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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파동

꽃이 좋아

by 두마리 4 2024. 4. 26.

어릴 때나 비교적 젊을 때 꽃을 좋아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선물로 꽃을 주고받은 적은 있다. 꽃이 싫었던 것은 아니다. , 꽃 예쁘다라고 감탄한 적이 없다. 나이 드신 아버지가 화려한 벚꽃가지를 잡고 사진 찍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아버지도 꽃을 좋아하시는구나!

 

어릴 때나 젊을 때는 꽃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리거나 젊으면 사람 그 자체가 꽃이다. 꽃이 예쁘게 보이기 시작하면 늙었다는 징표다. 늙어가는 자신과 대조되는 꽃이 부럽다.

 

나무는 늙어도 주름이 끼지 않는다. 늙은 나무가 피우는 꽃이라 해서 힘없이 늘어지지 않는다. 젊은 나무가 피우는 꽃과 똑같이 화사하고 생생하다.

 

개나 고양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도 늙어서 주름지는 꼴을 본 적이 없다. 털로 덮여서 그런가. 인간처럼 오래 살지 않아서 그런가. 인위적으로 가공하지 않고 야생 그대로를 먹어서 그런가.

 

죽을 때도 늙지 않는 꽃처럼 생생하고 탱탱하게 지내다가, 어느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순 없을까. 죽을 때 꽃이 못 되면 죽어가는 길이라도 꽃이었으면.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꽃상여는 어쩌면 그런 바람이리라. 죽어서 가는 길은 층층이 꽃으로 치장한, 여러 사람이 멘 가마를 타고 갔다.

 

꽃은 기쁨도 표현하고 슬픔도 표현한다. 꽃은 기쁨이자 슬픔이다. 지지 않는 꽃은 필 수 없다. 피는 꽃 속에 지는 꽃은 잉태되어 있다. 죽지 않는 생은 탄생할 수 없다. 탄생의 기쁨 속에 처음부터 죽음의 슬픔은 들어 있다. 그러니 살만큼 살고 죽는 것에 대해서는 딱히 슬퍼할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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