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70년대에는 ‘채식’이란 말도, ‘육식’이란 말도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쌀이나 보리로 한 밥이나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을 먹고 반찬도 제철에 난 것이거나 말려서 묵은 것이거나 나물이었고, 어쩌다 갈치, 고등어 등의 물고기를 먹었다. 늘 먹는 것이 곡물과 채소이니 ‘채식’이란 말을 할 필요가 없고, 추석이나 설 명절 때 또는 어쩌다 먹게 되는 돼지고기나 소고기 등을 두고 ‘육식’이란 말을 쓸 필요도 없었다. 요즘은 ‘육식주의자’, ‘채식주의자’란 말을 예사로 쓰고 있다. 어떤 게 좋을까?
“일부 사육장에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시험적으로 마분지, 신문, 톱밥을 사료에 첨가…… 닭장이나 돼지우리에서 분뇨를 수집하여 그것을 육우 사료에 섞기도…… 미래에는 시멘트 가루도 사료첨가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상적인 사료를 먹이는 경우보다 그 외의 사료를 먹이면 30% 정도 더 빨리 체중이 불어나기 때문이다. …… 동물들의 체중을 좀 더 빨리 불리기 위해 사료에 산업 오수와 기름을 첨가하는 것이 이제는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육식의 종말』(제레미 리프킨)에 나오는 말이다. 놀랍고 충격적이다. 『지방이 범인』의 저자 ‘에셀스틴’은 인간의 비만도 같은 원리라고 설명한다. 인간의 몸도 동물성 음식과 공장 음식을 많이 먹으면, 그 독성을 처리하려고 지방과 수분을 늘린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이 식물식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느 채식주의 의사의 고백』(존 맥두걸)에서도 채식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에셀스틴’은 미국에서 일반외과분야에서 최고의 수입을 올리는 의사이다. 아버지와 장인이 모두 의사인데, 40대 50대에 심장 마비에 걸리는 것을 보고, 음식으로 병을 치료하는 길로 들어선다. 관상동맥질환 말기환자 18명을 대상으로 채식 프로그램을 12년 동안 진행하여 끝까지 참여한 12명을 모두 완치시킨다. 에셀스틴의 주장은 간단하다. 생선 및 고기, 유제품, 기름을 먹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채소, 곡물, 과일만 먹어도 충분하고 그렇게 식물식을 하면 고혈압, 당뇨, 비만 등 혈관과 관련된 질병들이 치료되고, 그러한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신의 프로그램에 참여한 환자들 외에, 뉴기니섬에 사는 파푸아 고산족의 사례, 풀만 먹고도 엄청난 근육과 지방을 만들어내는 코끼리와 소, 식물식만으로도 미식 축구 영웅이 된 아트 스틸, 육상 선수 칼 루이스, 전직 대통령 빌 클린턴, 배우 사무엘 잭슨 등을 근거로 든다.
‘존 맥두걸’은 고기와 유제품을 너무 많이 먹어 18세에 중풍이 걸렸다가, 그 원인을 알기 위해 의사가 되었다.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의 책임 의사로 있으면서, 환자들을 통해서 만성질환의 원인이 육식과 유제품임을 알게 된다. 이민자 1세들은 비만, 당뇨병, 심장병, 관절염, 유방암이나 전립선 이상 같은 것이 없는 반면, 미국식 식단은 따른 2세, 3세들은 비만과 만성적인 질병이 나타났던 것이다. 존 맥두걸 역시 채소, 곡물, 과일만 먹어도 충분하면 별도의 단백질·칼슘·각종 영양 보충제를 섭취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 근거로 자신이 운영하는 채식 프로그램에 참여한 환자들, 채식을 주로 하는 동남아시아 사람들, 멕시코 산간 마을 사람들, 아프리카 시골 사람들 등을 예로 든다. 이들은 당뇨, 관절염, 심장병, 유방암 등의 질병에서 자유롭다고 말한다. 그는 고대문명사회의 인류는 보리, 옥수수, 조, 감자, 쌀, 밀 등 6가지 음식을 주된 에너지원으로 사용했으며, 현재도 인류의 유전자는 녹말 음식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말한다.
채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러한 책들이 수백만 권이나 팔렸다. 그런데도 채식은 왜 대중화되지 않을까? 채식은 돈이 안 되고, 사람들의 입맛이 육식과 가공 음식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존 맥두걸 박사의 채식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비용이 440만원인데 비해, 수술 한 번의 비용은 1억을 넘는다. 병원에서 채식 치료를 좋아할 리가 없다. 건강 관련 프로그램에 나오는 의사들은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음식 습관을 말하지 않는다. 단백질 섭취를 위해서 고기와 유제품, 영양 보충제를 적절히 먹고,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치료약은 평생을 복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축산업과 관련된 사람들이 언론을 장악하고 있고, 채식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미미하다. 그래서 보통 ‘잘 먹는다’고 하면, 소고기든 돼지고기든 닭고기든 고기를 먹는 것이다. 옛날에 비해 의학과 의료 기술이 발전하고, ‘잘 먹는’데도 의료 비용은 갈수록 늘어만 간다. 오늘날 최고의 부와 권력을 누리는 계층이 의사와 법조인이라는 사실은 좀 아이러니하다. 의사는 환자를, 법조인은 범법자를 바탕으로 존재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건강이 안 좋고 육식이나 가공 음식을 많이 먹고 있다면, 채식(식물식) 위주 음식으로 바꿔볼 만하다. 급하지 않으면, 육식의 비율을 줄이면서 몸에 나타나는 변화를 보면 된다. 완전하게 채식을 하면 더 좋다고 하지만, 육식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채식은 육식에 비해 비용도 적게 들고, 조리도 더 간단하다. 많은 사람들이 채식을 하면 의사들의 수입이 줄고, 축산업에 관련된 사람들이 실직할까 두려운가. 그렇게 될 리가 없다. 그것은 마치 범법자가 갈수록 줄어들어 법조인들이 곤란해질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다.
2008년의 IPCC 자료에 의하면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온실 가스의 최대 18%가 농업에서, 이 중 80%가 가축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농축산물 생산을 위해 사용하는 땅 중 83%는 축산농가가 육류 생산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소고기 1kg이 곡물 10kg을 생산할 때와 비슷한 온실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5.8%, 곡물 자급률은 20.2%라고 한다. 2021년 기준, 국내에서 연간 2,000만톤 가량의 배합사료를 생산하는데, 그 원료의 95%가 수입된다”고 한다. 채식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식량 위기 대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느 채식주의 의사의 고백』(존 맥두걸), 『지방이 범인』(콜드웰 에셀스틴)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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