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불은 상극이다. 물은 불을 꺼지게 한다. 화재 진압의 가장 강력한 수단은 물이다. 며칠 동안 잡히지 않던 산불도 비가 오면 사그라지고 만다. 강력한 불은 약한 물을 말려 버리기도 한다. 여러 날 지속되는 땡볕은 수분을 증발시키고 식물을 말려죽인다.
사람 관계도 물과 불처럼, 불과 쇠처럼 서로 상극이 있다. 둘째 딸과 막내 딸의 관계처럼 같이 있으면 서로 뜻을 이루지 못하는 관계가 있다. 물과 불이 만나면 어느 한쪽이 없어지는 변화가 일어나듯이, 불과 쇠가 만나면 쇠가 녹거나 단련되듯이, 서로 뜻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 만나면 개혁을 하듯이, 상극이나 상충은 변혁을 유발한다.
한 개인의 자기 혁명도 어렵고, 한 사회 전체의 혁명도 어렵다. 바꾼다고 마음먹고 있으면서도 바꾸지 못하는 습관들이 얼마나 많은가. 한 사회의 불합리한 문제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면서도 계속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자칫 혁명(革命)은 어느 순간에 갑자기 전면적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봄에 꽃이 피고 여름에 무성하게 자라고 가을에 열매를 맺는 것도 어느 순간에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아주 작은 변화가 아주 조금씩 생기고 반복되어서 어느날 혁명적인 변화로 눈에 띄는 것이다. 나쁜 버릇 하나를 완전히 바꾸기 위해서 미세한 변화를 수없이 반복하지 않는가. 어쩌면 365일 동안 매일 반복해야 하나를 온전히 바꿀 수 있다. 확실하게 변하였다고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들이 세 번은 넘게 말을 할 수 있어야 바뀐 것이라고 믿을 수 있다.
혁명(革命)은 운명을 바꾸는 것이다. 한 생물의 종이 진화를 거쳐 무언가를 바꿀 때 수십, 수백 년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가. 한 인간이 운명을 바꾼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신분제 사회에서는 신분을 바꾸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도 자본의 논리에 따른 계급과 신분이 존재한다. 이러한 계급은 운명적이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부모와 그에 따른 사회문화경제적인 배경은 운명이다. 이 운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십 년 동안 작은 변화를 쌓아 가야 한다.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까르페디엠은 혁명의 방법을 말해주고 있다. 순간순간에 최대한 충실하여 그것이 집적되면 비로소 혁명적인 변혁으로 나타나게 된다.
주역의 마흔 아홉 번째 괘는 바람직한 혁명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혁명의 적절한 때를 말한다. 사계절의 변화 원리인 원형이정(元亨利貞)을 말한다. 또 근본적인 것은 고치지 않고 표면적인 것만 고치는 소인(小人)의 혁면(革面)을 말한다. 이에 비해 범의 가죽 무늬처럼 곱게 변하여 빛나는 대인(大人)을 호변(虎變)을 말한다. 표범의 무늬가 가을이 되면 아름다워지듯이 허물을 고쳐 말과 행동이 뚜렷이 달라지는 군자(君子)의 표변(豹變)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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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택화혁괘(䷰澤火革卦)
已日乃孚 元亨利貞 悔亡(혁, 이일내부, 원형이정, 회망)
彖曰 革 水火相息 二女同居 其志不相得 曰革(단왈 혁, 수화상식, 이녀동거, 기지불상득, 왈혁) 已日乃孚 革而信之 文明以說 大亨以正 革而當 其悔乃亡(이일내부, 혁이신지, 문명이열, 대형이정, 혁이당, 기회내망) 天地 革而四時 成 湯武革命 順乎天而應乎人 革之時 大矣哉(천지혁이사시 성, 탕무혁명, 순호천이응호인, 혁지시 대의재)
象曰 澤中有火 革 君子以治歷明時(상왈 택중유화, 혁. 군자이치력명시)
-김석진: 혁은 날이 마쳐야 이에 믿으리니, 크게 형통하고 바르게 함이 이로워서 뉘우침이 없어지느니라.
「단전」에 이르기를, 혁은 물과 불이 서로 멸식(滅息)하며, 두 여자가 함께 거처하되 그 뜻을 서로 얻지 못함을 혁이라고 한다. ‘날이 마쳐야 믿음’은 고쳐서 믿게 하는 것이다. 문명하고 기뻐해서 크게 형통하고 바르니, 고쳐서 마땅함에 그 뉘우침이 곧 없으지니라. 천지가 고침에 사시가 이루어지며, 탕왕과 무왕이 혁명해서 하늘에 순하고 백성에게 응하니, 혁의 때가 크도다.
「대상전」에 이르기를, 못 속에 불이 있는 것이 혁이니, 군자가 본받아 역(책력)을 다스려서 때를 밝힌다.
-김경방: 혁은 이미 날이 되어야 믿을 것이니 크게 형통하고 바르게 하여야 이로워서 후회가 없어질 것이다.
「단전」에서 말하기를, 혁은 물과 불이 서로 없애며 두 여자가 동거하나 뜻을 서로 얻지 못한 것이 혁이다. ‘이미 날이 되어야 믿는다’는 것은 변혁되어야 믿게 된다는 것이다. 문명하여 기뻐하고 바르게 함으로써 크게 형통하니 변혁하여 마땅하면 후회가 없어질 것이다. 천지가 변혁하여 사계절이 이루어진다. 탕무가 혁명하여 하늘을 따르고 사람에게 응하니 혁의 때가 크다.
「대상전」에서 말하기를, 못 가운데 불이 있는 것이 혁괘이다. 군자가 (혁괘의 상을) 보고서 책력을 다스리고 때를 밝힌다.
-정이천: 변혁은 하루가 지나야 믿게 되니, 크게 형통하고, 올바름을 굳게 지키는 것이 이로우니, 후회가 없다.
「단전」에서 말했다. 변혁이니, 물과 불이 서로 다투어 변화를 생성하며, 두 여자가 함께 살되 그 뜻을 서로 얻지 못하는 것이 변혁이다. 하루가 지나야 믿는 것은 변혁하여 믿도록 하는 것이다. 문명하여 기뻐하고 크게 형통하여 올바르니, 변혁하여 합당하기 때문에 그 후회가 없어진 것이다. 천지가 변혁하여 사계절이 이루어지며, 탕왕과 무왕이 천명을 변혁하여 하늘에 순종하고 사람들에게 호응했으니, 변혁의 때가 크구나.
「상전」에서 말했다. 연못 가운데 불이 있는 것이 혁괘의 모습이니, 군자는 이것을 본받아 때를 밝힌다.
-순 잉퀘이: 기일(己日)에 변혁을 추진하면 사람들의 이해와 신뢰를 얻어서 크게 형통할 것이니, 정도를 지키면 이롭고 결국 회한이 사라질 것이다.
「단전」에서 말한다. 개혁은 물과 불이 서로를 소멸시키고 상대를 용납하지 못하며, 두 여자가 한 집에 살고 있으나 뜻이 서로 맞지 않아서 결국 변화가 생기는 것과 같으니, 이것을 변혁이라고 한다. 기일에 변혁을 추구하고 사람들의 이해와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사람들의 이해와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개혁 과정은 온 천하가 믿고 따를 것이다. 밝은 덕을 갖추면 사리를 환히 알고 인심에 따르게 되며, 정도를 지킬 수 있으면 앞날이 크게 형통할 것이니, 이렇게 온건하고 타당하게 변혁을 추진한다면 자연히 모든 회환이 사라질 것이다. 천지가 변혁하여 사계절이 형성되고, 상의 탕왕과 주의 무왕이 하의 걸왕과 상의 주왕을 추방한 혁명은 천지자연의 법칙에 순종하고 백성의 소망에 호응한 것이니, 시기 적절한 변혁은 그 의의가 참으로 위대하다.
「상전」에서 말한다. 못 가운데 불이 있음은 변혁을 상징한다. 군자는 그것을 보고 역법(曆法)을 만들어 사계절의 변화를 밝힌다.
初九, 鞏用黃牛之革(초구, 공용황우지혁)
象曰 鞏用黃牛, 不可以有爲也(상왈 공용황우 불가이유위야)
-김석진: 초구는 누런 소의 가죽을 쓰니라.
「상전」에 이르기를, ‘굳게 누런 소를 씀’은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경방: 초구는 누런 소의 가죽으로 싸서 묶는다.
「소상」에서 말하기를, ‘누런 소의 가죽으로 싸서 묶는다’는 것은 행동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이천: 초구효는 황소 가죽을 써서 묶는다.
「상전」에서 말했다. 황소 가죽을 써서 묶는 것은 어떤 일도 도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쑨 잉퀘이: 초구, 질긴 황소 가죽으로 자신을 단단히 단속해야 한다.
「상전」에서 말한다. 질긴 황소 가죽으로 자신을 단단히 단속해야 한다는 것은 초구가 성과를 내려고 해서는 안 됨을 말한다.
六二 已日乃革之 貞吉 无咎(육이, 이일내혁지 정길 무구)
象曰 已日革之 行有嘉也(상왈 이일혁지 행유가야)
-김석진: 육이는 날이 마쳐야 고치리니, 나아가면 길해서 허물이 없으리라.
「상전」에 이르기를, ‘날이 마쳐야 고침’은 행함에 아름다움이 있는 것이다.
-김경방: 육이는 이미 날이 되어서 변혁하니 가면 길하여 허물이 없을 것이다.
「소상」에서 말하기를, ‘이미 날이 되어서 변혁한다’는 것은 가면 아름다운 경사가 있다는 것이다.
-정이천: 육이효는 하루가 지니서야 변혁할 수 있으니, 그대로 해나가면 길하여 허물이 없다.
「상전」에서 말했다. 하루가 지나야 변혁할 수 있는 것은 행하는 것에 아름다운 일이 있는 것이다.
-쑨 잉퀘이: 육이, 변환기인 기일에 변혁을 추진하며 적극적으로 행동하면 상서롭고 화가 없을 것이다.
「상전」에서 말한다. 변환기인 ‘기일’에 과감히 변혁을 추진하면서 적극적으로 행동하면 훌륭한 결과를 얻을 것이다.
九三, 征凶 貞厲 革言三就 有孚(정흉 정려 혁언삼취 유부)
象曰 革言三就 又何之矣(상왈 혁언삼취 우하지의)
-김석진: 구삼은 나아가면 흉하니, 곧고 바르게 하며 위태롭게 여겨야 할 것이니, 고친다는 말이 세 번 이루어지면 미더움이 있으리라.
「상전」에 이르기를, ‘고친다는 말이 세 번 이루어짐’은 또 어디를 가리오?
-김경방: 구삼은 가면 흉하니 바르게 하고 위태로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변혁해야 한다는 말이 세 번 이루어지면 믿음이 있을 것이다.
「소상」에서 말하기를, 변혁해야 한다는 말이 세 번 이루어졌으니 또 어디로 가겠는가?
-정이천: 구삼효는 가면 흉해서, 올바름을 굳게 지키고 위태로워하는 마음을 품어야 하니, 개혁해야 한다는 공론이 세 번 합치하면, 믿음이 있다.
「상전」에서 말했다. 개혁해야 한다는 공론이 세 번 합치했으니, 또 어디로 가겠는가?
-쑨 잉퀘이: 구삼, 조급하게 행동하면 반드시 흉할 것이니 정도를 굳게 지키며 후환에 대비해야 한다.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이 있더라도 다각도로 검토하고 깊이 생각하여 결정해야 사람들의 이해와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상전」에서 말한다.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에 대해 이미 다각도의 검토와 신중한 고려를 거쳤다면 또 어디로 가겠는가?
九四 悔亡 有孚改命 吉(구사 회망 유부개명 길)
象曰 改命之吉 信之也(상왈 개명지길 길)
-김석진: 구사는 뉘우침이 없어지니, 미더움이 있으면 명을 고쳐서 길하리라.
「상전」에 이르기를, ‘명을 고쳐 길함’은 뜻을 믿기 때문이다.
-김경방: 구사는 후회가 없어질 것이니 믿음이 있으면 명을 바꾸어 길할 것이다.
「소상」에서 말하기를, ‘명을 바꾸어 길하다’는 것은 뜻을 믿기 때문이다.
-정이천: 구사효는 후회가 없으니, 믿음이 있으면, 명(命)을 고쳐 길하다.
「상전」에서 말했다. 명을 고쳐서 기한 것은 그 뜻을 모두 신뢰하기 때문이다.
-쑨 잉퀘이: 구사, 회한은 사라지고, 대중의 신임을 얻어 천명(天命)을 바꾸니 상서롭다.
「상전」에서 말한다. 천명을 바꾸니 상서롭다는 것은 구사가 자신의 변혁 의지에 굳은 신념을 갖고 있음을 말한다.
九五 大人虎變 未占有孚(구오 대인호변 미점유부)
象曰 大人虎變 其文炳也(상왈 대인호변 기문병야)
-김석진: 구오는 대인이 범의 문채와 같이 변하는 것이니, 점치지 않아도 미더움이 있느니라.
「상전」에 이르기를, ‘대인호변’은 그 무늬가 빛나는 것이다.
-김경방: 구오는 대인은 호랑이가 털갈이하듯 변하니 점치지 않고도 믿는다.
「소상」에서 말하기를, ‘대인은 호랑이가 털갈이하듯 변한다’는 것은 그 문채가 빛남이다.
-정이천: 구오효는 대인이 호랑이로 변하는 것이니, 점치지 않아도 믿음이 있다.
「상전」에서 말했다. 대인이 호랑이로 변하는 것은 그 문양이 빛나는 것이다.
-쑨 잉퀘이: 구오, 대인이 변혁을 실행함은 그 도리가 마치 호랑이 무늬처럼 선명해서 점을 치지 않고도 믿을 수 있다.
「상전」에서 말한다. 대인이 변혁을 실행함은 그 도리가 호랑이 무늬처럼 선명하다는 것은 구오의 덕이 환하고 밝게 드러남을 말한다.
上六 君子豹變 小人革面 貞凶 居貞吉(상육 군자표변 소인혁면 정흉 거정길)
-김석진: 상육은 군자는 표범의 문채와 같이 변하고, 소인은 낯만 고치니, 가면 흉하고 바른 데 거처하면 길하니라.
「상전」에 이르기를, ‘군자표변’은 그 무늬가 성함이고, ‘소인혁면’은 순하게 임금을 좇음이라.
-김경방: 상육은 군자는 표범이 털갈이하듯 변하고 소인은 얼굴만 바꾸니 가면 흉하고 바른 데 처하면 길하다.
「소상」에서 말하기를, ‘군자는 표범이 털갈이하듯 변한다’는 것은 그 문채가 성한 것이고, ‘소인은 얼굴만 바꾼다’는 것은 순종하여 군주를 따르는 것이다.
-정이천: 상육효는 군자는 표범으로 변하는 것이고 소인은 얼굴만 고치니, 정벌하여 가면 흉하고 올바름에 거하면 길하다.
「상전」에서 말했다. 군자가 표범으로 변하는 것은 그 무늬가 아름다운 것이고, 소인이 얼굴만 고치는 것은 복종하여 군주를 따르는 것이다.
-쑨 잉퀘이: 상육, 군자는 표범처럼 변혁하여 공을 이루나 소인은 겉으로만 변혁에 찬성하니 계속해서 나아가면 흉하고 조용히 머무르며 정도를 지켜야 상서로울 수 있다.
「상전」에서 말한다. 군자가 표범처럼 변혁하여 공을 이룬다는 것은 대인의 노력에 힘입어 상육의 미덕이 더욱 화려하게 빛남을 말한다. 소인은 겉으로만 변혁에 찬성한다는 것은 소인은 변혁의 필요성을 진심으로 확신하지 못하면서 단지 군주의 변혁에 순종할 뿐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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