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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상(想像理想) 이야기/책 한 권 읽고 글 한 편 쓴다

자객, 형가

by 두마리 4 2025. 3. 1.

사마천의 사기열전중 자객열전에서 형가에 대한 분량이 가장 많다. 자객 형가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형가라는 제목의 영화도 있고, ‘영웅이라는 영화도 있다. 형가는 자객으로서 실패했다. 모든 실패가 그렇듯 자객도 실패했을 때가 더 안타깝고 애틋한 법일까. 형가가 노린 대상이 워낙 거물인 진시황이라서 그럴까.

 

연나라 태자 단은 형가에게 높은 벼슬과 고급 음식, 수레와 말과 아름다운 여인을 보내 기분을 맞춰준다. 하지만 형가는 지금 떠나 봐야 믿을 만한 것이 없으면 진왕에게 가까이 갈 수 없다고 말한다. 진왕이 번오기 장군의 목에 황금 1000근과 식읍 1만 호를 내걸어 찾고 있으니, 번 장군의 머리와 연나라 독항의 지도를 진왕에게 바친다면 진왕은 반드시 기꺼이 신을 만날 것이라고 말한다.

 

연나라 태자가 번오기 장군에게 차마 하지 못할 줄을 알고 형가는 번 오기 장군을 몰래 만나 말한다. 번 장군은 형가의 말을 듣고 이것이야말로 제가 밤낮으로 이를 갈고 속을 끓였던 일이니 이제 가르침을 듣게 되었다고 말고 스스로 목을 찔러 죽는다.

 

연나라 태자는 번오기의 죽음을 매우 슬퍼했지만 그의 목을 상자에 넣어 봉하였다. 또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비수를 사서 독을 묻혀 행장을 꾸려 형가를 진나라로 보내기로 했다.

 

연나라에 진무양이라는 용감한 사람이 있었는데 열세 살 때 사람을 죽여 감히 그를 쳐다보는 이가 없었다. 그래서 태자는 진무양을 형가의 조수로 삼았다. 형가는 함께 갈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데, 떠날 시간이 되었는데 도착하지 않아 한참 동안 출발하지 않았다. 태자는 형가가 후회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며 거듭 요청하며 진무양을 먼저 보냈으면 한다고 말한다.

 

형가는 노여워하며 태자를 꾸짖어 말한다. 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자가 저 애송이라며, 태가자 꾸물댄다고 하니 하직하고 떠나겠다고 말한다.

 

형가와 그 조수 진무양은 진시황을 직접 만나기까지 여러 번의 검문 검색과 철저한 몸수색을 거친다. 드디어 형가와 진무양은 삼엄한 경비 가운데 진시황을 만나러 걸어 들어간다. 형가가 번오기의 목이 든 상자를 들었고, 진무양이 독항의 지도가 든 상자를들고 차례로 나아갔다. 계단 앞에 이르자 진무양이 얼굴빛이 변하면서 벌벌 떠니 신하들은 이를 괴히 여겼다. 영화의 장면을 보면, 진무양은 겁에 질려 오줌을 지리며 제대로 걷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린다. 형가가 웃으며 앞으로 나아가 사과하며 천한 사람이라 천자를 뵌 적이 없어서 떨며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무례를 용서하시고 사신의 임무를 마치도록 해 주십시오라고 말한다.

 

형가는 지도를 받아 진왕에게 바친다. 진왕이 지를 펼쳤는데, 지도가 다 펼쳐지자 비수가 드러났다. 형가는 왼손으로 진왕의 소매를 붙잡고 오른손으로 비수를 쥐고 진왕을 찌르려 했다. 비수가 몸에 닿기 전에 진왕이 놀라 스스로 몸을 당겨 일어서면서 소매가 떨어졌다. 진왕은 칼을 뽑으려 했지만 칼이 길어 뽑지 못하고 기둥을 돌면 형가를 피하는 데 급급했다.

 

진나라 법에 따르면 전(殿) 위에서 왕을 모시는 신하들은 한 치의 무기도 몸에 지닐 수 없었다. 또 낭중(郎中)들이 무기를 가지고 뜰 아래에 늘어서 있으나 왕이 부르기 전에는 전 위로 올라갈 수 없었다. 진왕은 병사들을 부를 겨를이 없었다.

 

대신들은 맨손으로 형가를 내리쳤고 시의(侍醫) 하무저는 가지고 있던 약주머니를 형가에게 던졌다. 한 신하가 왕께서는 칼을 등에 지십시오라고 말했다. 칼을 등에 지고서야 칼을 뽑은 진왕은 형가를 내리칠 수 있었다.

 

고점리는 이름과 성을 바꾸고 남의 머슴이 되어 몸을 숨기고 있었다. 고점리는 오랫동안 숨어 두려움과 가난 속에서 살아 보아야 끝이 없겠다고 생각하여 자리에서 물러나 보따리에서 축과 좋은 옷을 꺼내 차림새를 고치고 사람들 앞에 나타나 축을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다. 소문이 나서 진시황에게까지 알려졌다.

 

진시황은 고점리의 축 타는 솜씨를 아까워하여 용서하는 대신, 눈을 멀게 하여 곁에 두고 축을 타게 하였다. 고점리는 축 속에 납덩어리를 감추어 넣어 두었다가 진시황 곁으로 가까이 갔을 때 축을 들어 진시황을 내리쳤지만 맞추지 못했다. 이에 결국 고점리를 죽였다.

 

형가와 고점리, 모두 자객으로서는 실패했다. 하지만 그들은 뜻을 분명하게 했고 속이지도 않았다. 또한 목숨을 걸었고 한 치의 흔들림이나 망설임이 없었다.

 

진시왕을 뜰 아래에서 모시는 무장한 병사들에게 적용되는 법은 논리학에서 원칙혼동의 오류를 설명하는 예로 많이 쓰인다. 병사들이 따라야 하는 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어떤 경우에도 왕을 보호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왕이 부르기 전에는 무장한 병사들이 전(殿) 위로 올라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병사들 중에 왕을 살해하려는 자가 끼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개 모두 법은 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형가와 같은 자객이 전(殿) 위에서 왕과 싸우고 있으면서 미처 병사들을 부를 겨를이 없을 때 병사들은 어떤 원칙을 따라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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