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은 물에서 한다. 숨을 쉴 때 물 속에서는 코로 내 쉬고 입이 밖으로 나왔을 때 입으로 들이쉬어야 한다. 코가 밖에 나왔을 때 콧구멍으로 들이쉬어도 되지만 코로는 내뱉고 입으로는 들이쉬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되는 숨 쉬기를 의식적으로 해야 하니 힘들다. 물 속에 들어갔을 때는 숨을 참고 있어야 하니 힘들다. 사람은 물고기가 아님을 느낀다. 사람이 물을 못 마시면 죽지만, 몸 전체를 아예 물 속에 담구어 놓으면 숨을 쉬지 못해 죽는다.
일주일 전부터 수영할 때 스노쿨링을 사용한다. 옆 레인에서 하는 것을 볼 때는 숨 쉬기가 편하겠다 싶었다. 막상 해보니 숨 쉬기가 편하지 않았다. 습관이 문제였다. 일상에서 숨을 쉴 때는 입을 다물고 코로 들이쉬고 내쉰다. 스노쿨링을 하면 입으로 들이쉬고 입으로 내쉬어야 한다. 그러다가 압력으로 코가 맹맹해지면 코로 한 번씩 내뿜어줘야 한다. 입으로만 들이쉬고 내쉬면 되는데 나도 모르게 코로 들이쉬려고 하다가 물이 들어온다. 스노쿨링에 물이 들어오면 내뱉고 다시 들이쉬어야 하는데 물을 한 번 먹고 나면 그때부터 정신이 없다.
우리는 의식하고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판단과 의지로 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공부를 하고, 사업을 계획하고, 어떤 일을 하는데 일의 순서와 경중을 생각하는 것들은 모두 의식적으로 한다.
수영을 할 때는 숨 쉬기가 불편하다. 숨이 막히기도 한다. 숨 쉬기기 불편하지 않을 때는 숨 쉬기를 의식하지 않는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생존에 필수적인 것들은 모두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숨 쉬기와 심장 박동은 멈추지 않는다. 의지와 노력으로 숨을 쉬고 맥이 뛰게 한다면 얼마나 버틸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이 상상 가능한가. 이는 마치 지구의 공전과 자전처럼 굳건하다.
음식을 먹고 소화하고 찌꺼기를 배설하는 것들이 모두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의식적으로는 조금씩 조절할 수 있을 뿐이다. 음식을 분해하고 영양소를 배달하고 체온을 조절하는 등 몸 안의 모든 신진대사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무의식은 의식보다 훨씬 근본적이며 위대하다.
입의 주요 기능은 음식을 먹고 씹는 것이다. 코의 주요 기능은 숨을 쉬는 것이다. 입으로는 숨도 쉴 수 있지만, 콧구멍으로는 음식을 먹기가 곤란하다. 생명 유지에 음식을 먹는 것보다 숨을 쉬는 것이 더 근본적이다. 먹는 것은 며칠을 안 먹고 견딜 수 있지만, 숨은 몇 분만 못 쉬어도 죽는다. 콧구멍이 고장 났을 때 입을 통해 숨을 쉬라고 비상용으로 만들었나보다.
(공백 포함 1261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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