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객, 전제

전제는 오나라 사람이다. 초나라에서 도망온 오자서가 전제의 능력을 알아보았다. 오자서는 오나라 왕 요에게 초나라를 치면 유리한 점을 말했다. 이에 대해 오나라 공자 광은 오자서가 초나라를 치려는 것은 사사로운 원수를 갚기 위한 것이지 오나라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오자서는 공자 광이 오나라 왕을 죽이려는 것을 눈치챘다. 오자서는 전제를 공자 광에게 추천했다.

 

공자 광의 아버지는 오나라 왕 제번이다. 제번에게는 여제, 이말, 계자 세 명의 아우가 있었다. 제번은 계자가 현명을 알고 아들을 태자로 세우지 않고 계자에게 나라를 맡기려고 했다. 제번이 죽자 왕위는 여제에게 전해졌다. 여제가 죽자 제왕 자리는 이말에게 전해졌다. 이말이 죽자 제왕 자리는 계자에게 전해져야 했지만, 계자는 제왕이 되고 싶지 않다면 달아나 버렸다. 오나라 사람들은 이말의 아들 요를 왕으로 세웠다.

 

광은 형제의 순서대로 한다면 자신이야말로 적자의 후손이라며 당연히 자신이 왕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광은 일찍부터 지혜로운 신하들을 길러 자신이 왕이 될 방법을 찾고 있었다.

 

오나라 요왕 9년에 초나라 평왕이 죽었다. 요는 초나라가 국상인 틈을 타서 초나라를 치려고 했다. 자신의 두 아우 갑여와 촉용에게 군사를 이끌고 가서 초나라 잠 등을 포위하도록 했다. 또 계자를 진나라로 보내 제후들의 움직임을 살피게 했다. 그러나 초나라는 군대를 보내 갑여와 촉용의 뒷길을 막아 오나라 군대는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광은 전제에게 이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전제도 요왕을 죽일 수 있다고 말한다. 광은 전제에게 “내 몸은 바로 당신 몸이오.”라고 말한다.

 

요왕 12년 광이 무장한 병사를 지하실에 숨겨 두고 술자리를 만들고 요왕을 초청했다. 요왕은 병사와 친척들을 무장시켜 궁궐에서 광의 집까지, 문과 계단 주위 모두 에워싸서 지키도록 했다.

 

술자리가 무르익자 광은 발이 아프다며 지하실로 들어가 전제에게 배 속에 비수를 감춘 구운 생선을 내오도록 했다. 전제는 요 앞에 이르자 생선의 배를 찢고 비수를 잡아 요왕을 찔러 죽였따. 왕의 옆에 있던 사람들이 전제를 죽였다.

 

광은 지하실에 숨겨 두었던 병사들을 내보내 요왕의 무리를 쳐서 모두 죽이고 스스로 왕이 되었다. 그가 바로 합려이다. 합려는 전제의 부모를 봉양하는 모든 일은 맡는 것은 물론이고, 전제의 아들을 상경으로 봉했다.

 

이말이 죽고 난 뒤 막내 계자는 왜 왕위를 거절하며 달아났을까. 이말을 아들을 왕위에 올리려는 권력을 알고 있었으리라. 또 공자 광이 제왕의 자리를 욕심내고 있음도 눈치챘을 것이다. 맏형인 제번은 자신이 왕위를 계승하기를 바랐지만, 계자는 현실적으로 그것이 어렵고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ᅌᅳᆷ을 알았으리라.

 

오자서는 왜 전제를 공자 광에게 추천했을까. 공자 광의 야망과 그 능력이 오나라 왕 요보다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공자 광과 자객 전제의 최적의 때를 선택하는 능력과 치밀한 준비, 전적인 신뢰가 돋보인다. 오나라 왕 요도 반란을 예상하며, 병사와 측근들을 무장하여 방어를 했다. 하지만 공자 광과 전제의 전략이 더 예리했다. 초나라를 치러간 두 아우의 병사가 초나라 군대에게 뒷길을 막혀 갇힌 것이 결정적이었다.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읽으며

 

(공백 포함 1,595자)

별별챌린지 8기 59일차