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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파동

두려움을 넘어서기

by 무진장 2023. 2. 19.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차 온도계가 영하로 내려가더니 전면 유리창이 갑자기 뿌엿게 얼어버려 앞이 보이지 않는다. 속도는 120을 넘기고 있다. 순간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와 핸들을 놓아버렸다. 그리고 잠에서 깼다. 핸드폰을 더듬어 찾으니 새벽 5시를 조금 넘긴 시간! 누워 바깥 창을 보는데 달인지 빛이 어스름하게 보인다. 꿈이었지만 두려웠던 마음만은 너무 생생하다. 나아가야 되는데 앞을 볼 수 없는 막막한 공포는 순간이었지만 뚜렷이 남아있다. 그날은 차를 운전할 수가 없었다.

어떤 일을 할 때 유난히 마음을 많이 쓰는 부분이 있다. 공정한 절차를 지켰나, 사심이 들어나지는 않았나 등을 살피지만 사람들의 평가에 마음을 많이 쓴다. 특히 남편에게서 “남들에게 휘둘리고 있나?”라는 질문을 받으면 “아니야 그렇지 않아”라고 말은 했지만 쉬이 넘기지 못한다. 말은 참 무섭다. 말이 입밖으로 나오는 순간 어떤 형태를 가지고 내 인식의 시스템에 들어와 한켠을 차지한다. 그래서 사심없이 일을 한다는 것은 착각일지도 모르겠다. 늘 사심은 발동하지만 그것을 인지하지 못할 뿐인게 아닌가. 사람들의 평가는 그런 부분에서 내게 문지기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문지기를 우습게 여기면 그에게 몰매를 맞을 수도 있다. 혹은 문지기에게 너무 많은 것을 허용하면 그 속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문앞에서 서성이다 한 세월 다 보내고 내 추억에 미수로 남는 사건이 될지도 모른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함께 무엇인가를 도모할 때 감정적인 소모를 많이 하게 된다. 혹은 그 감정에 쏙 빠져 앞이 흐려지는 참변을 당해 분노와 공포에 헤어나오질 못할 수도 있다. 나는 한번 경험한 적이 있다. 시골 마을에 와서 뭔가를 시도해 보려고 열심히 뛰어다녔다. 이때 나는 감정이란 것이 그렇게 무서운지 몰랐다. 그때의 사건에만 빠져서 누가 잘못했고 누가 나빴는지만 생각했다. 지나고 보니 현명하지 못한 우리 모두가 있었고 상황과 주변 조건이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추진한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중의 판단이었고 오랫동안은 그때의 감정만 끌어안고 살았다.

다시 마을에서 뭔가를 시도하고 있는 지금 어제의 꿈이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다. 앞을 가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어쩌면 내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은 내 감정이 아닌가. 다시 그런 상황이 반복될까하는 두려운 마음이 내게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쩜 내 입장에서 그때 가장 현명하지 못한 사람은 바로 나였다. 문지기와 함께 살아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문지기는 내가 아니라고만 생각했다. 내가 문지기이기도 하고 문지기가 나이기도 한데 그것을 놓치니 싸우거나 지치거나 둘 중 하나였다. 두려운 마음을 잘 소화해 내야겠다. 언치지 않도록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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