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택풍대과(澤風大過䷛)
대과괘(大過卦䷛)를 보면서 생각한다. 대과(大過)는 좀 흥미롭다. ‘지나침’이나 ‘건넘’은 어떤 영역이나 경계를 넘어가가는 성격이 있다. 이런 경우는 보통 ‘너무’라는 수식어를 쓰거나 정도가 ‘지나치다’는 의미의 ‘과(過)하다’라는 말을 쓴다. 정해진 영역이나 그 사회의 보편적인 기준으로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크게 지나침’은 초월 또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면이 있다.
이효(二爻)에 늙은 지아비가 젊은 아내를 얻는 것이 나온다. 오효(五爻)에는 늙은 지어미가 젊은 지아비를 얻는 것이 나온다. 이는 모두 일반적인 법도로 보면 ‘크게 지나친’ 면이 있다. 그런데 늙은 지아비가 젊은 아내를 얻는 것에 대해서는 ‘이롭지 않음이 없고’, ‘지나침으로써 서로 더불어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에 늙은 지어미가 젊은 지아비를 얻는 것에 대해서는 ‘허물도 명예도 없고’, ‘오래 지속할 수 없어 추하다’고 말한다.
남성 중심이나 남성 우위의 가치관이 반영된 것인가. 남자는 웬만큼 늙어도 여자가 젊으면 애를 생산할 수 있고, 늙은 여자는 젊은 남자와 결혼해도 자식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인가. 핵심은 경제적인 능력이 아닐까. 옛날이나 지금이나 경제력만 있으면 늙은 남자는 젊은 여자와, 늙은 여자는 젊은 남자를 얻을 수 있지 않은가. 대체로 상식에는 지나친 면이 있지만 이런 사례들을 볼 수 있지 않은가.
괘이름 대과(大過)는 ‘큰 지나침’이다. 양(陽)이 너무 세다. 큰 것[대(大)]이 지나치게 세다. 지나침이 크다.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보통의 수준을 넘어 비정상적인 정도에 이른 것이다. 대과(大過)의 ‘대(大)’는 대소강약(大小强弱)의 강(剛)이고 양(陽)이다.
대과괘(大過卦)의 괘상(卦象䷛)은 어떤가. 위에 태괘(兌卦☱) 못[택(澤)]이 있고, 아래에 손괘(巽卦☴) 바람[풍(風)]이 있다. 처음과 끝이 음효(陰爻)이고 중간에 4개가 양효(陽爻)다. 오행(五行)으로 보면 태택(兌澤)은 금(金)이고 서방(西方)이다. 손풍(巽風)은 목(木)이고 동북방(東北方)이다. 금(金)이 목(木)을 극(剋)하므로 못물 속에서 나무가 뿌리째 썩고 있는 형상이다.
대과괘(大過卦)의 괘사(卦辭)는 어떤가. 大過 棟橈 利有攸往 亨. 대과(大過)는 기둥이 흔들리니, 가는 바를 둠이 이로워서 형통하다. 기둥이나 대들보가 흔들리는 것은 대(大)인 양효(陽爻)가 4개로 지나친 반면에, 처음의 초육과 끝의 상육이 음효로 본말(本末)이 약하기 때문이다. 과도기(過渡期)다. 겁내지 말고 신중하게 나아가고 건너가야 형통하다.
대과괘(大過卦) 효사(爻辭)를 보자. 初六 藉用白茅니 无咎. 초육은 (제사를 올리기 위하여) 자리를 까는 데 흰 띠풀을 쓰니 허물이 없다. ‘흰 띠풀 까는 것’은 소박하지만 삼가고 경건하고 공손한 모습이다. 초육(初六)은 부드러운[유(柔)] 음효(陰爻)로 맨 밑에 있으니 약하다. 지극한 정성을 다하면 허물이 없다. 초육이 움직이면 택천괘(澤天夬䷡)다. 쾌(夬)는 결단이다. 지극한 정성으로 나아가면 결단하여 척결할 수 있는 순간이 도래한다.
九二 枯楊 生稊 老夫 得其女妾 无不利. 구이는 마른 버들이 싹이(뿌리가) 나며, 늙은 지아비가 젋은 아내를 얻으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 상전에서는 ‘지나침으로 더불어 산다’고 풀이한다. 어려운 상황에 생기가 돈다. 구이(九二)가 변하면 택산함(澤山咸䷞)이다. 함(咸)은 감응, 이해, 교합(交合)이다. 산택통기(山澤通氣). 산과 못의 기운은 통한다. 산은 양(陽, 소남)으로 하늘의 성기를, 못[택(澤)]은 음(陰, 소녀)으로 땅의 성기를 상징한다.
九三 棟橈 凶. 구삼은 기둥(마룻대, 대들보)이 흔들리니 흉하다. 강강(剛强)하기만 하여 그 위세에 눌려 도와줄 사람이 없어 흉하다. 줏대없이 마음이 흔들린다. 반성하고 포용해야 한다. 구삼이 변하면 택수곤(澤水困䷮)이다. 곤(困)은 곤궁함, 어려움이다. 어려울수록 흔들리지 않고 바르게 해야 형통하다.
九四 棟隆 吉 有它 吝. 구사는 기둥이 높으니 길하거니와, 다른 것을 두면 부끄러울 것이다. 기둥, 또는 마룻대(대들보)가 두텁고 튼튼하여 자력(自力)으로 충분히 버틴다. 타인이나 아랫사람의 유혹에 흔들리면 불미스러운 결과를 맞을 수 있다. 구사가 변하면 수풍정(水風井䷯)이다. 정(井)은 ‘우물’이다. 우물은 마을의 중심이고 공동체의 상징이다. 항상성, 개방성, 보편성을 유지해야 하고 특정인이 소유하거나 더럽히면 안 된다. 자력으로 충분할 때는 다른 것의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
九五 枯楊 生華 老婦 得其士夫 无咎 无譽. 구오는 마른 버들이 꽃피며 늙은 지어미가 젊은 지아비를 얻음이니, 허물이 없으나 명예도 없으리라. 상전에서는 ‘어찌 오래 갈 수 있으며, 또한 추한 것’이라고 풀이해놓았다. 구오가 변하면 뢰풍항(雷風恒䷟)이다. 항(恒)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처럼 늘 지속되는 것이다. 늙은 지어미와 젊은 지아비는 항상성을 오래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명예가 없다는 것인가.
上六 過涉滅頂 凶 无咎. 상육은 지나치게 건너다 이마를 멸함(빠짐)이니 흉하나, 허물할 데가 없다. 자신의 키보다 깊은 대천(大川)을 건너다 머리가 잠긴다. 이상(理想)을 위하여 살신성인(殺身成仁)하므로 허물이 없다. 지나치면 해롭다. 홍수로 피해를 본다. 상육이 변하면 천풍구(天風姤䷫)다. 구(姤)는 ‘만남’, ‘우연적 조우(遭遇)’다. 양효(陽爻)만 있는 데에 음효(陰爻) 하나가 새롭게 들어오는 ‘만남’이다. 여자라면 씩씩하여 남자가 함부로 취하지 말아야 한다. 그 여자에게 머리까지 빠져 허우적거리거나 익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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