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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으로 글쓰기/글쓰기로 자강불식하는 주역(두마리)

모임의 정석-택지췌(澤地萃䷬)

by 두마리 4 2024. 4. 29.

모임은 좋을까.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어찌 보면 인생은 모임과 흩어짐의 반복이다. 흩어짐은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모임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가장 단순한 모임은 두 남녀 만남이고 사랑이다. 자식을 낳아 가장 기초적인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가족은 의도적인 모임이라기보다 두 남녀의 결혼으로 인해 파생되어 형성되는 모임이다. 부모는 늙어가고 자식들은 성장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흩어져 나간다. 부모는 죽고 자식은 사회로 진출하고 분가하여 흩어진다.

 

가족이 확대되면 친척을 이룬다. 그 친척들이 다시 모이는 경우는 경조사(慶弔事)가 있을 때다. 자녀들이 결혼할 때 모인다. 조상께 제사를 드릴 때 그 자손들이 모두 모인다. 결혼식이나 제사 의례를 보면 모임의 요건들이 모두 갖춰져 있다. 배부르게 나눠먹을 수 있는 음식과 술이 준비된다. 먹을 음식이 없는 자리에는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 음식을 같이 먹다 보면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야기는 음식과는 또다른 성격의 재미다. 술을 마시고 취하면 흥이 오른다. 노래를 하거나 나름대로의 재주를 부리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모임은 자연스럽게 축제가 된다. 결혼식, 장례식, 제사 모두 일종의 축제이다.

 

모든 모임의 근본은 제사이다. 제사는 모임 중에 가장 구속력이 강하다. 결혼은 산 사람들끼리 축하하고 기원하는 의식이다. 반면에 제사는 산 사람들이 죽은 조상이나 천지 자연의 신에게 감사하고 기원하는 의식이다. 영혼을 부정하지 못하는 한 불참의 부담이 결혼보다 축제가 더 크다. 모든 종교 의식은 제의를 기본으로 한다. 제의의 목적은 무엇인가. 기원이다. 흉함을 피하고 길함을 취하기 위함이다. 축제(祝祭)도 제사에서 유래했다.

 

인간은 사회적(社會的) 동물이다. ‘()’는 단체이기도 하지만 제사를 의미하기도 한다. 모든 모임은 정치적이다.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모임에 가입하고 또 모임을 조직한다. 모임은 표로 연결된다. 굳이 투표가 아니더라도 자신을 따르는 사람이 없는 정치인은 아무 의미가 없다.

 

모임이 잘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주역 택지췌(澤地萃䷬)는 모임 단결의 절차ㆍ방법과 그 정치적 효용을 잘 보여준다. 모임이 잘 되려면 아랫사람은 순종하고 윗사람은 기뻐해야 한다. 양강한 자가 중도를 지키며 이끌고 음유한 자가 호응해야 한다. 지도자는 아름다운 덕으로 신령을 감동시키고 종묘의 제사를 정성껏 모심으써 충효를 실천해야 한다. 대인(大人)의 도움을 잘 받아야 이롭다. 정도를 지켜야 이롭다. 객관적인 구체적인 조건을 따르고 자연 법칙에 순응하여 처신해야 한다.

 

못에 물이 모이면 넘쳐흘러서 둑을 무너뜨릴 수 있듯이, 사람들이 모이면 뜻밖의 변란, 즉 충돌과 변란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늘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사람은 동류끼리 한데 모이고, 사물은 무리지어 분리된다고 하였다. 모임이 잘 되려면 능력과 인품에 맞게 사회적 지위가 정해져야 한다. 또 자리의 중심과 음양의 호응에 따라 구성원들끼리의 관계가 적절하게 형성되어야 한다.

 

(공백 포함 1,490)

 

택지췌(澤地萃䷬)

[괘사]형통하나니, 군왕이 아름다운 덕으로 신령을 감동시켜 종묘의 제사를 보우(保佑)하는데, 大人이 출현하는 것이 이롭고, 앞길이 형통하나 정도를 지켜야 이롭다. 큰 희생(犧牲)을 바쳐 제사를 지내면 상서로우며, 앞으로 나아감이 이롭다.

 

단전에서 말한다. ‘는 한데 모인다는 뜻이다. 아랫사람은 순종하고 윗사람은 기뻐하며, 양강(陽剛)한 자가 중도를 지키면서 음유(陰柔)한 자와 호응하므로 대중을 모아 단결시킬 수 있다. 군왕이 미덕으로 신령을 감동시켜서 종묘의 제사를 보우하려면 선조에 대한 충효(忠孝)와 제사를 올리는 데 정성을 표현해야 한다. 대인이 출현하는 것이 이롭고, 또 앞길이 형통하다는 것은 취합 단결할 때는 대인의 영도(領導)가 있어야 정도를 지킬 수 있음을 말한다. 큰 희생으로 제사를 지내면 상서로울 수 있고, 또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이롭다는 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자연 법칙에 순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취합 현상을 관찰하면 천지 만물의 성정(性情)을 알 수 있다.

상전에서 말한다. 못이 땅 위에 있음은 취합을 상징한다. 군자는 그것을 보고 병기(兵器)를 손질하여 뜻밖의 변란을 경계하고 대비한다.

 

초육: 성신(誠信)한 마음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하여 행동이 문란하고 다른 사람돠 함부로 취합 단결하도다. 만약 정응(正應)하는 이에게 능히 울며 호소하면 진정한 벗과 악수하면서 즐겁게 담소할 수 있으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앞으로 나아가도 허물이 없을 것이다.

상전에서 말한다. 행동이 문란하고 다른 사람과 함부로 취합한다는 것은 초육의 심지가 어지러움을 말한다.

 

육이: 다른 사람(구오)의 부름을 받고 서로 취합하니 상서롭고 허물이 없다. 다만 마음의 성실을 다해야 하니, 그렇게 하면 설령 간소한 제사라도 신령께 봉헌하기에 이롭다.

상전에서 말한다. 다른 사람의 부름을 받고 서로 취합하니 상서롭고 허물이 없다는 것은 육이의 중정한 심지가 변하지 않았음을 말한다.

 

육삼: 취합하려 하나 호응하는 이가 없어 끝없이 탄식하니 이로운 바가 없다. 다만 앞으로 나아가면 화는 없을 것이니 약간의 유감은 있을 것이다.

상전에서 말한다. 앞으로 나아가면 허물이 없을 것이라 함은 육삼이 위로 강에게 순종할 수 있음을 말한다.

 

구사: 크게 상서로워야 허물이 없을 것이다.

상전에서 말한다. 크게 상서로워야 허물이 없다는 것은 구사의 위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구오: 취합의 시기에 바른 자리를 얻으니 허물이 없으나, 그 덕행이 아직 널리 민중의 믿음을 얻지 못했으니, 군왕으로서 영구히 정도를 지켜야 회한이 없을 것이다.

상전에서 말한다. 취합의 시기에 바른 자리는 얻었으나, 천하 만민을 취합 단결시키려는 구오의 뜻이 아직은 크게 떨쳐지지 못했다.

 

상육: 슬피 탄식하며 통곡하나 허물은 없다.

상전에서 말한다. 슬피 탄식하며 통곡한다는 것은 상육이 가장 높은 자신의 지위에서 편히 지내지 못함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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