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 30분쯤 울산 중구 선우시장
평화양과점 팥빵 사러 갔다
가면서 열다섯 개를 살까
스무 개를 살까 생각했다
매대에 팥빵이 열 개 있어 다 사야지 생각했다
주인 할머니 말씀하시길
“한 번에 세 개밖에 안 팔아”
팥빵을 들어보니
한 손으로 들기 무거울 정도로 묵직했다
팥 앙금이 어마어마하게 들었다
시장 귀퉁이 돌아 나오다가
한 평도 안 되는 옷수선 가게를 만났다
좀 젊은 아주머니 한 분이 같이 앉아 있었다
26년쯤 됐다고
조그만 판자집인데 월세 2만원 낸다고
옷수선하기 전에는 조그만 슈퍼마켓을 하셨다고
여든 중반은 넘어보이는데
나이는 한사코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왜 바느질을 하냐고
남편이 45년 전에 돌아가셨단다
손발과 눈이 더 섬세해야 되는
발로 밟아서 하는 재봉틀이
기름기와 손때로 반들반들하게 윤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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