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중수감(重水坎䷜)
괘이름 중수감(重水坎)은 무슨 뜻인가. 중수(重水)는 위에도 물, 아래도 물이어서 거듭된 물이다. ‘감(坎)’은 빠짐, 구덩이, 험함이다. 구덩이 속의 구덩이다.
감괘의 괘상(卦象䷜)은 어떤가. 위에 감괘(坎卦☵)이고 아래에도 감괘(坎卦☵)이다. 물이 거듭됨, 지나침으로 인한 재앙의 모습이다. 감괘(坎卦☵)는 곤괘(坤卦)의 속에 건괘(乾卦)의 중획(中劃)이 들어있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또는 중간의 양효(陽爻)는 대천(大川)을, 양 옆의 음효는 양쪽 강 언덕의 땅[토(土)]의 형상으로 보기도 한다.
정이천은 두 개의 음(陰) 속에 하나의 양(陽)이 있으면 ‘빠짐’이 되고, 음(陰)이 양(陽) 가운데[☲] 있으면 ‘붙음’이 되고, 양(陽) 맨 아래 있으면[☳] ‘움직임’이 되고, 음(陰)이 맨 아래 있으면[☴] ‘공손함’이 되고, 양이 맨 위에 있으면[☶] ‘그침’이 되고, 음이 맨 위에 있으면 ‘기쁨’의 모습이 되는 것이 역의 일반적인 법칙이라고 했다.
감괘의 괘사(卦辭)는 어떤 뜻인가. 習坎 有孚 維心亨 行 有尙. 습감(習坎)은 믿음이 있어서 오직 마음이 형통하니, 가면 가상함(올라감, 존경 받음)이 있다.
주역의 64괘 중에서 같은 소성괘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순괘(純掛)는 모두 8개다. 1 중천건(重天乾䷀), 2 중지곤(重地坤䷁), 29 중수감(重水坎䷜), 30 중화리(重火離䷝), 51 중뢰진(中雷震䷲), 52 중산간(重山艮䷳), 57 중풍손(重風巽䷸), 58 중택태(重澤兌䷹) 순으로 나온다. 그런데 이 중에서 감괘(坎卦)의 괘사(卦辭)에만 ‘습(習)’의 붙여 ‘습감(習坎)’으로 말하고 있다.
‘습(習)’은 ‘익히다’, ‘되풀이하다’의 뜻이다. 익히려면 되풀이해야 한다. 배웠으면 익혀야 한다. ‘학습(學習)’이다. 공부만이 아니라 익숙해지는 모든 것들은 되풀이 반복을 통해서 형성된다. ‘학습(學習)’은 『논어』의 맨 처음에 나온다. “學而時習之(학이시습지)면 不亦說乎(불역열호)아”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다. ‘때로 익힌다’는 것은 시도 때도 없이 되풀이해서 익힌다는 것이다.
습감(習坎)에 습(習)은 우선 ‘되풀이’, ‘거듭’의 의미로 봐야 한다. 중수(重水)나 중감(重坎)의 다른 표현이다. 다른 중괘(重卦)에 비해 ‘거듭된 험함’으로 부정적이니 특별히 주의하도록 ‘습(習)’을 붙였다고도 한다.
한편으로는 ‘습(習)’이 ‘감(坎)’의 때를 대하는 태도로 보이기도 한다. 구덩이에 빠진 것과 험한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학습(學習)을 해야 할 것이다. 단전에서 “왕공이 험함을 베풀어서 그 나라를 지키니, 험함의 때와 씀이 크다”라는 해석이 심상찮다. 이는 상전에 “군자가 본받아서 덕행을 떳떳하게 하고 가르치는 일을 익힌다”는 것과 상통한다. 구덩이와 같은 고난과 역경이 길러주는 것이 많다. 험난함을 극복하는 데 덕스러운 일을 끊임없이 행하고 배우고 가르치는 일을 익히고 실천하는 것보다 좋은 것이 있겠는가.
험함이나 고난을 겪지 않으면 나라를 다스릴 품성과 역량이 길러지지 않는다. 그런 척하고, 하는 척할 수는 있다. 또 그런 가식적인 언행에 국민이 속기도 하지만 진상은 드러나고야 만다.
효사(爻辭)를 보자. 初六 習坎 入于坎窞 凶. 초육은 습감(習坎)에 험한 구덩이로 들어감이니 흉하다. 구덩이에서 패인 구덩이에 빠지다. 물이 썩는다. 벗어날 길을 찾을 수 없다. 흉하다. 초육이 변하면 수택절(水澤節䷻)이 된다. 절(節)은 ‘절제’, ‘절도’다. 나아갈 때 나아가고 그칠 때 그침을 바르게 해야 형통하다.
九二 坎 有險 求 小得. 구이는 구덩이가 험난하나 구하는 것을 조금 얻는다. 험난하지만 중(中)을 얻어 믿음이 있다. 험난함을 벗어나기는 힘들지만 작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작은 성취를 할 수 있다. 구이가 변하면 수지비(水地比䷇)가 된다. 비(比)는 ‘친밀’, ‘도움’, ‘가까움’, ‘단합’이다. 험난함을 벗어나기 위해서 서로 도와야 된다. 공동체로서 단합하는 데 미적거리면 대장부라도 흉한 꼴을 당할 수 있다.
六三 來地 坎坎 險 且枕 入于坎窞 勿用. 육삼은 오고 감에 구덩이와 구덩이며, 험한 것에 또 베개하여 험한 구덩이로 들어가니 쓰지 말아야 한다. 오나 가나 구덩이에 빠진다. 구덩이에 더하여 또 구덩이에 들어가니 쓰지 말아야 한다. 썩은 물이다.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공(功)도 없다. 육삼이 변하면 수풍정(水風井䷯)이다. 정(井)은 수풍정(水風井䷯)이다. 정(井)은 ‘우물’이다. 우물처럼 항상성, 개방성, 보편성을 유지하면서 때를 기다려야 한다.
六四 樽酒 簋貳 用缶 納約自牖 終无咎. 육사는 동이 술과 대그릇 둘을 질그릇에 쓰고 간략하게 드리되 바라지 창문으로부터 하면 마침내 허물이 없다. 간단하고 소박하게 하면서 지극한 정성을 들여야 한다. 도움을 줄 사람의 인식이 밝은 곳부터 접근해야 한다. 육사가 변하면 택수곤(澤水困䷮)이 된다. 곤(困)은 ‘곤궁함’이다. 곤궁함을 말하지 않고 바름을 지키며 극복해야 길하다.
九五 坎不盈 祇旣平 无咎. 구오는 구덩이가 차지 않으니, 이미 평평한 데 이르면(범람하지 않으면/병이 나으면) 허물이 없다. 구덩이를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벗어날 전망이 보여 허물이 없다. 구오가 변하면 지수사(地水師䷆)가 된다. 사(師)는 ‘장수’, ‘군대’, ‘장인’이다. 전쟁에서 장수가 작전계획을 세우듯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해야 길하다.
上六 係用徽纆 寘于叢棘 三歲 不得 凶. 상육은 노끈으로 묶어서 가시덩굴에 두어 삼 년이 되도록 얻지 못하니 흉하다. 흉함이 오래 간다. 상육이 변하면 풍수환(風水渙䷺)이 된다. 환(渙)은 ‘흩어짐’이다. 제사를 지내고 흩어지는 인심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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