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평불피(无平不陂). ‘평평한 것은 기울어지지 않음이 없다’ 주역(周易) 열한 번째 괘인 지천태괘(地天泰卦䷋)의 3효 효사에 나오는 말이다. 괘이름 ‘태(泰)’는 크고 넉넉하고 여유롭고 자유로움이다. 소통이 잘 되어 안정되고 평안한 상이다. 위에 곤괘(坤卦☷)가 있고, 아래에 건괘(乾卦☰)가 있다. 위에 있어야 할 하늘이 아래에 있어 위로 올라가려 하고, 아래에 있어야 할 땅이 위에 있어 아래로 내려가려 한다. 그래서 위와 아래의 소통이 잘 될 수 있는 모습이고 기운이다.
평평할수록 안정과 평안에 가깝다. 인간 세상도 위와 아래의 소통이 잘 되면 대체로 태평(泰平)에 가까워진다. 잘 살거나 못 살거나 전체적으로 사는 수준이 비슷하면 평안하고 행복지수도 높다. 그러나 한때 평평해지더라도 영원하지 않다. 평평한 것은 기울어지고 기울어진 것은 평평해진다. 자연 상태에서의 땅은 평지가 되었다가 비탈이나 방죽이 되었다가 하면서 일정하지도 않게 평평함과 기울어짐을 오간다.
이런 생각도 든다. 평평하다고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은 기울어진 것이 아닐까. 크게 보면 비탈인 것도 아주 작은 구획으로 나눠서 보면 평평하다. 인간 세상은 특히 더 그렇다. 인간 사회에서는 공평과 공정을 늘 강조한다. 실제 어느 만큼 공평할 수 있을까. 타고난 신체조건과 두뇌, 집안 환경과 부모의 능력, 지역 환경 등은 아무리 해도 공평하게 맞출 수가 없다. 인간의 삶은 변수가 많아 그 공평과 불공평함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개인의 의지와 노력, 고난 극복에 따라 타고난 불공평함이 상쇄되어버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유복한 환경이 반드시 좋기만 한 것도 아니고, 박복한 것이 반드시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닌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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