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周易)은 상경(上經)과 하경(下經)으로 나뉘어져 있다. 상경은 천문(天文)이고 하경은 인문(人文)이라 할 수 있다. 상경은 중천건(重天乾䷀)과 중지곤(重地坤䷁)으로 시작하여 중수감(重水坎䷜)과 중화리(重火離䷝)로 끝난다. 하늘과 땅으로 시작하여 물과 불로 끝난다. 태극기의 태극과 건곤감리 4괘는 천문의 압축이고 요약이라 할 수 있다. 선천팔괘(先天八卦)의 세로축이 건곤(乾坤)이고 가로축이 감리(坎離)이다.
하경은 택산함(澤山咸䷞)과 뇌풍항(雷風恒䷟)으로 시작하여 수화기제(水火旣濟䷾)와 화수미제(火水未濟䷿)로 끝난다. 함괘는 남녀가 교합하는 감응의 괘이고, 항괘는 부부가 항상성으로 오래 지속함을 뜻하는 괘이다. 인간 세상은 남녀가 교합하고 부부를 이루어 지속함으로써 모든 것이 시작되고 이루어진다. 또 인간의 삶은 기제의 완성과 미제의 미완성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 네 개의 괘를 보면 모두 음양(陰陽)이 3개씩이다. 함괘의 교합에서는 양(陽-소남)이 아래에, 항괘에서는 양(陽-장남)이 위에 있다. 또 기제와 미제에서는 3개의 음양이 고르게 섞여 있다. 인간 세상은 양(陽⚊)과 음(陰⚋)이, 감괘(坎卦)의 물과 리괘(離卦)의 불이 교차되면서 삶의 무늬를 만들어낸다. 후천팔괘(後天八卦)의 중심축이 감괘(坎卦☵)와 리괘(離卦☲)이다.
세로와 가로 중에서도 중심 축은 세로이다. 지구 자전이 세로축을 중심으로 돈다. 세로축은 날줄이다. 경위(經緯)는 날줄과 씨줄이다. 피륙을 짤 때 날줄이 더 중요하다. 경전(經傳), 시경(詩經), 서경(書經), 불경(佛經)에 있는 경(經)은 모두 날줄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경험과 능력을 뜻하는 경륜(經綸)에도 ‘경(經)’자가 쓰인다. 맹모단기(孟母斷機)는 맹자가 학업을 중단하고 돌아왔을 때에, 그 어머니가 짜던 베를 잘라서 학문을 중도에 그만둔 것을 훈계한 일을 이르는 말이다. ‘기(機)’가 베틀이지만 실제 자른 것은 날줄이었을 것이다.
주역을 통해서 삶의 날줄과 씨줄을 본다. 삶의 벼리를 본다. 벼리는 그물의 위쪽 코를 꿰어 놓은 줄로 일의 뼈대가 되는 줄거리를 뜻한다. 경륜(經綸)은 삶의 날줄과 벼리이다. 날줄은 삶의 길이고 도(道)이다. 벼리는 삶의 핵심이고 뼈대이다. 주역을 통해서 삶의 뼈대와 길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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