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챌린지331 무일(無逸) 어느 따뜻한 겨울날이었다. 내촌 양반이 집에 없는 날이어서 여유가 생긴 아들이 앨범에서 오래된 사진을 처음 보고 부엌에 있는 내촌댁한테 물었다. “어무이, 엄청나게 잘 생긴 이 군인 아저씨는 누구야?” “야가 무신 소리하고 있노? 너거 아부지 아이가.” 내촌 양반은 이런 날에는 동네 남정네들하고 복령을 캐러 갔다. 같은 마을에는 복령을 캐러 다니는 꾼들이 대여섯 명 있었다. 우선 땅 속에 있는 복령을 탐지할 수 있는 쇠꼬챙이가 필요하다. 양손으로 잡고 땅을 찌르기에 알맞은 티(T) 자형 나무를 다듬어 쇠꼬챙이를 박고 단단하게 고정을 시킨다. 쇠꼬챙이의 끝은 송곳처럼 예리하게 다듬는다. 길고 짧은 쇠꼬챙이를 보통 서너 개씩은 가져다닌다. 쇠꼬챙이가 부러질 때도 있고 지형(地形)에 따라 쓰임이 다르기도 하기.. 2023. 4. 3. 벚꽃 엔딩 어릴 때 내가 살던 고향에는 이맘때 쯤이면 복숭아꽃 살구꽃이 석양 속에 피어 있었다. 얕은 산에는 진달래꽃이 불타오르는 듯이 온산을 덮었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한창이었다. 마을길도 넓히고 초가지붕들은 슬레이트나 양철 지붕으로 바뀌었다. 멀쩡한 기와지붕마저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꿔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새마을 진행 정도에 따라 등급을 매겨 마을 입구에 시멘트로 만든 ‘기초마을’, ‘자조마을’, ‘자립마을’ 표지가 세워졌다. 아마 이때부터였으리라. 마을 어귀나 집과 집 사이, 개울가에 있던 복숭아나무 살구나무도 없어지기 시작했다. 돈 안 되는 감나무도 베어져 목재로 팔렸다. 그 후로 몇 년이 흘러 이제 어딜 가나 벚꽃 천지다. 복숭아꽃 살구꽃은 과수원에만 열을 맞춰 멋없게 피어 있다. 벚꽃은 일본 사람.. 2023. 4. 2.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식물들은 대체로 이동하지 않고 한 자리에서 물과 공기와 햇빛으로 생존한다. 물론 종류에 따라 줄기, 잎, 꽃의 모양과 향기 등을 통해 생존 전략을 달리 하기도 한다. 동물들은 이동하면서 먹이를 구하고 배설하고 번식을 하면서 생존한다. 인간의 생존도 본질적으로는 동물과 다르지 않다. 먹고 싸고 잠자고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생존한다. 그러나 인간은 문명화된 이후로 다른 동물과는 너무나 다르게 생존하고 있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들은 삶의 방식도, 욕구도 다양하다.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재화도 도구도 복잡다단하다. 필수적인 생존 요소 하나만 딱 꼽으라면 돈이다. 돈만으로 살 수는 없지만, 국가라는 공동체 안에 속해 있으면서 일반적으로 살아가려면 돈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 돈과 관련된 이.. 2023. 4. 1. 봄나물 봄나물 텃밭에 갔다. 나물을 좀 뜯었다. 냉이는 흰꽃들이 많이 피었다. 꽃이 피지 않은 것들도 나물로 먹기엔 이제 질기다. 달래도 몇 뿌리 캤다. 얼마 되지 않아 달래장을 만들어야겠다. 쑥도 이제 제법 쑥 올라왔다. 쑥국이나 된장국에 넣기엔 너무 커버렸다. 쑥버무리로 해먹는 게 좋겠다. 쑥떡을 하려면 양이 많아야 되기 때문에 낫으로 슥슥 벨 정도로 좀 무성해야 한다. 미나리도 좀 뜯었다. 야생 미나리라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길이는 짧지만 향이 진하고 맛은 더 있다. 생으로 먹어도 맛있고 전을 부쳐 먹어도 맛있다. 머위가 나물로 먹기에 적당하게 컸다. 머위순이 어릴 때는 뿌리 가까이까지 잘라야 머위 향이 진하다. 너무 오래 데치지 않아야 식감도 쫄깃하고 향도 살아있다. 머위 나물은 초장이나 된장에 무치면 .. 2023. 3. 31. 이전 1 ··· 79 80 81 82 8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