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周易) 상경은 중수감괘(重水坎掛䷜), 중화리괘(重火離卦䷝)로 끝난다. 주역 하경은 수화기제(水火旣濟䷾), 화수미제(火水未濟䷿)로 끝난다. 감괘와 리괘는 선천팔괘에서도 세로축인 건괘(☰와 곤괘(☷)와 함께 가로축으로 중심이다. 후천팔괘에서는 감괘와 리괘가 세로축으로 중심을 이룬다. 인간 세상에선 물과 불이 중심이다.
중수감괘의 괘사를 보자. ‘습감(習坎) 유부(有孚) 유심형(維心亨) 행유상(行有尙)’. 거듭된 감(坎)은 믿음이 있어서(진실함을 가지고) 오직 마음이(마음을 보존하면) 형통하니, 나아가면 가상함(올라감)이 있을 것이다. 괘사에서 괘이름 앞에 수식어가 붙은 것은 64괘 중에 중수감괘가 유일하다. 감(坎)은 구덩이요, 빠짐이요, 험난함이다. ‘습(習)’은 되풀이, 거듭이다. 습감(習坎)은 거듭된 구덩이요 험난함이다. 거듭하다 보면 익혀진다. 거듭해서 익힘은 공부의 방법이다. ‘습(習)’은 험난한 구덩이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진실한 믿음의 유부(有孚)와 오롯한 마음의 유심(維心)도 험난함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다. 험난함을 극복하면 그만큼 역량은 커지고 위로 올라가는 향상이 있다.
중화리괘(重火離卦䷝)의 괘사를 보자. 리(離) 이정(利貞) 형(亨) 축빈우길(畜牝牛吉). 리(離)는 바르게 함이 이로우니, 형통하니, 암소를 기르면 길하다. ‘利貞亨(이정형)’은 건괘의 원형이정(元亨利貞)과 같은 의미로 해석하기엔 적절하지 않다. 리 괘는 두 개의 태양이 걸리거나 밝음이 걸리는 형상이다. 대부분의 점사는 조건절(p이면), 귀결절(q이다)로 구성된다. 조건절과 귀결절로 해석하면 바르게 하면 이롭다, 형통하다. 축빈우길도 조건절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두 가지 생각이 든다. 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이롭지도 길하지도 않을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조건절은 점사(占辭)의 본질을 잘 드러내는 것 같다. 길(吉)한 점괘가 나왔다고 해서 가만히 있어도 길할 것인가. 반대로 흉한 점괘가 나와서 그것을 피할려고 방책을 쓰고 노력하는데도 흉함을 피할 수 없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水火旣濟䷾)는 물이 위에 있고 불이 아래에 있다. 괘사를 보자. 기제(旣濟) 형소이정(亨小利貞) 초길종란(初吉終亂). 기제는 형통할 것이 작은 것이니 바르게 함이 이로우니, 처음은 길하고 나중은 어지럽다.
(火水未濟䷿)는 불이 위에 있고 물이 아래에 있다. 미제(未濟) 형(亨) 소호(小狐) 흘제(汔濟) 유기미(濡其尾) 무유리(无攸利). 미제는 형통하니, 어린 여우가 용감하게 건너다가 그 꼬리를 적심이니, 이로울 바가 없다.
물과 불은 오행으로 보면 물이 불을 극하는 상극이다. 물은 내려가고 불은 올라간다. 그래서 수화기제는 건넘이고 완성이다. 반면에 화수미제는 못 건넘이고 미완이다. 수화기제는 지천태(地天泰䷊)와, 화수미제는 천지비(天地否䷋)와 양상이 비슷하다. 다만 수화기제와 화수미제는 상생이든 상극이든 형통하며 음양의 조화와 변화가 역동적이다.
‘정(貞)’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바르게 하면’ 이롭다, 길하다. 허물이 없다. 형통하다고 한다. 도대체 ‘바르게’ 한다는 게 어떤 것인가. 상황이나 문제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바르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그 다음 측근에게 물어본다. 그 다음 대중에게 물어본다. 마지막으로 점을 쳐서 천지신명께 물어본다. ‘정(貞)’을 파자(破字)하면 ‘복(卜)+패(貝)’이다. 점을 치는 것도 바르게 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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