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주역 강의를 듣고 바로 언양 텃밭으로 갔다. 밤에는 5도 아래까지 떨어졌던 기온이 한낮에는 28도까지 올랐다. 날씨가 미쳤다. 밭을 갈다 보면 이제야 튀어나오는 개구리들도 있다.
오늘은 대파 모종을 옮겼다. 한 단에 7천이었다. 합리적인(?) 가격이다. 한 고랑에 한 단씩 예상해사 네 단을 샀다. 북돋울 것 생각해서 고랑 사이를 아주 넓게 잡았다. 한 단에 모종 개수가 생각보다 많았다. 아주 촘총하게 심었다. 큰 것은 중간에 뽑아 먹으면 되니까. 대파는 연중 모종을 심고 먹는 것도 연중이다.
파 모종을 심을 고랑은 어제 장만했었다. 모종을 옮기고 관리기를 두 번 왔다 갔다 하면서 흙을 덮고 물을 줬다. 1시쯤 가서 다 하고 나니 3시 40분이 되었다. 다시 거리에서 명촌으로 갔다. 테니스를 하러 가기에는 좀 애매하다.
작두콩 모종을 두 포기 샀다. 한 포기에 2천원이다. 비합리적인 가격이다. 저번에 세 포기 심었는데, 한 포기는 죽었고, 또 한 포기도 거의 죽어가는 꼴이라 두 포기를 다시 심었다. 양파 두둑에 잡초가 눈에 띄었다. 잡초를 보이는 대로 뽑았다.
아직 잎이 깨끗한 머위순을 조금 채취했다. 돼지 풀 사이에 부드럽게 자란 미나리도 서너 움큼 베었다. 간밤에 기온이 뚝 떨어져 좀 쫄깃해졌을 상추도 두어 움큼 따넣었다.
오후 5시가 다 되었다. 아직 한 끼도 먹지 않았는데 배가 전혀 고프지 않다. 아침부터 커피 한 잔, 그리고 물만 마셨다. 배고픔을 참는다는 의식이 없었다. 일을 하다보니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주역 60번째 괘가 수택절괘(水澤節卦䷻)다. 절괘의 괘사는 ‘亨 苦節 不可貞’이다. ‘절제는 형통하니 쓴 절제는 바르지 못하다’는 뜻이다. 절괘(䷻)는 위에는 물이고 아래에는 못이다. 물이 넘치면 둑이 터질 수 있다. 수준이나 정도가 적절해야지 넘치면 오히려 좋지 않다. 사람들이 절제를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절제는 형통하고 미덕의 하나다. 절제가 좋아도 괴로운 절제는 바르지 않다.
의식하지 않았는데 절제가 되면 최상이 아닐까. 그러한 절제는 달콤한 절제, 즉 감절(甘節)이라고 할 수 있다. 오후 5시 넘어서 오늘 처음으로 먹는 음식은 정말 맛있고 달다. 토마토, 콩물, 바나나 한 개를 먹었다. 또 막걸리 한 잔에 미나리, 상추, 데친 머위를 된장에 찍어 먹으면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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