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학교 폭력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학폭은 학교와 학생들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학폭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그 가족, 가정과 연결돼 있다. 가정의 결핍이나 결손, 부모의 폭력이나 무관심 등과 관련이 돼 있다.
폭력은 이상 행동이나 은둔 도피 등의 심리적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원인은 비슷한데 표출 양상이 다른 것이다. 주요 인물들은 대부분 가정이나 학교 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 이력이 있다. 정서적 불안이나 장애로 자살 충동을 느끼는 인물도 나온다. 도제나 장인 제도와 특전이 있는 전문계고 현장 실습의 부조리와 실습생들에 대한 어른들의 폭력 문제도 나온다.
이 소설의 중심인 ‘555나나숲’은 학폭의 피해자와 가해자들이 체험 상담을 통해 치유해가는 과정이다. 이 프로그램의 내용은 멘토 5명, 멘토와 50번 만나기, 몸 쓰기 500시간이다. 이 과정은 주로 숲속 체험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555’라는 숫자를 보면서 주역 내용이 생각났다. 주역에서 보면 ‘5’는 생수 (生數1, 2, 3, 4, 5) 중 가장 큰 수이다. 오행으로 보면 ‘5’는 토(土)로 중앙이고 화합이고 포용이고 이것과 저것의 연결이고 관계이다. ‘5’가 세 개인데 셋은 천(天), 지(地), 인(人)의 삼재(三才)를 의미한다. ‘555나나숲’은 폭력으로 인한 인간의 상처가 천지 자연의 숲에서 상생하며 치유되는 모델을 보여준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나무와 식물의 특성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노각나무, 꽃댕강나무, 배롱나무, 층층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쪽동백나무, 때죽나무, 메타세퀘이아, 쥐꼬리망초……. 특히 ‘나는 나무입니다’ 장에서 나무의 특성에 빗대어 자신의 성격, 고민, 앞으로 다짐 등을 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숲속에서 인간이 편안함을 느끼고 치유를 받는 것은 수렵채집 시대의 유전자가 있기 때문이라는 내용도 새롭다.
학교 폭력 문제라는 주제는 자칫 교육적으로만 흐를 수 있다. 하지만 ‘진목’의 계속되는 도촬, ‘민철’의 절도, ‘민수’의 투신 자살 사건 등은 극적 긴장감을 유발하여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만들어준다.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은 힘이 없고, 힘 가진 사람은 세상이 바뀌길 원하지 않아요”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그것을 악용하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세상’이라는 것은 객관적인 실체가 없다. 결국은 ‘사람’이다. 사람을 바꿔야 세상이 바뀐다. 힘 있는 사람들의 부정한 짓이 문제다. 폭력도 늘 힘 있는 사람이 가해자이고, 힘 없는 사람이 피해자이다.
‘555나나숲’ 치유 프로그램에서 ‘만나기’가 좋다. 그 만남의 과정이 학교밖과 연계되어 사회 어른들이 함께 하며, 그 공간이 숲속인 점이 좋다. ‘몸쓰기 500시간’이 특히 좋다. 인간 사회가 문명화되면서 점점 몸쓰기가 줄어들고 있다. 문명의 발달로 인간이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큰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자연의 숲에서 인간의 숲을 만나 폭력의 피해와 가해, 그로 인한 고민과 갈등이 치유되고 새로운 인간 관계가 형성되어 나간다. 키 다른 나무처럼 연령, 성별 등 저마다 다른 경험, 아픔을 지닌 사람들이 만나 결과적으로는 멘토든 멘티든 서로에게 치유받고 성장하는 모습에서 새로운 인간관계와 공동체의 싹을 보았다. 소설을 읽으면서, 숲 속 체험을 통해 치유받는 느낌을 받았다.
-『키 다른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강미)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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