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11시가 거의 다 되어 선우시장 평화양과점을 찾았다. 자동차를 몰고 지나칠 때 문은 열려있었지만, 장사를 몇 년 동안 하지 않은 집처럼 역시 허름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양과점을 찾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빵을 만들고 계셨다. 빵은 보이지 않았다. 어제까지 휴가였고, 이제 빵 구울 준비를 하고 있는데 벌써 어떻게 빵이 나오겠느냐는 어투로 오후 6시 30분쯤이 되어야 빵이 나온다고 하셨다.
9월 2일 오후 3시가 넘어 다시 평화양과점에 들렀다. 점포 매대에 빵이 있었는데 많지는 않았다. 식빵 두 개, 팥 앙금이 들어간 찹쌀도너츠 열 댓 개, 앙금 없는 도너츠 예닐곱 개, 모카빵 세 개, 소보르 빵 여덟 개쯤이 전부였다. 팥빵은 다 팔렸다고 했다. 팥빵을 많이 굽고, 다른 빵은 조금씩 만든다고 했다. 할머니와 얘기를 하고 있는데, 좀 길쭉한 맘모스빵 한 판이 나왔다. 조금 뒤에 모닝판 한 판이 또 나왔다.
하루에 팔 빵을 한꺼번에 구워내는 게 아니었다. 아침부터 나와서 할아버지는 빵을 만들고 굽고, 만들고 굽고 하시는 모양이었다. 팥빵은 하루에 두 번 정도 굽는 모양이었다. 아침에는 10시 30분이나 11시쯤 나오는 것 같았다. 아침에 굽고 난 뒤에 조금씩 만든 빵은 저녁에 구워 6시 30분이나 7시쯤 나오 듯했다. 그 사이에 다른 빵들을 조금씩 구워내는 듯했다.
선우 시장(옛날 강남시장)이 생긴 지는 40년 넘은 듯했고, 시장이 생길 때부터 양과점 장사를 했다고 했다. 처음에 장사를 시작할 때는 주변에 짓고 있는 건물들이 많았고, 그때만 해도 밭 사이를 가로질러 가게에 나왔다고 했다. 옆집 채소가게 아주머니 말에 따르면 할머니가 할아버지보다 세 살 더 많다고 했다. 두 분 모두 얼굴이 너무나 순하고 맑으셨다.
모카빵 1개, 팥 앙금 들어간 찹쌀 도너츠 5개, 모닝빵 10개를 샀다. 팥빵은 다음 기회에 사 먹기로 했다. 집에 와서 팥 앙금이 들어간 찹쌀 도너츠를 집으니 묵직했다. 평화양과점 팥빵은 팥앙금이 많이 들어가, 손으로 들면 묵직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양과자는 서양식으로 만든 과자다. 케이크, 빵과 같은 생과자와 비스킷, 사탕과 같은 건과자로 크게 나누어진다. 서양 문물이 처음 들어왔을 때 ‘양(洋)’이란 접두어를 붙여 만들어진 말들이 많다. 양의(洋醫), 양복(洋服), 양식(洋食), 양말(洋襪), 양철(洋鐵)……. 요즘은 서양과자가 주류가 되어 그냥 ‘과자’, ‘빵’이 되었다. 비주류로 밀려난 전통적인 것에 ‘한’이라는 접두어가 붙는다. ‘한과’, 한의(韓醫), 한옥(韓屋)…….
'일상의 파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남프라자 (0) | 2023.09.09 |
---|---|
팥빵 사러 갔다가 옷수선 할머니를 만났다 (2) | 2023.09.07 |
바람 피우러 간다고 (1) | 2023.09.01 |
잡초의 역설(逆說) (1) | 2023.08.31 |
선우시장 (1) | 2023.08.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