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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챌린지309

모임의 정석-택지췌(澤地萃䷬) 모임은 좋을까.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어찌 보면 인생은 모임과 흩어짐의 반복이다. 흩어짐은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모임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가장 단순한 모임은 두 남녀 만남이고 사랑이다. 자식을 낳아 가장 기초적인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가족은 의도적인 모임이라기보다 두 남녀의 결혼으로 인해 파생되어 형성되는 모임이다. 부모는 늙어가고 자식들은 성장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흩어져 나간다. 부모는 죽고 자식은 사회로 진출하고 분가하여 흩어진다.   가족이 확대되면 친척을 이룬다. 그 친척들이 다시 모이는 경우는 경조사(慶弔事)가 있을 때다. 자녀들이 결혼할 때 모인다. 조상께 제사를 드릴 때 그 자손들이 모두 모인다. 결혼식이나 제사 의례를 보면 모임의 요건들이 모두 갖춰져 있다. 배부르게 나눠먹을 수 있.. 2024. 4. 29.
메뚜기 한 마리 아침에 거실 창을 열다방충망에 메뚜기 한 마리 여름이나 초가을이 되어야 흔하게 볼 수 있던 메뚜기때 이른 한 마리 메뚜기 억지스런 낌새 사악한 다섯 음기(陰氣) 상승하며 하나 남은 양기(陽氣)를 벗겨내는 산지박(山地剝䷖)의 흉조(凶兆)인가 하나의 양(陽)이 위를 향해 힘차게 자라나며 다섯 음기(陰氣) 밀어올리는 지뢰복(地雷䷗)의 길조(吉兆)인가 내가 메뚜기를 뚫어져라 본다메뚜기도 나를 꼼짝않고 본다착각일 수 있다, 늘마주 본다, 착각하는 동안, 우리는 (2024.4.27.) (공백 포함 282자) 2024. 4. 28.
양파, 노균병 텃밭에 양파를 심는다. 해가 갈수록 경작량이 많아졌다. 나눠 먹고 나머지는 양파즙을 만들어 먹는다.  양파 농사는 비교적 쉽다. 늦가을에 심어서 5월에 수확한다. 심을 때 두둑을 만들고 비닐 멀칭을 한다. 모종을 옮길 때는 허리가 좀 아프다. 구멍 사이로 양파와 같이 올라오는 잡초만 몇 번 뽑으면 된다. 작년에는 제때 뽑지 않은 잡초가 너무 무성하여 양파 수확을 할 때 애를 먹었다. 비가 와서 잡초 뿌리가 얼마나 얼마나 억센지 두 손으로 잡고 씨름하듯이 뽑아올렸다.  시장에는 햇양파가 나온지 오래지만, 요즘은 양파가 한창 클 때다. 그런데 잎이 마른 것들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녹슨 듯한 빛깔의 가루 같은 게 잎에 묻어 있었다. 검색해보니, 노균병이었다. 연작을 하고 습기가 많으면 잘 발병한단다. 대량으.. 2024. 4. 27.
꽃이 좋아 어릴 때나 비교적 젊을 때 꽃을 좋아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선물로 꽃을 주고받은 적은 있다. 꽃이 싫었던 것은 아니다. 아, 꽃 예쁘다라고 감탄한 적이 없다. 나이 드신 아버지가 화려한 벚꽃가지를 잡고 사진 찍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아버지도 꽃을 좋아하시는구나! 어릴 때나 젊을 때는 꽃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리거나 젊으면 사람 그 자체가 꽃이다. 꽃이 예쁘게 보이기 시작하면 늙었다는 징표다. 늙어가는 자신과 대조되는 꽃이 부럽다.  나무는 늙어도 주름이 끼지 않는다. 늙은 나무가 피우는 꽃이라 해서 힘없이 늘어지지 않는다. 젊은 나무가 피우는 꽃과 똑같이 화사하고 생생하다.  개나 고양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도 늙어서 주름지는 꼴을 본 적이 없다. 털로 덮여서 그런가. 인간처럼 오래 살지 .. 2024. 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