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열치열(以熱治熱). 열로 열로써 다스림이다. 더울 때 뜨거운 차를 마시거나 뜨거운 온천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시원해진다. 여름에 뜨거운 물로 샤워하면, 그 뒤에 더 시원하다.
겨울에는 차가운 물로 샤워하면 그 뒤에 몸이 훈훈해진다. 힘은 힘으로 물리친다. 사랑을 잃은 아픔은 새로운 사랑으로 치유한다. 미리 놀라고 두려워하면 놀라고 두려운 일이 생겨도 놀라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
두려움은 두려워함으로써 극복한다. 중뢰진괘(重雷震卦䷲)의 핵심 내용이다. 중뢰진괘의 괘사는 ‘형통하다, 우레의 진동이 일어날 때 돌아보고 두려워하면, 웃고 말하는 소리가 즐겁다. 우레 소리가 백리를 놀라게 하는데, 숟가락과 울창주를 잃지 않는다’이다.
중뢰진괘는 진괘가 중첩된 괘다. 진괘(☳)는 두 음(陰)의 아래에서 하나의 양(陽)이 생겨 서서히 움직이며 위로 올라가려고 하여 음과 부딪혀 진동하는 형상이다. 천둥은 천동(天動)이다. 하늘의 움직임이다. 우레도 하늘이 우르르 울리고 움직이는 것이다. 땅이 우르르 움직이는 지진(地震)이기도 하다.
우레나 지진은 말 그대로 하늘이 놀라고 땅이 움직이는 경천동지(驚天動地)의 일이다. 우레나 지진은 자연의 일이다. 두려워하며 대비를 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규모가 크면 속수무책이다. 인간 사회의 일도 우레와 지진 같이 놀랍고 두려워할 만한 일이 생긴다.
우레와 지진 같은 일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작은 일에도 반성하고 신중하게 두려워하며 살라는 것이다. 그러면 막상 놀랍고 두려운 일이 생겨도 웃으며 즐겁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늘 두려워하는 마음을 갖고 신중하게 일을 하며 반성하는 자세로 살면, 우레가 진동하여 백리를 놀하게 해도 제사 모시는 숟가락과 제주를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놀랍고 두려운 일에 대비하려면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두려움을 갖고 수양하고 반성하며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해야 재앙을 줄이고 복에 가까워진다. 그런 수양과 반성이 법도를 만들어간다.
우레와 같은 두려움에 왜 하필 제사일까.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두려움에 제사밖에 없지 않은가. 교회의 기도, 찬송도 일종의 제사 의식이다. 성당의 예배도 제사 의식이다. 절에 가면 그곳에 여러 형태의 제사 의식이 있다. 각종 추모나 축제도 제사의 변형이다. 인간이 아닌 자연이나 신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의식은 크게 보면 제사라 할 수 있다.
제사는 인간이 두려움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제사는 사람을 모이게 만든다. 신에게 바칠 음식을 만들고, 제사가 끝나면 모인 사람들이 다 같이 나눠먹는다. 그 과정에서 공동체 의식이 생겨나고 유지된다. 제사는 사람을 경건하게 만들고 반성하게 만들고 수양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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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중뢰진(重雷震䷲)
震 亨 震來虩虩 笑言啞啞 震驚百里 不喪匕鬯(진 형 진래혁혁 소언액액 진경백리 불상시창)
彖曰 震亨 震來虩虩 恐致福也(단 왈 진 형 진래혁혁 공치복야)
笑言啞啞 後有則也 震驚百里 驚遠而懼邇也(소언액액 후유칙야 진경백리 경원이구이야)
出可以守宗廟社稷 以爲祭主也(출가이수종묘사직, 이위제주야)
象曰 洊雷震 君子以恐懼脩省(상왈 천뢰진 군자이공구수성)
-정이천
진동은 형통하다.
우레의 진동이 일어날 때에 돌아보고 두려워하면, 웃고 말하는 소리가 즐겁다.
우레 소리가 진동하여 백리를 놀라게 하는데, 숟가락과 울창주를 잃지 않는다.
「단전」에서 말했다. 진동은 형통하다. 우레의 진동이 일어날 때에 돌아보고 두려워하는 것은 복을 이루는 것이고, 웃고 말하는 소리가 즐거운 것은 이후에 법도가 있는 것이다.
우레 소리가 진동하여 백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멀리 있는 자를 놀라게 하고 가까이 있는 자를 두렵게 하는 것이다.
숟가락과 울창주를 잃지 않는 것은 군주가 나와서 종묘와 사직을 지켜 제사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상전」에서 말했다. 중첩된 우레가 진괘의 모습이니, 군자는 이것을 본받아 놀라고 두려워하여 수양하고 반성한다.
-김경방
진은 형통하다.
우레가 옴에 두려워하면 웃고 말함이 즐거우니 우레가 백 리를 놀게 하여도 숟가락과 울창주를 잃지 않는다.
「단전」에서 말하기를, 진은 형통하다. ‘우레가 옴에 두려워한다’는 것은 두려워하여 복을 이루는 것이다. ‘웃고 말함이 즐겁다’는 것은 두려워한 뒤에 법칙이 있다는 것이다. ‘우레가 백 리를 놀라게 한다’는 것은 멀리 있는 자를 놀라게 하고 가까이 있는 자를 두려워하게 하는 것이다. ‘숟가락과 울창주를 잃지 않는다’는 것은 대를 이어 종묘와 사직을 지켜 제주가 되는 것이다.
「대상」에서 말하기를, 우레가 거듭되는 것은 진괘이니 군자는 <진괘의 상을> 보고 두려워하고 반성한다.
-쑨 잉퀘이
형통하다.
천둥이 치면 사람들이 모두 두려움에 떨지만 본래 경계하며 조심한 사람은 천둥소리에 놀라지 않고 태연히 웃고 말하기를, 마치 종묘의 제사를 주재하는 제주가 천둥소리가 백리를 놀라게 할 때도 손에 든 제기와 술을 놓지 않듯이 하도다.
「단전」에서 말한다. ‘천둥이 진동하니 형통하다. 천둥이 치면 사람들은 모두 두려움에 떤다’는 것은 그렇게 두려움에 떨면서 삼가고 조심하면 오히려 복을 받을 수 있음을 말한다. 천둥소리에 놀라지 않고 태연히 웃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두려워하며 삼가고 조심하면 행동이 법도를 지켜서 정상을 잃지 않을 수 있음을 말한다. 천둥소리가 백리를 놀라게 한다는 것은 먼 곳과 가까운 곳을 막론하고 온통 놀라고 두려워함을 말한다. 이때 군왕을 문을 나가서 도성 밖에 있더라도 군왕을 계승할 장자가 도성에 남아 종묘사직을 지키며 종묘 제사의 제주가 될 수 있다.
「상전」에서 말한다. 천둥이 두 번 연달아 울림은 진동을 상징한다. 군자는 그것을 듣고서 놀라고 두려워서 자신을 수양하고 잘못을 성찰한다.
-김석진
진은 형통하니 우레가 침에 놀라고 두려워 하면 웃는 소리가 깔깔거릴 것이니, 우레가 백리를 놀라게 함에 숟가락과 울창주를 놓지 않느니라.
「단전」에 이르기를, 진은 형통하다. ‘우레가 침에 놀라고 두려워함’은 두려워하여 복을 이룸이고, ‘웃음소리가 깔깔거림’은 뒤에 법칙이 있음이라. ‘우레가 백리를 놀라게 함’은 먼 데서는 놀라게 하고 가까운 데서는 두려워하게 함이니, 나아감에 종묘와 사직을 지켜 제주가 되리라.
「대상전」에 이르기를, 거듭 치는 우레가 진(震)이니, 군자가 본받아서 놀라고 두려워하여 몸을 닦고, 허물을 살핀다.
初九 震來虩虩 後笑言啞啞 吉(초구 진래혁혁 후소언액액 길)
-정이천
초구효는 우레의 진동이 일어날 때에 돌아보고 두려워해야 나중에 웃고 말하는 소리가 즐거울 것이니, 길하다.
「상전」에서 말했다. 우레의 진동이 일어날 때에 돌아보고 두려워하는 것은 두려워해서 복을 이르게 하는 것이고, 나중에 웃고 말하는 것은 나중에 법도가 있는 것이다.
-김경방
우레가 옴에 두려워해야 뒤에 말함이 즐거우니 길하다.
「소상」에서 말하기를, ‘우레가 옴에 두려워한다’는 것은 두려워하여 복을 이루는 것이다. ‘웃고 말함이 즐겁다’는 것은 두려워한 뒤에 법칙이 있다는 것이다.
-쑨 잉퀘이
초구: 천둥이 칠 때는 모든 사람이 두려워하지만, 그런 뒤에 침착·태연하게 담소할 수 있다면 상서로울 것이다.
「상전」에서 말한다. 천둥이 칠 때는 모든 사람이 두려워한다는 것은 초구가 그렇게 두려워하여 삼가고 조심하여 능히 복을 받을 수 있음을 말한다. 천둥이 진동하는데도 침착·태연하게 담소할 수 있다는 것은 초구가 삼가고 조심하여 이후로 능히 법도를 지키고 정상을 잃지 않을 수 있음을 말한다.
-김석진
초구는 우레가 옴에 놀라고 두려워해야 뒤에 웃음소리가 깔깔거릴 것이니 길하니라.
「상전」에 이르기를, ‘우레가 옴에 놀라고 두려워함’은 두려워하여 복을 이룸이고, ‘웃음소리가 깔깔거림’은 뒤에 법칙이 있음이라.
六二 震來厲 億喪貝 躋于九陵 勿逐 七日得(육이 진래여 억상패 제우구릉 물축 칠일득)
-정이천
육이효는 우레의 진동이 맹렬하게 와 위태로워서, 자원을 잃을 것을 헤아려 높은 언덕에 올라가니, 쫓아가지 않으면 7일만에 다시 얻는다.
「상전」에서 말했다. 우레가 맹렬하게 오는 것은 강함을 탔기 때문이다.
-김경방
육이는 우레가 옴에 위태롭게 여기고 보물을 잃을 것을 예측하여 높은 언덕에 오르니 쫓지 않아도 7일에 얻을 것이다.
「소상」에서 말하기를, ‘우레가 옴에 위태롭다’는 것은 강을 탔기 때문이다.
-쑨 잉퀘이
육이: 천둥이 치고 위험한 가운데 많은 재물을 잃으나 미련 없이 훌쩍 떠나 높은 언덕으로 올라가고 잃은 재물을 찾지 말아야 하니, 7일이 지나면 잃은 것을 다시 얻을 것이다.
「상전」에서 말한다. 천둥이 치고 위험하다는 것은 음유인 육이가 양강을 타고 누름을 말한다.
-김석진
육이는 우레가 침에 위태함이라. 재물을 잃을 것을 헤아려 구릉에 오름이니, 쫓지 말면 7일만에 얻으리라.
「상전」에 이르기를, ‘우레가 침에 위태함’은 강을 탔기 때문이다.
六三 震蘇蘇 震行无眚(육삼 진소소 진행무생)
象曰 震蘇蘇 位不當也(상왈 진소소 위부당야)
-정이천
육삼효는 우레가 진동하여 정신의 기운이 망연자실하니, 놀라 두려워하면서 행하면 과실은 없다.
「상전」에서 말했다. 우레가 진동하여 정신의 기운이 망연자실한 것은 지위가 합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경방
육삼은 우레에 정신을 잃으니 두려워함에 기인하여 행동하면 잘못이 없을 것이다.
「소상」에서 말하기를, ‘우레에 정신을 잃는다’는 것은 자리가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쑨 잉퀘이
육삼: 천둥이 진둥하매 두렵고 불안한데, 이때 천둥소리로 말미암아 능히 조심하고 경계하며 앞으로 나아가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상전」에서 말한다. 천둥이 진동하매 두렵고 불안하다는 것은 육삼의 현재 위치가 정당하지 못함을 말한다.
-김석진
육삼은 우레가 침에 까무러치니(두려워 머뭇거림이니), 움직여서 나아가면 재앙이 없으리라.
「상전」에 이르기를, ‘우레가 침에 까무러침’은 자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九四 震遂泥(구사 진수니)
象曰 震遂泥 未光也(상왈 진수니 미광야)
-정이천
구사효는 진동하여 돌이킬 수 없이 빠져버렸다.
「상전」에서 말했다. 진동하여 빠져버린 것은 빛나지 못한다.
-김경방
구사는 우레에 빠져서 돌아올 수 없는 것이다.
「소상」에서 말하기를, ‘우레에 빠져서 돌아올 수 없는 것’은 광대하지 못한 것이다.
-쑨 잉퀘이
구사: 천둥이 진동할 때 놀라 허둥대다가 진창에 빠진다.
「상전」에서 말한다. 천둥이 진동할 때 놀라 허둥대다가 진창에 빠진다는 것은 구사의 양강한 덕이 크게 드러나지 못함을 말한다.
-김석진
구사는 우레가 마침내 진흙에 빠짐이라.
「상전」에 이르기를, ‘우레가 마침내 빠진다’함은 빛나지 못한 것이다.
六五 震往來厲億 无喪有事(진왕래려억 무상유사)
象曰 震往來厲 危行也 其事在中 大无喪也(상왈 진왕래려 위행야 기사재중 대무상야)
-정이천
육오효는 진동하여 위로 가거나 아래로 내려가는 것 모두 위태로우니, 현실을 헤아려서 그 일을 잃지 말아야 한다.
「상전」에서 말했다. 진동하여 위로 가거나 아래로 내려가는 것 모두 위태로우니 위험한 행동이고, 하는 일이 중도에 달려 있으니 크게 잃는 것이 없다.
-김경방
육오는 우레가 오고감에 위태로우나 종묘사직에 제사 지내는 일을 잃지 않는다.
「소상」에서 말하기를, ‘우레가 오고감에 위태롭다’는 것은 위태롭게 행동하는 것이다. 일이 중에 있으니 크게 잃는 것이 없을 것이다.
-쑨 잉퀘이
육오: 천둥이 진동할 때는 오르고 내림, 가고 옴이 모두 위험하다. 오직 조심하여 중도를 지킬 수 있어야만 실수를 방지하여 종묘사직을 길이 보전할 수 있을 것이다.
「상전」에서 말한다. 천둥이 진동할 때는 오르고 내림, 가고 옴이 모두 위험하다고 함은 육오가 두려운 마음으로 신중히 나아가야 함을 말한다. 모든 일과 행동이 신중하게 중도를 지키는 데에 달렸으니, 그렇게 하고서 나아가면 잘못이 없을 것이다.
-김석진
육오는 우레가 가고 옴에 위태로우니 잘 헤아려야 맡은 일에 잃음이 없느니라.
「상전」에 이르기를, ‘우레가 가고 옴에 위태로움’은 위태롭게 행함이요, 그 일이 가운데 있으니 크게 잃음은 없는 것이다.
上六 震索索 視矍矍 征凶 震不于其躬 于其鄰 无咎 婚媾有言(상육 진삭삭 시확확 정휴 진불우기궁 우기린 무구 혼구유언)
象曰 震索索 中未得也 雖凶无咎 畏鄰戒也(상왈 진삭삭 중미득야 수흉무구 외린계야)
-정이천
상육효는 우레가 진동해서 기운이 소진하여 두리번거리며 두려워하는 것이니, 가면 흉하다. 우레와 진동이 자기에게 떨어지지 않고 그 이웃에 떨어질 때 미리 반성하면 허물이 없을 것이니, 혼인한 자들은 원망하는 말이 있을 것이다.
「상전」에서 말했다. 우레가 진동하여 기운이 소진한 것은 중도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고, 흉하지만 허물이 없는 것은 이웃을 두려워하여 경계하기 때문이다.
-김경방
상육은 두려워하고 불안해 하니 가면 흉하다. 우레가 자신에게 미치지 않고 이웃에게 미칠 때 경계하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혼구는 말이 있ᅌᅳᆯ 것이다.
「소상」에서 말하기를, 두려워한다는 것은 아직 중을 얻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비록 흉하나 허물이 없다’는 것은 이웃의 경계하는 것을 보고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쑨 잉퀘이
천둥이 진동할 때 지나치게 두려워하여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두 눈을 두리번거리며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니, 이런 때에는 움직이면 반드시 흉하다. 천둥이 아직 내 몸에 미치지 않고 이웃에 이르렀을 때 미리 대비하고 경계하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음양의 결합을 이루려 하면 장차 분분한 구설을 부를 것이다.
「상전」에서 말한다. 천둥이 진동할 때 지나치게 두려워하여 걸음을 옮기지 못한다는 것은 상육이 중화(中和)의 도를 터득하지 못했음을 말한다. 비록 흉하나 허물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은 이웃이 재난을 당하는 것을 보고 두려워하여 경계하고 대비할 수 있음을 말한다.
-김석진
상육은 우레가 (사방으로) 흩어져 눈을 두리번거림이니, 가면 흉하다. 우레가 자기 몸에 이르지 않고 그 이웃에 이르면 허물이 없으리니, 혼구(함께 하는 사람)는 말이 있으리라.
「상전」에 이르기를, ‘우레가 흩어짐’은 중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고, 비록 흉하나 허물이 없음은 이웃이 경계함을 보고 두려워함이라.
'주역으로 글쓰기 > 글쓰기로 자강불식하는 주역(두마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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