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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으로 글쓰기/글쓰기로 자강불식하는 주역(두마리)

감응의 단계

by 두마리 4 2023. 12. 7.

31. 택산함괘(澤山咸卦䷞)

 

택산함괘(澤山咸卦䷞)의 함()느낌’, ‘감응’, ‘다 함’, ‘교합(交合)’이다.

 

위에는 못[()]이 있고, 아래에는 산[()]이 있다. 산과 못의 기운이 통했다는 산택통기(山澤通氣)’. 산은 하늘의 성기이고, 연못은 땅의 성기다. ()은 소녀이고, ()은 소남이다. 장남ㆍ중남, 장녀ㆍ중녀 간의 교섭보다 소녀ㆍ소남의 교합과 감응이 더 민감할 것이다.

 

음유(陰柔)가 올라가고 양강(陽剛)이 내려와 두 기운이 느껴 응함으로 서로 더불어 한다. 여자가 올라가 기뻐하고 남자가 내려와 그친다. 이는 지천태괘(地天泰卦䷊), 수화기제(水火旣濟䷾)의 원리와 같다. 위로 올라가려는 하늘과 불은 아래에, 아래로 내려오려는 땅과 물은 위에 있어야 기운이 상통하고 조화를 이룬다.

 

서로 자리를 바꿔야 감응이 일어난다. 이는 남녀, 음양 뿐만 아니라 천지만물의 모든 것이 사귀는 이치다. 남녀의 사귐에서 거의 대부분 남자가 여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처음에 눈길을 주고, 그 다음 손길을 주고,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멋진 경치를 보여주고, 선물을 주고, 가능하면 멋진 자동차와 집 등으로 유혹한다. 그러면 여자는 대체로 쉽게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마음에 들거나 우월하고 강해 보이는 남자를 선택한다. 다른 동물도 비슷하다. 수컷들이 주로 화려한 몸짓이나 소리 또는 큰 먹이나 멋진 집으로 암컷의 마음을 사려고 애를 쓰고, 암컷은 그 중에서 골라잡는다. 생물적으로 그런 듯하다.

 

인간의 경우, 이성에 바탕한 금지나 절제, 온갖 법도와 문화적 관습,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 등이 작용해서 생물적 본능에 따른 반응을 알아차리기 힘든 경우가 많다.

 

택산함괘의 효사(爻辭)는 남녀의 교합을 말하는 듯하다. 우선 효사를 보자.

 

초육은 그 엄지발가락에 느낌이라.

육이는 그 장딴지에 느끼면 흉하니, 머물러 있으면 길하리라.

구삼은 그 넓적다리에 느낌이라.

구사는 바르게 하면 길()해서 뉘우침이 없으니 자주자주 오고 가면 벗이 네 뜻을 좇으리라.

구오는 등심에 느낌이니 후회가 없으리라.

상육은 볼과 뺨과 혀로 느낌이라.

 

엄지발가락에 감응한다. 장딴지에 감응한다. 넓적다리에 감응한다. 자주 오고가면 벗이 네 뜻을 좇으리라. 등심에 감응한다. 광대뼈와 뺨과 혀에 감응한다.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인가. 남녀 교합에서 감응의 단계를 말함인가.

 

타인과의 인간 관계에서 감응의 단계를 비유적으로 말함인가. 밑바닥부터, 기본적인 것부터 단계적으로 감응을 하고 자주 오고가면서 뜻을 공유하고 마지막에 내밀하고 민감한 영역까지 감응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 이순신 장군은 병사를 뽑을 때 발끝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스캔하듯이 쫙 훑어봤다고 한다. 통찰력이 있고, 눈매가 맵다면 한 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70~80%는 판단할 수 있으리라. 신발ㆍ바지ㆍ윗도리ㆍ인상ㆍ몸매ㆍ서 있는 자세ㆍ눈빛ㆍ표정 등을 제대로 관찰한다면 소위 말하는 견적이 거의 나올 것이다. 그에 따라 감응의 정도도 판단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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