘옥고리가 위에 있음’은 강유가 잘 조절되기 때문이다.
-김경방
상구는 솥이 옥으로 만든 고리이니 크게 길하여 이롭지 않음이 없다.
「소상」에서 말하기를, ‘옥으로 만든 고리가 위에 있다’는 것은 강유가 적절하기 때문이다.
-정이천
상구효는 솥이 옥으로 만든 고리이니, 크게 길하여 이롭지 않음이 없다.
「상전」에서 말했다. 옥의 고리가 위에 있는 것은 강함과 유함이 적절하게 절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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