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나는 내일 바람 피우러 간다”
“그래? 부채 하나 사줄까? 아니면 손풍기라도…….
모임 이름이 ‘바람’이다. 바람을 피우는지, 쐬는지, 맞는지 모를 일이다. 불을 피우고, 꽃을 피우는 일은 좋은 일인데, 오므리고 있는 바람을 피우는 일은 부정적이다. 윤리적으로 특히 그렇다. 바람 피우는 당사자 둘만 좋고, 그와 관련되는 사람들과 나머지 일반적인 사람들은 좋을 리가 별로 없을 듯하다.
앉아 있는 바람을 일으키는 일은 나쁘지 않다. 회오리 바람, 선풍(旋風)을 일으키면 더 좋다.
담배도 태우는 사람보다 피우는 사람이 많다. 이왕 흡연할 바에야 태우는 것보다는 피우는 것이 더 아름답다. 힘차게 흡입하는 데 비례하여 빨갛게 타들어가며 피는 담배 불꽃은 나름 아름답다.
인간이 신(神)이라고 부르는 자연은 없는 바람을 만든다. 그 바람은 인간에게 때론 미풍(微風)으로, 때론 태풍(颱風)이나 폭풍(爆風)이나 돌풍(突風)으로 다가온다. 때론 따뜻한 남풍으로 차가운 북풍으로, 산을 넘어 동풍으로 바다를 건너 서풍으로 불어온다. 때론 눈에 안 띄게 조용히 사람의 몸과 온갖 사물에 나고 든다.
인간 삶에 바람은 욕망이다. 어떤 사람은 오므리고 있는 욕망을 불꽃처럼 피우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주저앉아 없는 듯한 욕망을 흔들어 선풍(旋風)적으로 들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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