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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파동

양파, 노균병

by 두마리 4 2024. 4. 27.

텃밭에 양파를 심는다. 해가 갈수록 경작량이 많아졌다. 나눠 먹고 나머지는 양파즙을 만들어 먹는다.

 

양파 농사는 비교적 쉽다. 늦가을에 심어서 5월에 수확한다. 심을 때 두둑을 만들고 비닐 멀칭을 한다. 모종을 옮길 때는 허리가 좀 아프다. 구멍 사이로 양파와 같이 올라오는 잡초만 몇 번 뽑으면 된다. 작년에는 제때 뽑지 않은 잡초가 너무 무성하여 양파 수확을 할 때 애를 먹었다. 비가 와서 잡초 뿌리가 얼마나 얼마나 억센지 두 손으로 잡고 씨름하듯이 뽑아올렸다.

 

시장에는 햇양파가 나온지 오래지만, 요즘은 양파가 한창 클 때다. 그런데 잎이 마른 것들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녹슨 듯한 빛깔의 가루 같은 게 잎에 묻어 있었다. 검색해보니, 노균병이었다. 연작을 하고 습기가 많으면 잘 발병한단다. 대량으로 양파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3월 초에 방제를 한다고 한다.

 

방제를 하기엔 늦었다. 몇 년째 양파를 심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처음이다. 또 팔려고 짓는 농사도 아닌데 방제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

 

눈에 잘 띄지도 않는 바이러스와의 공생을 생각한다. 내 몸 안에도 내가 의식할 수 없는 바이러스가 100조 마리 정도 있다고 한다. 내 몸을 잘게 분해하면 원소나 미립자, 바이러스가 되고 그것들은 내가 아니다. 나는 내가 아닌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몸에 혼()과 백()이 들어와 가 된다. 죽어서 혼백이 빠져 나가면 내 몸은 자연의 일부로 돌아간다. 영혼은 어디에 있는가. 있기는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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